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고상현 기자"차 세울 데가 없어서 몇 바퀴를 돌아요. 차가 많이 다녀서 위험하기도 하고요."
20일 제주시 이도1동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앞에서 만난 송모(55)씨가 이같이 토로했다. 이곳 직원인 송씨는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이다. 복지관이 비좁은 주택가 골목에 있다 보니 매일 아침만 되면 이곳은 차들로 '전쟁통'이라고 한다.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곤혹스러운 환경이다.
2000년 2월 문을 연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은 도내 장애인에 대한 상담지원과 함께 직업‧교육‧의료‧사회심리재활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활동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장애인에게 사람들과 교류하는 사랑방이자 쉼터다. 매일 1200여 명의 장애인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복지관 바로 앞에는 도내 19개 장애인단체 사무실이 있는 제주혼디누림터가 있다. 이 일대가 장애인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많은 차들이 다니면서 보행 안전에 위협이 되는 실정이다. 혼디누림터와 복지관을 잇는 횡단보도도 없어서 장애인들은 곡예하듯 차를 피해 도로를 건너고 있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횡단보도 없는 도로를 건너고 있다. 고상현 기자이날 복지관 앞에서 한 장애인을 내려준 교통약자 차량 택시기사 김태인(67)씨는 "장애인분들을 모시고 오면 차들로 복잡하다. 골목길 양옆으로 차들이 주차돼 있다 보니 마주 오는 차라도 오면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갓길주차가 사라지면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복지관 일대를 둘러보니 좁은 골목길마다 양옆으로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보호자와 함께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지나가는 차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였다.
복지관에서 만난 고영희(52‧여)씨도 휠체어를 타고 오갈 때마다 당혹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고씨는 "주변에 인도도 없고 골목길 양옆으로 차들이 빼곡히 세워져 있으니깐 차가 오면 옆으로 비켜설 공간이 없어서 난감할 때가 많다. 인도라도 생기면 좀 더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탐라장애인복지관 이용객이 많다 보니 인근 주민과 주차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이날도 1시간 가까이 주차공간을 찾은 끝에 간신히 주차했다는 장애인 활동 지원사 문명추(68‧여)씨는 "접때 차 세울 데가 없어서 한 주택 앞에 잠시 차를 세웠는데, 집 주인이 차에 본드 칠을 했다. 인근 주민이 복지관 주차장에 장시간 차를 세우기도 한다. 서로 배려가 없다"며 씁쓸해했다.
복지관 인근 골목길 양옆으로 차들이 세워져 있다. 고상현 기자고현수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은 "복지관 일대 교통안전 문제는 만성적인 문제다. 복지관 서비스를 받으러 왔다가 차 세울 데가 없어서 몇 바퀴 도는 건 허다하다. 주변에 인도도 없어서 장애인들이 오갈 때마다 위험에 처한다. 주택가라 차를 못 세우게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복지관 앞 횡단보도는 자치경찰에 건의해서 조만간 생길 예정이다. 이보다도 제주도청에서 복지관 일대 장애인 교통안전을 위한 종합적인 안전 개선 용역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