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 주제는 가을철 야외활동과 관련된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에요.
이제 곧 연휴도 시작되고 이번주 당장 성묘,벌초 가는 분들도 많고 가을 나들이 계획을 잡으신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오늘 방송 잘 챙겨두면 좋을 것 같아요
첫번째로 살펴볼 건 말벌이네요. 벌 쏘임 사고가 굉장히 많이 일어난다고 하는데요. 실태는 어떤가요?
◆선정수> 소방청 통계를 보면 올해 8월까지 벌쏘임 사고로 3명이 사망했고, 지난해 11명, 2021년에도 11명이 숨졌습니다.
해마다 벌 쏘임 사고가 가장 많은 시기는 7~9월 사이입니다. 질병관리청 통계를 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납니다. 2017~2021년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 결과 벌 쏘임 사고는 총 5457건 발생했습니다. 그 중 151명이 입원하고, 24명이 사망(연평균 4.8명)했습니다. 이 중 2730건이 8~9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24명의 사망자 중 8~9월에 사망한 사람이 13명이었습니다.
장수말벌. 국립수목원 제공◇조태임> 말벌과 관련된 잘못 알려진 사실, 뭐가 있나요?
◆선정수> 말벌에 쏘이면 피부에 박혀있는 벌침을 손으로 뽑으려 하지 말고 카드로 밀어서 빼내라는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말벌은 독침을 주삿바늘처럼 찔렀다 뽑았다 할 수 있기 때문에 말벌에 쏘였다고 해서 사람 피부에 독침이 남아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사람 피부에 독침을 남기는 것은 대부분 꿀벌입니다. 꿀벌은 침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생겨서 한번 침을 쏘면 사람 피부에 박히고 그 끝이 독주머니와 연결돼 있어 독주머니가 뽑혀 나옵니다. 이걸 손으로 만지면 터져서 벌독이 인체로 더 주입될 수 있기 때문에 독주머니가 터지지 않도록 카드나 핀셋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침을 뽑아내라고 하는 것이죠.
◇조태임> 말벌에 쏘이면 독침이 사람 피부에 박히지 않는다는 이야기군요. 사람 피부에 박히는 건 꿀벌이구요. 벌침이 피부에 박혔을 때 카드로 밀어내라 이건 맞는 이야기구요. 그런데 말벌에 쏘여서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꿀벌보다 말벌의 독이 더 독성이 강한가요?
◆선정수> 장수말벌이 꿀벌의 독보다 작게는 백배, 크게는 수백 배 강하다는 말이 퍼져있는데요. 사실이 아닙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경북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통해 말벌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해왔는데요.
4년 동안 수천 마리의 말벌을 모아 장수말벌, 등검은말벌 포함, 말벌류 다섯 종의 독성을 측정해 꿀벌의 독과 비교했습니다. 말벌 독을 정제해서 실험용 쥐를 이용한 반수치사량을 측정했는데요. 장수말벌의 독은 꿀벌과 비교했을 때 약 1.3배 정도 강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측정한 말벌류의 독성을 강한 순서부터 나열하면 장수말벌> 꿀벌> 좀말벌> 털보말벌> 등검은말벌> 왕바다리 순으로 꿀벌의 독 역시 무시할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벌은 꿀벌과는 달리 침이 일회성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쏠 수 있구요. 꿀벌보다 약한 독성을 가진 종류라고 하더라도 한 번에 주입되는 독의 양이 꿀벌보다 많고 집단공격을 하므로 더욱 위험하다고 합니다.
◇조태임> 꿀벌 독도 무시할 수 없기는 하지만 말벌이 더 위험하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군요. 말벌의 공격을 받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선정수>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2019년 <산림말벌 바로알기>라는 소책자를 펴냈습니다. 이 책에 보면 말벌에 관한 팩트체크가 실려있습니다. 말벌에 쏘이는 주요원인은 '말벌이나 말벌 집을 제거하려는 경우', '말벌 집을 실수로 건드렸을 경우'라고 합니다.
말벌을 목격했을 때는 말벌과 대적하지 말고 빨리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말벌의 공격이 시작됐다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거나 엎드려 있을 경우 이미 흥분한 말벌의 집중공격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벌집에서 10~20m 이상 벗어나야 합니다.
산에 갈 때 밝은 색 옷을 입는 것이 어두운 색 옷을 입는 것보다 말벌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적다고 합니다. 말벌의 최대 천적은 곰과 오소리인데요. 말벌이 어두운색을 더 많이 공격하는 성향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천적 동물들로 오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조태임> 뱀에 물리는 사고도 가을철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요? 뱀에 관련된 잘못 알려진 사실도 한 번 짚어보죠.
