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국토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경제성 분석 결과 발표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준호 국회의원실 제공국토교통부가 비용 대비 편익(B/C)을 토대로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의 당위성을 거듭 앞세웠지만,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의혹과 관련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양평고속道 '원안vs대안' 경제성 비교…"국감 방어용"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가 양평고속도로의 예비타당성조사안(양서면 종점의 원안)보다 종점을 강상면으로 바꾸는 대안의 B/C값이 0.1 더 높아 경제성이 우수하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야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5일 본사업 타당성조사 과정에서 원안과 대안의 B/C를 측정한 결과 각각 0.73, 0.83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요되는 비용 대비 사업을 통해 얻을 편익의 규모를 비교한 수치로, 두 노선 모두 사업성 판단 기준인 1에는 미치지 못했다.
사업비를 포함한 비용은 대안이 600억 원 더 많지만, 사업 편익이 원안보다 크게 앞선다는 게 요지다. 총 사업비는 원안이 2조 498억 원, 대안노선은 2조 1098억원으로 추산됐다.
첫째는 시점에 대한 비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토부가 B/C값을 발표한 것은 변경안의 우수성을 강조하려는 '명분 쌓기용'이라고 주장한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김두관 의원은 "국토부는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을 지난해 5월 보고받고 1년 4개월이나 지나 B/C 결과를 공개했다"며 "공개 시점을 보면 이번 국토부의 발표가 명백한 공세 모면용 수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통예측·분석 시연하는 경동엔지니어링 박상훈 이사. 연합뉴스또 B/C값에 대한 불신과 함께, 두 노선의 경제성 비교가 대통령 처가를 위한 특혜의혹의 본질과는 무관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욱 의원은 "올해 12월 서울~춘천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 연결이 완료될 예정인데 춘천선~중부내륙선이 연결되면, 북쪽에 종점이 있는 예타안의 교통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과연 국토부가 이런 상황을 고려해 교통량을 측정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한 달 만에 급조한 B/C 분석이 얼마만큼의 정확도를 가졌는지 의심이 든다"며 "이렇게 금세 B/C를 도출할 수 있었다면 용역사가 종점변경 발표 이전에 미리 검토하지 않았는지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 △백지화 선언 후 실시설계비 편성의 이중행보 △과학적 근거 없이 노선부터 변경하는 안이 등장한 경위 △양평군청 공무원들의 정치중립의무 위반 등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한준호 의원은 "두 종점안을 비교하는 B/C값을 발표했지만 두 값 모두 1을 넘지 못했고 그 차이마저 0.1에 불과해, 이제는 경제성에 따른 종점안의 우위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며 "효과가 미미하다면 모든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종점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시민사회도 '국토부가 용역업체를 앞세워 통계조작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B/C 분석은 타당성 조사 설계업체인 경동엔지니어링 등이 맡았다.
김연호 양평여민동락 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토부가 발표한 B/C 분석 결과는 예타 노선이 아니라 국토부가 가상으로 만들어낸 예타 반영 노선"이라며 "타당성조사 착수 50일 만에 강상면 종점안을 만들어 낸 용역업체가 예타 반영안이라는 새로운 노선을 만들어 통계 조작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고속도로 종점이 강상면으로 반드시 가야 할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무리수"라며 "강상면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지 않았다면 종점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사업비·혼잡도·지가 등 심층적 검증 필요"
양평고속도로 노선도와 경제성 분석 결과표. 국토교통부 제공업계 일각에서는 두 노선의 경제성 비교 과정에서 책정된 사업비와 편익 등과 관련한 의문도 제기됐다.
25년 이상 국가 도로분야 설계사와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해 온 A박사(도로 공항 기술사)는 현재 공개된 자료 만으로는 대안 노선의 사업비 증가분과 도로 혼잡도 증가에 따른 편익 축소분 등이 제대로 측정됐는지 검증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물음표를 던졌다.
