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프트테니스 여자 대표팀 간판 문혜경이 7일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들고 코트를 돌고 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한국 소프트테니스(정구)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드디어 첫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 간판 문혜경(26·NH농협은행)이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문혜경(NH농협은행)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센터 테니스 코트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에서 다카하시 노아(일본)를 눌렀다. 게임 스코어 4 대 0 완승을 거뒀다.
위기의 한국 소프트테니스를 구했다. 대표팀은 앞서 남녀 단체전과 혼합 복식에서 모두 일본과 4강에서 지면서 동메달에 머물렀다. 이날 남자 단식 4강에서도 윤형욱(순창군청)이 대만의 쩡유성에 타이 브레이크 끝에 분패하면서 결승행이 무산됐다.
한국 소프트테니스는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2002년 부산, 2014년 인천에서 7개 금메달을 석권하는 등 최강으로 군림해왔다. 전체 41개 금메달 중 25개를 휩쓸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5개 금메달 중 앞서 4개를 놓쳤다.
자칫 노 골드에 그칠 상황에서 문혜경이 힘을 냈다. 문혜경은 여자 단체전은 물론 김현수(달성군청)와 나선 혼합 복식에 단식까지 3개 종목을 모두 치러야 했다. 4강전 뒤 "3개를 뛰려니 좀 힘이 들고 다리가 무겁다"고 했던 문혜경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힘을 짜내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 대회 아쉬움도 털었다. 문혜경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에 졌다. 혼합 복식까지 모두 은메달에 머물렀다. 5년이 지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 문혜경은 "반드시 금메달을 따내 일본에 졌던 아쉬움을 풀겠다"고 다짐했다.
문혜경이 7일 여자 단식 결승에서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협회과연 그 다짐을 지켰다. 다카하시는 이번 대회 단체전과 혼합 복식까지 2관왕을 달성한 강적. 여기에 까다로운 왼손잡이였다. 그러나 문혜경의 노련함이 한 수 위였다.
문혜경은 첫 게임에서 잇따라 절묘한 드롭샷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다카하시가 안간힘을 썼지만 더블 바운드가 되거나 문혜경에게 쉬운 찬스를 내줘 역공을 당했다.
2게임에서도 문혜경은 상대 드롭샷을 받아낸 뒤 역으로 드롭샷을 구사해 득점했다. 특유의 날카로운 커트 서브에 다카하시가 리시브를 날린 가운데 문혜경은 상대 허를 찌르는 포핸드 다운더라인으로 게임 스코어 2 대 0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문혜경은 여유 있는 로브까지 구사해 승리를 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