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장제원 위원장의 회의진행 방식에 항의하며 퇴장한 가운데 열렸다. 윤창원 기자박민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목도한 언론계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자격 없는 낙하산"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판과 함께 "즉시 사퇴하라"는 촉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8일 낸 'KBS 붕괴와 방송독립 파괴의 미래, 박민은 즉시 사퇴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전날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보인 박민 후보자와 여당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대통령실을 장악한 극우 뉴라이트의 인식을 복사해 붙인 듯한 박민의 헛소리들은 익히 예상된 답변"이라며 "용산발 낙하산을 타고 공영방송 사장 자리에 앉으려는 무자격자를 결사 옹위하려는 국민의힘의 논리는 빈약하다 못해 천박하다"고 지적했다.
"어제 청문회에서 나온 여당의 질의는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공영방송 - 보도의 편향성 - 제작 자율성을 앞세운 방송 장악'이라는 몇 년째 반복하고 있는 허위사실의 조악한 조합이다. 박민 역시 KBS가 '노영방송'이라는, 노조혐오에 찌든 여당발 허위사실을 반복적으로 주장하며 '젊은 방송인들의 제작 자율성이 과도해 문제를 일으켰다'는 궤변까지 늘어놨다."
언론노조는 "방송 제작 현장에 대한 무지와 천박한 이해도 문제지만,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만든 편성규약과 상위법인 방송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KBS 사장이 되겠다는 자가 앞으로 대놓고 위법과 월권을 저질러서라도 방송에 개입해 '땡윤극우방송'으로 KBS를 몰고 가겠다는 선언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힘과 박 후보자에게 정중히 알려 드린다. 방송법 제51조(집행기관의 직무등) 제1항에는 '사장은 공사를 대표하고, 공사의 업무를 총괄하며, 경영성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적시돼 있다"면서 비판을 이어갔다.
"KBS 사장은 KBS의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 그런데 박 후보자는 이 '총괄'의 뜻을 보도 개입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는 '정확하게 확인이 안 된다면 보도를 유보'해야 하고 보도본부장에게 사실 여부 확인을 지시하겠다고 답변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심기 경호'를 위해 박 후보자의 말대로 보도 통제를 일삼다가 시민들의 분노에 떠밀려 옷을 벗은 KBS 전 사장, 길환영이라는 자가 있었다. 대통령과는 술잔을 기울이고, 언론장악 집행관 이동관을 '형'이라고 부르는 자가 KBS 사장이 돼 보도에 개입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게 게이트 키핑인가. 그것은 명백한 윤석열 정권의 보도검열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자에게 어떻게 공영방송 업무의 총괄을 맡길 수 있는가."
또한 "설혹 눈꼽만큼의 선의를 인정한다 해도 자신이 몸담았던 신문사에서 편견과 혐오, 극우적 시각에 찌든 정치선동 칼럼을 쏟아내고, 온갖 문제적 오보를 양산했던 책임자였던 박 후보자가 게이트 키핑을 운운할 자격이나 되는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성토했다.
"KBS 사장은 KBS의 경영성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수신료 재원 감소에 대한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했고, 구조조정을 언급하며 구성원들에 대한 협박부터 시작했다. 심지어 방송법에 대한 이해도 없이 자산 활용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의 '언론노조 장악' 타령과 박 후보자의 어처구니 없는 답변으로 끝난 어제의 청문회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언론노조는 "언론노조, 언론현업단체, 시민단체의 강력한 요구에도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면서 "현행법이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하며, 따라서 박 후보자와 같은 대통령의 아바타를 공영방송 수장으로 세울 수 있다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박 후보자에게 요구한다. 윤석열 정권이 KBS 장악을 위해 취한 위헌적이며 위법적인 조치들을 바로잡기는커녕 더 가속화하고 싶다면 KBS 사장이 아니라, 용산으로 가라"면서 "방송자율성 파괴, 언론자유 농단, KBS 몰락 주범으로 역사에 기록되기 싫다면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현 정부 입장 앵무새처럼…편파·정파성 지적할 자격 있나"
박민(왼쪽) KBS 사장 후보자와 KBS 전경. 황진환 기자·KBS 제공언론노조 KBS본부 역시 같은 날 '낙하산 박민은 공영방송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영방송을 바라보는 현정부의 그릇된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다시 한 번 본인이 공영방송 수장이 될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KBS는) 최근에는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방송으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 "이제 국민들은 KBS 내부 인사로는 KBS를 개혁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KBS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가장 큰 이유가 뭐라 보느냐'는 물음에 "역시 첫 번째는 거의 의도적인 혹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불공정 보도, 편파 보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KBS본부는 "KBS의 보도와 제작 프로그램에 대해 편향적 시각을 대놓고 드러냈다"며 "그 편향성의 근거조차 빈약했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KBS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공정성에 대해서 부정 의견이 32.5%, 긍정이 18%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단장취의(斷章取義·문장 일부를 인용해 자기 의사를 표시하거나 본래 의미와 달리 자기 입장에 맞도록 사용하는 행태)한 것이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과거와 비교해 공정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KBS 뉴스는 정확하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질문에서 긍정 답변이 60.3%를 기록했다. 