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 문동주. 연합뉴스 한국은 지난 3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본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노메달에 이어 또 한 번 자존심이 크게 꺾였다. 강력하고 빠른 공을 던지는 상대 투수에게 타자들이 고전한 반면, 한국 투수들이 던지는 공은 상대적으로 느리고 약해보였다.
이후 '파워 피처'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자연스럽게 한화 이글스의 유망주 문동주에게 시선이 쏠렸다. 문동주는 올 시즌 KBO 리그에서 사상 최초로 시속 160km가 넘는 공을 던지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파이어볼러로 입지를 다졌다.
문동주의 진가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빛을 발했다.
문동주는 7일 오후 중국 항저우 인근의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만과 야구 결승전에서 압도적인 호투를 선보였다.
문동주는 6이닝 동안 탈삼진 7개를 곁들이며 볼넷 없이 3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마운드를 굳게 지켰다.
사오싱 구장의 스피드건은 대회 기간 내내 오락가락 했지만 문동주의 공은 육안상으로도 빠르고 강력했다. 스피드건에 시속 160km가 넘는 공이 찍히기도 했다.
한국은 문동주의 호투를 발판삼아 대만에 2-0 승리로 설욕하고 4회 연속 아시안게임 우승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투타의 조화가 중요한 경기였다. 한국 야수들은 대만과 예선전 패배 이후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마운드의 기량이 만만치 않은 만큼 초반에 주도권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투타의 조화가 반드시 필요한데 문동주가 한 축을 담당했다.
대만에는 파워가 좋은 타자가 많다. 지난 2일 예선에서 이미 문동주의 공을 경험한 대만 타자들은 적극적으로 빠른 공을 노렸다. 그러나 문동주는 물러서지 않고 강하게 공을 뿌렸고 포수 김형준과 좋은 호흡을 보이면서 대만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들었다.
문동주의 호투가 더욱 대단했던 이유는 '익숙함'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문동주는 지난 2일 대만과 예선전 선발투수였다. 4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초반에 장타 2개를 맞아 점수를 내줬고 폭투에 따른 실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대만 타자들이 문동주의 스타일을 파악했다는 점이 이날 경기의 변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보란듯이 이겨냈다.
반면, 대만의 선발 린위민은 이날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여전히 강한 투구를 자랑했지만 6이닝 무실점으로 한국을 압도했던 예선전 결과와는 사뭇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