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 연합뉴스2023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두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만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가 지난 3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발표한 프리시즌 파워 랭킹에서 텍사스는 19위, 애리조나는 21위에 각각 자리했다.
ESPN을 비롯한 다른 스포츠 매체들의 평가도 비슷했다. 두 팀을 포스트시즌 진출 후보로 보는 시선조차 많지 않았다.
하지만 두 팀은 언더독의 반란을 합작했다. 애리조나는 내셔널리그에서, 텍사스는 아메리칸리그에서 각각 하위 시드인 와일드카드로 출발해 우승 후보들을 연파하고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애리조나와 텍사스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100승 이상을 거둔 LA 다저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디비전 시리즈에서 만난 3승 무패 완승을 거뒀다.
기세를 몰아 챔피언십시리즈에서 7차전 접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월드시리즈 티켓을 땄다.
텍사스는 최근 아메리칸리그의 꾸준한 강자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제쳤고 애리조나는 내셔널리그 최다승 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제치고 올라온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돌풍을 잠재웠다.
통산 세 번째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텍사스는 첫 우승에 도전한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 연속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각각 패한 아픈 경험이 있다.
텍사스는 강력한 타선을 자랑한다. 포스트시즌 팀 OPS(출루율+장타율) 부문에서 0.825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12경기에서 홈런 22개를 때리며 71득점을 쓸어담았다.
올해 가을야구에서 7홈런, 20타점으로 활약한 아돌리스 가리스아, 포스트시즌 OPS 1.127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출루와 장타 능력을 발휘 중인 코리 시거를 필두로 에반 카터, 조시 영 등의 방망이가 뜨겁다.
마운드에서는 네이선 이볼디의 활약이 눈부셨다. 월드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내정된 이볼디는 올해 포스트시즌에 네 차례 등판해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텍사스에 맞서는 애리조나의 지난 마지막 월드시리즈 진출은 국내 야구 팬에게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애리조나는 김병현이 뛰었던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를 밟았다. 당시 애리조나는 뉴욕 양키스를 누르고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2001년 당시 김병현은 팀의 마무리 투수로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애리조나는 랜디 존슨, 커트 실링의 강력한 원투펀치를 앞세워 7차전 접전을 승리로 마무리 했다.
애리조나는 정규리그에서 17승 9패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한 에이스 잭 갤런을 앞세워 1차전을 맞이한다.
다만 갤런은 최근에 부진했다. 챔피언십시리즈 2경기에 등판해 모두 패전투수가 됐고 총 11이닝 동안 9실점 하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애리조나 메릴 켈리. 연합뉴스애리조나 코빈 캐롤. 연합뉴스하지만 애리조나에게는 강력한 불펜이 있다.
포스트시즌 들어 살아난 애리조나 불펜진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팀이 기록한 9승 가운데 5승(디시전 기준)을 책임졌다. 총 49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94, 탈삼진 47개를 기록하며 애리조나의 끈끈한 경기력을 지탱했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소속으로 KBO 리그에서 뛰다가 메이저리그로 역수출된 메릴 켈리의 활약 여부가 관심을 끈다. 켈리는 올 가을 3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하며 애리조나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타선에서는 케텔 마르테의 감이 좋고 신인 코빈 캐롤을 앞세운 '뛰는 야구'의 위력이 매섭다. 애리조나는 올해 포스트시즌 12경기에서 16도루를 성공했다. 베이스 크기 확대 등으로 도루가 크게 늘어난 메이저리그의 변화를 가장 잘 활용한 팀이다.
두 팀의 월드시리즈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28일 오전 9시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막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