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7일부터 2022년 5월 25일까지 진행된 연구용역('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 제공질병관리청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연구용역 보고서 결과를 의도적으로 비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보고서는 오염수가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장기간 추적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질병청은 일본 정부의 방류계획이 확정되기 전
'예비조사'일 뿐 고의적 은폐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앞두고 비공개 연구용역 목록을 제출하라는 국회 요청에 해당 보고서는 누락한 채 회신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이 질병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는 "100mSv(밀리시버트) 이하의
저선량 방사선에 대해서는 아직 인체에 직접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태"라고 기술하고 있다.
질병청이 의뢰하고 대한응급의학회·대한재난의학회가 주관기관으로 참여한 이 보고서(연구책임자 최대해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선량 방사선이 실제 인체 내에서 발병에 이르기까지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로 인해 방사선에 의한 피폭선량은 현저히 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명
알프스(ALPS)라 불리는 다핵종제거설비의 정화능력을 두고는 "검증된 바가 없어 신뢰하기 어렵다"며 향후 오염수 방류에 따른 국민 건강영향평가가 '전향적으로 조사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전 오염수 방류를 '과학적 방류'라 칭하며 인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여론을 '가짜뉴스'로 싸잡은 당정의 입장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보고서는 △원전수 방류 시 나오는 물질의 각 총량 △국민의 지역별 기초 방사선 조사량 결과값 △추적해야 하는 수산물·방사성 물질 선정 △국내 수산물 섭취 유통량 조사 등을 통해 '국민 1인당 방사선 누적 총량'을 계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원전 오염수 방류 시 6개월에서 2년 이내에 최초 오염수에 의한 영향이 발생 시작하며 방류가 지속되거나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 동안 장기간 인체에 축적돼 누적 영향에 의한 유해성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최소 20년 이상의 장기간 추적 조사를 통한 빅데이터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해당 연구는 앞서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이후인 지난 2021년 말 착수해 지난해 5월 마무리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시작된 용역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종료된 것이다.
문제는
질병청이
지난해 8월 이 결과보고서를 정보공개법(제9조1항 5호)을 근거로 '비공개' 결정했다는 점이다. 질병청은 오염수 관련 국민적 우려를 '괴담'으로 간주하고 있는 대통령실 및 여당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논의와 검토 등 의사결정과정이 진행 중인 점은 감안해 법률에 의거해 비공개 설정한 것이지, 연구 결과를 숨긴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연구보고서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계획이 확정되기 전, 일본의 오염수 방류 데이터를 자세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예비조차 차원으로 수행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원전오염수의 위험성 등 과학적 안전성을 조사·분석한 내용이 아니란 것도 강조했다.
질병청은 아울러 "일부 내용만 부각하는 것은 국민 혼란을 가중할 수 있으므로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 제공강선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국감 현장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강 의원은 지영미 질병청장에게 "담당 사무관이 방류 전 사전조사 차원 연구용역인 데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이라 비공개했다고 했다. (오히려) 이슈가 될수록 공개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보고서 내용을 들어 "그동안 '처리된 오염수는 안전하다'는 윤석열 정부의 말과는 다르고, 현 정부에서 비공개 결정이 난 것"이라며 "(질병청이) 용산이나 여당의 눈치를 보며 비공개한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비공개 연구목록을 제출해 달라'는
같은 당 최혜영 의원실의 요청에 질병청이 제공한 답변에는 오염수 관련 연구용역 보고서가 아예 빠져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 제공
최 의원은 "국감을 성실히 받아야 할 질병청이 국회 복지위에서 의결돼 모든 의원이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누락했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며 "이제 와 고의 누락이 아니었다며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전 국민이 오염수의 인체 영향에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된 목록만을 누락한 것은 국민을 속여보려는 뻔한 의도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지 청장은 "최 의원이 요구하신 비공개 연구용역에 (해당 자료가) 누락된 것에 대해 기관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고의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올) 6월 정도에 이런 용역이 있었단 사실은 보고를 받았지만, 최근까지 깊이 인식은 못하고 있었다"며
비공개 결정 주체에 대해서는 "(담당) 국 차원에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사전 보고 여부를 묻는 강 의원의 질의에는 "8월에 복지부와 국무조정실에는 (보고서 내용이) 공유된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이상의 공유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부인하는 취지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