◆선정수> 소방청에 따르면 뱀물림 사고의 경우 9~10월 사이 이송 건수는 2019년 161건, 2020년 180건, 2021년 245건으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는 225건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뱀 중 독사로 알려진 종류는 살모사가 대표적입니다. 살모사, 쇠살모사, 까치살모사 등 3종류가 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꽃뱀이라고도 불리는 '유혈목이'는 오래도록 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비교적 최근에 독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유혈목이는 살모사보다 더 위험한 피부 세포를 괴사시키는 독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유혈목이의 독이 살모사 같은 독사류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살모사의 독은 치료 혈청이 개발돼 있지만, 유혈목이의 독에 대한 혈청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혈목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사류처럼 스스로 독을 만들지 않는데요. 먹이로 하는 두꺼비와 반딧불이(유충)의 독을 입 뒤 독샘에 보관하고 있다가 입안 깊숙이 있는 두 쌍의 독니를 통해 먹이 체내로 주입한다고 합니다.
◇조태임> 뱀에 물렸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선정수> 잡초가 많아 길이 잘 보이지 않을 경우엔 강한 발걸음 소리를 내거나 등산스틱으로 강하게 짚으면 뱀이 도망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아침이나 점심쯤 햇볕을 찾아 양지로 나오는 뱀들도 있으니 풀숲이 아니어도 조심해야 합니다. 또 긴 옷과 발목까지 덮는 등산화, 장갑 등 보호 장비 및 복장을 착용하면 좋은데요. 딱딱한 소재의 등산용 스패치(각반)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뱀을 만나면 잡으려 하지 말고 즉시 자리를 피해야 합니다.
뱀에게 물렸을 경우 즉각 119에 신고하고 구조를 요청합니다. 상처를 절개하고 피를 빨아내는 일은 뱀독 제거에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2차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입니다. 물린 곳에서 5~10cm 심장 가까운 쪽으로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로 묶고 빨리 후송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개나리광대버섯. 국립산림과학원 제공◇조태임> 산으로 들로 다니다보면 버섯, 도토리 등 임산물을 채취하는 분들이 눈에 띄는데요. 버섯과 관련된 잘못 알려진 사실도 있다면서요?
◆선정수> 가을은 송이버섯을 수확하는 계절입니다. 산을 찾았다가 버섯을 발견하고 함부로 먹다가 큰일을 당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버섯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도 굉장히 많습니다. ▲색이 화려하지 않은 버섯은 먹어도 된다. ▲세로로 잘 찢어지는 버섯은 모두 먹을 수 있다. ▲은수저 등 은제품을 검게 변색시키지 않는 버섯 요리에는 독이 없다. ▲벌레나 달팽이가 먹은 흔적이 있는 버섯은 먹을 수 있다. ▲독버섯은 버섯 대에 띠가 없다. ▲독버섯이라도 가지나 들기름과 함께 요리하면 독성이 없어진다. 이런 말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이런 속설은 모두 근거가 없다고 합니다. 산림청이 <독버섯에 관한 5가지 오해>라는 팩트체크를 내놨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버섯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다면 산에서 만나는 버섯은 무조건 먹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개나리광대버섯이라는 독버섯이 있는데요. 색이 화려하지 않지만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습니다. 2000년 16명이 이 버섯을 나눠먹고 2명이 숨지고 1명은 간부전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도토리, 버섯 등 산에서 나는 임산물 함부로 채취하다가 적발되면 크게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산림의 66%는 사유림입니다. 산에서 나는 임산물은 주인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엄밀히 말하면 사유재산 또는 국유재산입니다. 국립공원 지역 등 임산물 채취가 금지되는 곳에서 임산물 채취하다 적발되면 처벌됩니다.
그리고 재미로 도토리 주워가고 밤 주워가고 하시지만 산에서 사는 야생동물에게는 겨울을 나기 위해 꼭 필요한 식량입니다. 재미로 추억으로 도토리묵 쒀 먹고 밤 삶아먹고 하지만 그거 주워간 만큼 야생동물들은 식량을 빼앗기고 생존 위기에 빠지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입니다.
◇조태임> 진드기로 인한 질병도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는데요.
◆선정수> 걸리면 약도 없다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SFTS)도 야외활동시 주의해야 할 질병입니다.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SFTS의 치명률은 18.7%에 이릅니다.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80세 이상의 치명률이 1.71%인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치명적인 질환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 때문에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입니다. 고열, 오한, 근육통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쓰쓰가무시병도 가을철 진드기가 옮기는 병인데요. 역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조태임>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예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선정수> 1. 야외활동 시 풀밭 위에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않기 2. 돗자리를 펴서 앉고, 사용한 돗자리는 세척하여 햇볕에 말리기 3. 풀밭에서 용변 보지 않기 4. 야외작업 시에는 일상복이 아닌 작업복을 구분하여 착용하기 5. 옷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장화 신기 6. 작업 및 야외활동 시 기피제 사용하기 7. 야외활동 후 샤워를 하고, 옷은 털어서 반드시 세탁하기 8. 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이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기
이런 점들을 주의하시면 좋겠습니다. 몸에 진드기가 붙어있을 경우, 손톱으로 진드기를 터뜨리거나 무리해서 떼어내려 하면 진드기의 혈액에 의해 추가 감염 우려가 있으므로, 가까운 보건소나 의료기관에 방문해 제거해야 한다고 하네요.
◇조태임> 네, 당장 오늘 내일 나들이 가시는 분들, 이 내용 잘 숙지하시면 좋을것 같네요. 지금까지 뉴스톱 선정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