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 제공프로배구 남자부에서 등장한 '서브 이중 동작'에 대한 논란이 커지던 와중, V-리그 남녀부 14개 구단 감독은 이 행위를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논란의 시발점은 지난달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 빅스톰과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경기였다. 한국전력 세터 하승우(185cm)가 2세트 중 서브를 넣을 당시, 동작을 잠시 멈춘 후 공을 때렸다.
이 행동에 속은 현대캐피탈 아포짓 스파이커 아흐메드 이크바이리(200cm)가 포지션을 미리 움직여, 심판은 '포지션 폴트'를 선언했고 한국전력이 1점을 따게 됐다.
현대캐피탈도 3세트에 그대로 응수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김선호(187cm)가 하승우와 똑같이 서브 도중 이중 동작을 취하며 하승우의 포지션 폴트를 유발한 것이다.
KOVO 홈페이지 캡처국제배구연맹(FIVB) 배구 규칙에 따르면, 각 팀은 볼이 서버에 의해 타구 되는 순간 로테이션 순서에 맞춰 자기 팀 코트 내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포지션 폴트'로 판정돼 점수 1점을 상대에게 헌납한다. 또 서버는 주심이 서비스 허가 휘슬을 분 뒤 8초 안에 볼을 타구해야 한다.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 경기의 경우, 주심이 서브 휘슬을 분 뒤 페이크 동작이 있더라도 8초 안에 공이 손을 떠났기 때문에 정상 서브로 인정이 됐다. 그러나 페이크 동작에 속은 선수들이 공이 타구 되는 순간 정해진 위치를 벗어나 움직였기 때문에 포지션 폴트로 선언된 것이다.
서브 이중 동작은 지난 8월 V-리그 개막 직전 열린 KOVO컵에서 처음 나왔다. 일본 초청팀 파나소닉 팬서스와 한국전력의 경기였다.
파나소닉 미들블로커 고다마 야스나리(195cm)는 한국전력 선수들이 서브 직후 미리 공격 위치로 움직이는 것을 이용해, 서브를 위해 달려가는 척하다가 멈춘 뒤 공을 넘겼다. 이중 동작에 속은 한국전력은 점수를 헌납하고 말았다.
이후 고다마는 "페이크 서브는 이태호(201cm)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쓴 전략"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서브를 넣고 있는 현대건설 모마. KOVO 제공그러나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이 속임 행위를 정당한 전술 중 하나로 바라볼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지난달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경기를 앞두고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어필했다.
차 감독은 "그 영상을 봤는데, 사실 좋게 보지 않는다"며 "제 개인 소신으로는 그렇게 가르쳐서도, 시도해서도 안 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굉장히 비신사적인 행위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프로배구 여자부 감독들. KOVO 제공이 생각은 차 감독만의 의견은 아니었다. 차 감독에 따르면, 여자부 감독들 단체 채팅방에서도 관련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차 감독은 "여자 배구만큼은 이런 걸 지도하지 말자고 얘기했다"며 "모든 감독님들이 동의했다. 많은 감독님들이 해당 영상을 보고 장문의 글을 남겨 동의했다"고 전했다.
또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도 이날 경기 전에 만나 관련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차 감독은 "혹시나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질까 봐, 적어도 우리끼리는 그러지 말자고 얘기했는데, 아본단자 감독 역시 절대적으로 동의했다"고 알렸다.
이어 차 감독은 "배구가 변질돼 가고 있다", "배구 팬들로 하여금 보기 좋지 않은 장면이 연출 된다", "정정당당하지 않다",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등 강한 어조로 이 행위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