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넘어 세계 배드민턴 최고 스타로 우뚝 선 안세영. 항저우=노컷뉴스올해 배드민턴 최고 권위의 전영 오픈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무려 9개 대회를 휩쓴 여자 단식 최강 안세영(19·삼성생명). 이제 2023년의 화룡점정을 위한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안세영은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8전에서 부사난 옹밤룽판(태국)을 세트 스코어 2 대 0(21-12 21-13)으로 제압했다.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와 16위의 대결은 45분 만에 끝났다.
옹밤룽판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공격이 강점인 옹밤룽판은 잇따라 강한 스매시를 날렸지만 세계 최강의 수비수인 안세영을 뚫지 못했다. 여기에 상대 허를 찌르는 절묘한 드롭샷까지 옹밤룽판은 허탈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안세영 본인도 자신감에 차 있다. 이미 안세영은 이번 대회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해냈다. 중국과 결승에서 안세영은 천위페이(3위)를 완파하며 포효했다. 천위페이는 지난해까지 안세영에 8승 1패로 앞서 천적으로 불렸지만 올해 2승 6패로 밀려 있다. 더 이상 천적이 아니다.
1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 결승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천위페이를 상대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8강전 뒤 안세영은 "8강전 잘 준비한 것 같다"면서 "몸 상태가 80~90% 정도 올라왔지만 살짝 걱정되는 게 무릎 쪽이 안 좋은 거 같아서 그 부분만 빼면 괜찮다"고 현재 컨디션을 전했다. 이어 4강전에 대해 "누가 올라오든 몸에 그대로 나올 수 있게 훈련한 만큼 분석만 잘 하고 컨트롤만 잘 하면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인터뷰 당시 다른 8강전이 진행 중이었는데 허빙자오(중국)가 푸실라 신두(인도)를 꺾고 4강에 진출해 안세영과 맞붙게 됐다.)
주위 응원에 대한 반응도 귀띔했다. 안세영은 "(주변에서) '세계 랭킹 1위답게 잘 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오는데 '아직 1위 실력은 아닌 것 같은데'라고 답한다"면서 "그러면 '진짜 재수 없다'고 하더라"며 취재진의 폭소를 자아냈다.
또 3일 32강전 뒤 탁구 여자 복식 금메달을 따낸 신유빈(대한항공) 등 다른 선수들의 응원에 대한 후일담도 들려줬다. 당시 안세영은 "유빈 선수가 SNS로 '너무 멋있고,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직 답을 하지 못했다"면서 "수영 황선우(강원도청)도 그렇고 다들 메달 딴 선수들이 축하해주는데 신기하더라"고 전했다.
2일이 지나 안세영은 "유빈 선수가 아직 많이 축하를 받고 있을 거기 때문에 내 거(메시지)를 잘 볼 수 있을 때쯤 (연락)할 생각"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현지 응원단에 대해 "이렇게 많은 중국 관중 사이에서 태극기를 보면 큰 자부심을 느끼고 든든하다"면서 "저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있구나 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고 뿌듯한 마음도 드러냈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안세영이 5일 항저우아시안게임 8강전 뒤 함께 대결했던 태국의 옹밤룽판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항저우=노컷뉴스자신감의 원천은 앞서 언급한 대로 훈련이다. 단체전에서 전력을 쏟아부었던 안세영은 "많이 힘들긴 한데 '내가 이러려고 새벽(훈련)을 했나 싶기도 해서 괜찮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누가 올라오든 모든 선수들이 어려운 경기를 하기 때문에 다 긴장하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내가 훈련한 대로 한다면 충분히 하고 싶은 플레이를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강조했다.
안세영이 허빙자오와 6일 4강에서 만난다. 5위인 허빙자오는 지난해까지 안세영에 4연패를 안겼지만 올해 통산 상대 전적이 5승 4패로 안세영의 우세로 바뀌었다. 허빙자오는 단체전 결승에서 18위인 김가은(삼성생명)에 0 대 2로 진 바 있다.
4강에서 이기면 결승에서는 천위페이와 만날 가능성이 있다. 천위페이는 이날 김가은과 8강전을 펼친다.
8강전에 대해 안세영은 "가은이 언니가 충분히 잘 해서 천위페이는 게임이 안 될 거 같다"면서 "공격력이 워낙 강해서 걱정하고 있지 않고, 내 경기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선수끼리 결승에서 붙으면 좋겠다"는 취재진의 말에 안세영은 애매한 말투로 "그럴까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