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제공이른바 '필리핀 이모님'들은 우리나라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 많은 관심만큼이나 여러 논란이 진행 중인 외국인 가사도우미(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범사업 서비스를 제공할 사업자 모집공고가 진행 중이고, 사업자가 지정되면 오는 12월에는 실제로 '필리핀 이모님' 100명이 서울 지역에서 활동하게 된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임금 문제는 어떻게 될까. 또 믿을 만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이 어디까지 왔고 어떻게 실행될지 미리 알아봤다.
1. 사업시행 시기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위한 준비는 거의 마친 상태다. 고용노동부가 가사도우미의 체류자격을 E-9비자, 즉 고용허가제를 통한 비전문취업으로 확정하고 송출국인 필리핀과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시범사업으로 서울지역에 한정해 파견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은 만 24세 이상이면서 육아와 가사관련 경력과 지식, 어학능력 평가, 범죄이력 등 신원 검증, 마약류 검사 등의 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시범사업 서비스를 제공할 사업자 모집공고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에서 지난달 15일에 공고가 났고, 22일에는 사업자 대상 설명회가 열렸는데 최종적으로 5개 사업자가 자격을 충족해 설명회에 참가했다.
사업자 선정도 조만간 매듭이 지어질 예정이어서 실제로 필리핀 이모님들이 가사도우미로 파견되는 시기는 대략 12월 초쯤으로 전망된다.
2. 아이 믿고 맡길 수 있을까.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E-9비자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서 선발된다. 일정 수준의 기준을 충족해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에 지원한 민간업체 H사의 이봉재 부대표는 "홍콩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모두 고졸 이상이고, 대략 60% 정도가 대졸 학력 이상"이라며 "육아 경험자도 60% 이상"이라고 말했다. 가사 서비스의 수준이 낮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뢰 문제도 사업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부대표는 "우버(차량공유 플랫폼)의 경우처럼 기사의 프로필이 공개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용자들의 댓글을 통해 평판이 쌓이게 되면 신뢰를 기반으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 차이와 언어 소통 측면도 "영어를 사용해서 소통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서비스가 좋으면 평판이 올라갈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활 영어가 되기 때문에 아이들의 영어 사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뢰와 평판이 쌓이기까지는 일정 부분 충돌과 혼란은 피할 수 없다. 시범사업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3. 입주가 아닌 출퇴근 시스템
시범사업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입주형 가사도우미가 아닌 출퇴근형으로 운영된다.
입주형 도우미는 우리나라 생활문화와는 맞지 않고, 폐쇄적인 환경으로 인권 문제 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가 가사 도우미들을 관리하고 파견하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시의 사업자 모집공고에서도 가사도우미 교육과 숙소, 이동, 노무관리 등 관리능력을 주요한 평가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에따라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은 민간 사업자가 마련한 기숙사형 숙소에서 대중교통이나 사업자가 제공하는 차량 등을 통해 출퇴근하면서 돌봄 서비스에 종사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범사업 기간 중에는 서울시내 또는 서울에 인접한 곳에 있는 연수시설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사업자가 인력을 관리하고 출퇴근 시스템으로 운용되면서 가사도우미 사용도 전일제 뿐 아니라 파트타임 이용도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가사도우미 한 명이 가까운 지역에서 파트타임으로 두 가정 이상을 돌보는 형태로 유연한 운영이 가능해 진다.
4. 최저임금 적용여부
가장 큰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사업을 처음 제안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시급을 적용하면 월 200만원이 넘는데 "문화도 다르고 말도 서툰 외국인에게 아이를 맡기며 200만원 이상을 주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시 제공 하지만 홍콩처럼 가정이 직접 외국인 가사도우미와 협상해 계약조건을 정한다면 모를까, 민간 사업자가 서비스를 중개하는 형태라면 최저임금 적용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현행법상 존재하지 않는다. 최저임금법이 고용인과 1대1 계약을 하는 '가사 사용인'의 경우만 법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숙소에서 출퇴근 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고, 숙소와 교통비, 생활비는 일부 지원이 있을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자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어느정도 유인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부대표는 "문화적으로 (입주는) 쉽지 않으니 출퇴근 형태가 됐고, 그러면 숙소비나 식비, 출퇴근 비용 등을 합치면 평균 80~100만원 정도는 들어가니까 가사도우미들이 가져가야 될 돈이 100만원 내외가 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수입이 어느정도 보장돼야 중간에 불법체류자로 빠진다거나 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내국인 가사도우미는 한달에 400만원 내외, 중국 교포분들은 350만원 내외를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구하기가 매우 어렵고, 일할 사람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적용으로 월 200만원 정도가 되더라도 수요는 충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전일제 도우미가 필요한 경우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대략 1년에서 2년 정도 기간"이라며 "그 이후에는 시간 단위의 파트타임 수요가 많아 시장에서 반드시 안정화 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5. 시범사업 적용대상
일단 시범사업으로는 필리핀에서 가사도우미 100명이 입국하게 되고, 서비스 제공 지역도 이 사업을 처음 제안한 서울시로 한정된다. 가사도우미가 100명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한부모 가정과 다자녀 가정에 우선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쓰고 싶어도 우선순위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반대로 최저임금 적용으로 비용 부담이 커서 사용하기에 부담이 크다고 느껴 이용이 저조할 수도 있다.
오 시장은 최악의 출생률 앞에서 "새로운 시도를 포기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황무지에서 낱알을 찾는 심정'으로 정책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은 돌봄 부담을 줄여주는 귀한 낱알이 되어줄까. 두달 앞으로 다가온 시범사업의 성패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