먼저 A박사는 대안의 노선 길이가 2㎞ 더 길고 나들목(IC) 1개가 추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국토부 도로업무편람 내 도로건설단가에 따른 공사비와 운영비 등을 합한 사업비는 할인율(4.5%)을 적용해 1700억 원대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토부의 '2022년 도로 업무편람'의 도로 건설단가를 살펴보면, 본선(4차로 기준)의 공사비와 보상비는 각각 1km당 431억원과 50억원이다. 따라서 공사구간이 2km가 늘어나면 공사비(862억원)와 보상비(100억원)로만 962억원이 증가한다.
또 업무편람에는 나들목(IC) 1개를 설치하는데 377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특히 나들목의 경우, 관리운영비와 일상보수비 등으로 운영비가 매년 40억 가량이 추가로 들어간다.
물론 구조물인 교량과 터널 수량의 증감에 따라 사업비 격차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 발표 내용 중 교량과 터널 총 길이가 감소한 규모(각 0.1㎞)로 인해 사업비 격차가 절반 이상 줄어드는 데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A박사의 분석이다.
<표> 총사업비 증가분 검토와 <표> 나들목 추가 운영비 검토. 국가 도로분야 설계전문가 A박사 분석 자료 발췌다음은 교통량 증가로 인한 혼잡도에 따른 편익 축소, 즉 이동시간이 늘어나는 요소를 경제성 평가에 제대로 반영했느냐다. A박사는 "교통량이 늘어나 국지적으로 교통이 개선되더라도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지점에서 혼잡이 발생하면 편익은 반감된다"며 "이런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편익 계산에 반영됐는지 심층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양평군청 앞에 사업 재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종민 기자또한 그는 "공시지가가 높은 지역을 통과함에 따라 증가하는 보상비도 세밀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라며 "교량과 터널 개수 자체가 증가하면 총 사업비와 운영비가 함께 증가한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예타안은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가 오랜 기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검토해 최적 노선이라고 (잠정) 판단한 것인데, 다른 노선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내용 자체가 기존에 잘못된 계획과 검토를 인정하는 결과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토부 "사업 재개 위한 B/C 분석, 검증도 가능"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형평성 있는 데이터 적용과 과학적 공식 등을 통해 도출한 결과로, 신빙성과 절차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CBS 노컷뉴스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상당 부분 분석돼 있던 기초 자료들에 기반해 9월부터 타당성조사 부분 재개로 B/C 분석을 실시한 것"이라며 "지난해 5월은 착수보고 시점으로 대안의 검토방향에 대해서만 제시한 것이어서 경제성 분석은 불가능한 시기였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 비용-편익 분석은 노선이 수시로 바뀌는 타당성조사 중간에 하기 보다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거친 후 최적노선이 확정되는 완료단계에서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춘천선~중부내륙선과의 연계성에 대해서는 "(B/C 분석에) 반영돼 있다"며 "교통시설투자평가지침에 재정사업의 경우 실시설계가 완료된 사업부터 반영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각종 의혹으로 사업의 추진이 어려워 불가피하게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중단했다"며 "여건이 조성되면 내년에 설계 착수가 가능함에 따라 충분한 설계비 예산을 반영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국회 등에서 노선별 경제성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돼 논란 해소와 사업 재개를 위한 절차의 일환으로 B/C 분석을 한 것"이라며 국감 방어용 의혹을 일축했다.
사업비와 편익 측정에 대한 의문점에 관해서는 "표준공사비는 평균 공사비 값으로 현장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보도자료에 세세하게 사업비 차이 사유를 기재하진 못했으나, 토공과 출입시설비 차이, 보상비(공시지가 감안) 등 세부 항목의 차이가 종합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실제 사업비는 시공 환경, 교량 형식, 물량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영향권 내 발생한 정체 해소, 혼잡 발생 등으로 인한 모든 편익(정, 부)도 포함해 계산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국토부는 "타당성조사는 추진 확정된 사업의 최적 노선을 찾는 단계"라며 "(사타, 예타 등) 각 조사별 목적과 방법이 다른 것이지 기존 계획·검토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용역사의 경제성 분석 과정에 대한 신뢰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제3자 전문가 검증'을 국회에 요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