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3-2024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페퍼저축은행 박정아 선수가 출사표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김천 한국도로공사 도로공사의 기적과도 같은 우승을 일궈낸 에이스 박정아(30·187cm).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던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로 둥지를 옮겼다.
박정아는 "무조건 봄 배구"라는 출사표를 던졌고, 어린 선수들이 다수 포진된 팀에서 베테랑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박정아. 연합뉴스박정아는 12일 서울 청담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미디어 데이에서 "이적이 처음은 아니어서 떨리거나 그러진 않고, 새롭고 재밌다"고 이적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승팀이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다. 도로공사는 언니들이 많은 팀이었고 페퍼는 확실히 어린 선수들이 많은 팀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분위기 차이가 있다"면서도 "어린 선수들이 많은 팀이어서 그런지, 항상 분위기가 밝다"고 팀 분위기를 알렸다.
또 박정아는 "언니들이 많은 것과 동생들이 많은 것 둘 다 좋다"고 팀 분위기도 전했다. 이어 "언니들한테 잘 배웠고, 동생들한테 더 잘 전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정아는 세터 이고은과 재회했다. 지난 21-22시즌까지 도로공사에서 한솥밥을 먹던 두 선수는 FA 자격을 얻은 이고은이 페퍼로 이적하면서 다른 팀으로 만나야 했다. 이고은을 다시 만난 박정아는 "고은이와 벌써 세 번째 같은 팀"이라며 "이제는 더 잘 맞을 것이라 생각하고, 고은이와 더 많은 대화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페퍼는 어느 팀보다 베테랑 선수의 역할이 중요한 팀이다. 신생팀이라 상대적으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선수가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세트 막판만 가면 흔들리며 세트를 내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박정아도 이를 느끼고 있었다. "훈련 중 점수를 매기며 평가전을 했을 때, 세트 막판만 되면 후배들이 긴장하는 것 같았다"는 것. 박정아는 후배들에게 "'훈련인데도 왜 긴장을 하냐'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팀을 밖에서 봤을 땐 선수들이 경험이 많이 없어서 조금 불안해 보였다"며 "자꾸 지는 경기를 하면 또 그런 순간이 오면 또 질 것 같고 질 것 같고 이러니까 약간 불안한 그런 팀 전체적으로 불안한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리베로 오지영. KOVO 제공그래도 박정아는 희망적으로 팀을 전망했다. "저, (오)지영 언니, 좋은 외국인 선수 야스민까지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더 많아져서 팀에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는 것이다.
이어 후배들에겐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경험이 조금 많이 부족하다. (이)한비나 그런 친구들을 제외하면, 게임을 많이 못 뛰었던 선수가 많은데 앞으로 다 시간이 많아 발전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조언했다.
출사표 밝히는 페퍼저축은행 조 트린지 감독. 연합뉴스조 트린지 감독의 배구엔 잘 적응하고 있을까. 박정아는 트린지 감독에 대해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감독"이라고 표현했다. 박정아는 "스텝 하나하나와 같이 디테일한 부분을 많이 신경 쓰신다고 동료들한테 들었다"며 "훈련 시간에 저희한테 강조해 얘기하시는 부분도 그런 작은 거 하나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훈련을 많이 해본 건 아니라 감독님에 대해서 잘 모르겠어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시즌 시작되면 감독님이랑도 대화를 더 많이 할 것이고,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배구를 저도 잘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페퍼저축은행 박정아. 연합뉴스박정아의 이적으로 페퍼저축은행의 위상도 많이 달라졌다. 이날 본 행사에서 챔프전 진출이 예상되는 강팀과 선수 이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팀을 묻는 질문에 7개 구단 모두가 페퍼저축은행을 고른 것.
박정아의 시즌 목표 역시 '봄 배구'다. 박정아는 "개인 목표는 없다. 봄 배구까지 가는 것이 내 목표"라고 단언했다.
과연 승부사 박정아가 21-22시즌에 3승 28패, 22-23시즌에 5승 31패로 두 시즌 연속 최하위였던 팀을 정상급 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두고 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