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의 구속 여부를 가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 심사)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증거인멸 우려'가 구속 여부를 결정할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백현동 개발특혜 비리 의혹과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영장 심사를 심리한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특혜로 성남시에 200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쌍방울로 하여금 북한에 800만달러를 대신 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대북송금 의혹으로 수원지검에서 두번째 조사를 마친 뒤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며 혐의를 일축했다. 반면 검찰은 "구속 필요성도, 증거도 충분하다"는 입장이어서 영장 심사에서 양측의 불꽃 튀는 법리 공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혐의 입증" vs "수사 부당성 강조"…檢-이재명, 영장 심사 집중
검찰은 14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이 대표 범죄 혐의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강조하면서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속팀 검사들은 주말에도 영장 심사에서 이 대표 측의 변호 진술을 구체적으로 반박할 'PT(프레젠테이션)' 발표 등 준비 작업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준비한 의견서는 1천 쪽이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일 심문에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백현동 개발 비리)와 수원지검 형사6부(쌍방울 대북송금) 소속 검사들이 함께 투입된다. 수사팀은 영장청구서 외에 이 대표에 대한 구속 필요성 검토보고 등이 담긴 수사기록 일체를 재판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검찰 측의 범죄 혐의 요지와 구속 필요성 등 설명이 끝나면 이 대표 변호인단이 이를 다시 반박하는 순서로 심문이 진행된다. 이 대표 측은 검찰 수사 과정에 입회한 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를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꾸려 심문에 대비하고 있다. 판사 출신의 김종근 변호사 등 3~4명이 영장 심사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은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찰의 주장을 깨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백현동의 토지 용도변경 허가는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이며 이 사건으로 '한 푼의 이익'도 얻은 게 없으므로 배임죄를 저지를 동기조차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부패기업가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전혀 모르고, 그가 북한에 지급한 800만 달러는 쌍방울이 독자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급한 것이며 북한 스마트팜 사업 지원 및 방북 추진 과정도 알지 못했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보고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증거인멸 우려' 관건…李 "수백 번 압수수색 해도 증거 못 찾아"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대표의 증거인멸 우려를 제대로 입증하는지 여부에 따라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관측이 많다. 검찰은 이 대표 주변에서 벌어진 증거인멸 시도를 다수 수사 과정에서 포착했다고 주장한다. 공직선거법 재판에서의 위증교사 혐의는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 포함했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 번복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재판 기록 유출 등 이미 현실화한 증거인멸 사례도 여럿 있는 점을 고려하면 반드시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백현동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이,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서는 이화영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 등이 이 대표의 공범이 구속 상태로 이미 수사와 재판을 받는 점도 강조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두 사건의 사실상 '정점'이자 '주범'으로 꼽히는 만큼 형평성을 고려할 때 구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 측은 범죄 혐의 대부분이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억지로 꿰맞춘 것에 불과할 뿐 아니라 관련 혐의 사실을 몰랐거나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최근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에 세 차례 출석하면서 "검찰이 수백 번 압수수색을 하고도 증거를 못 찾은 것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창훈 부장판사, 李 다시 심사…'건강' 변수 이재명, 출석 예정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가 지난 22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병상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심리를 맡은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검찰이 대장동 배임과 성남FC 뇌물 혐의 등으로 이 대표에 대해 첫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에도 영장 심사 담당이었다. 다만 당시에는 국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심문 절차 없이 '자동'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이번 심문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 진술에도 궁금한 점 등을 직접 물어보며 영장 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설명과 판사의 질의응답까지 이뤄지면 영장 심사는 상당히 긴 시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 대표를 둘러싼 혐의가 특경가법 위반(배임), 특가법 위반(뇌물), 위증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4가지로 광범위한 점을 고려하면 심사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26일 늦은밤, 또는 27일 새벽에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표의 건강 상태에 따라 영장 심사가 연기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대표 측은 단식 24일차인 지난 23일 단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회복 치료에 들어갔다. 영장 심사에 예정대로 출석할 방침이지만 갑자기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검찰 관계자는 "심사 일정 연기 요청 등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통상적인 절차와 원칙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