부정 답변 비율 36.9%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 박 후보자는 문화일보 기자 시절 이렇게 자기 기사에 유리한 팩트만 골라서 쓴 건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이어 "편파성과 관련해 내로남불식 답변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면서 "KBS에 대해선 가짜뉴스로 인해 신뢰도가 추락했다고 날을 세우더니 문화일보 시절 낸 자신의 오보에 대해서는 '사회적 반향이 적었다'며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는 문화일보 사회부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당시 '유우성 북한 사증 위조' 보도로 3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 이외에도 세월호 학생 전원 구조도 오보를 낸 바 있다. 그럼에도 박 후보자는 'KBS 보도는 그 사안 자체가 선거나 주요 국정 전반 현안에 영향을 미친 사안'인 반면, '제가 사회부장 때 했던 오보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반향이 적었다'고 발언했다. 도대체 사회적 반향의 기준은 무엇이며, 무슨 기준으로 KBS 보도에 대해 이런 식의 폄훼를 당당히 하는가. 뻔뻔하기 그지 없는 발언으로, 이 정도면 'KBS=편파'라고 거의 세뇌 당한 수준이나 다름없다."
또한 박 후보자는 '수신료 분리고지를 언론 탄압이라 볼 수 있느냐'는 여당 의원의 질문에 "언론 탄압이 아니라 어쨌든 이번 국면에서는 국민의 선택을 일정 정도 보장해 준 걸로 봐야 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KBS본부는 "현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야말로 술친구인 대통령, 기분 따라 '형'이라 부른다는 방통위원장의 입장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읊어대고 있으면서 KBS를 향해 편파적·정파적이라 지적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인사청문회,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이란 말 밖에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박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장제원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항의하며 퇴장해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KBS본부는 무엇보다 박 후보자의 언론관을 비판하는 데 힘을 쏟았다.
박 후보자는 KBS 편성규약과 관련해 "제작 책임자와 제작 실무자간의 균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제작 자율성만 너무 앞세워서 데스크들이 게이트키퍼하는 기능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충분한 경험이 없는 젊은 기자들이 자기의 소신이나 양심이라는 주장 하에 제작하고 보도하고 방송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이를 두고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고,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하는 현업 기자들의 용기를 한낮 치기로 싸잡아 욕 보인 것"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편성규약은 보도·제작 실무자가 어떠한 내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율성을 보장받고 양심과 표현의 자유에 따라 취재·제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방송의 독립과 국민의 권익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다시 말해 공정방송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최소한의 공정방송에 대한 상식도 없는 것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박 후보자는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발언 논란과 관련해 KBS가 보도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저는 정확하게 확인이 안 된다면 보도를 유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답을 냈다. '직접 하지 마라 지시할 수 있냐'는 물음에는 직접 지시하지는 않겠지만 보도본부장에게 사실과 다른 지를 명확히 확인하도록 지시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대해 KBS본부는 "그야말로 공영방송 구성원이라면 아연실색할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사장이 보도와 관련해 보도본부장을 통해 간섭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진단했다.
"수신료 분리고지로 인한 수입 감소를 어떻게 대응할 거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된 비전과 방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박 후보자는 '문화일보가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을 때는 구조조정을 직접 기획하고 주도하기도 했다'면서 당시 'IMF 시기여서 3분의 1을 잘랐다'며 구조조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구조조정 전문가임을 자랑하는 것인가"
이어 "시행령을 고쳐 KBS 보유자산을 활용하겠다는 경영계획서 내용에 대해서는 한국방송공사의 업무는 상위인 방송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부분도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거냐는 지적에 제대로 답변조차 내놓지 못했다"면서 "편집국장에서 내려온 뒤 일본계 아웃소싱회사의 자문을 한다는 명목으로 월 5백만원씩 받은 건과 관련해서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며 제대로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아 위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제대로 의혹 해소조차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KBS본부는 "이번 인사청문회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총체적 부실'이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공영방송 KBS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도, 공영방송 미래를 설계할 비전과 전략도, KBS 보도의 공정성을 수호할 의지도, KBS 구성원을 이끌 지도력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설마' 하며 가졌던 일말의 기대마저도 무너졌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공영방송의 사장으로 자신이 자격 있음을 누구에게도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한 것은 물론, 자신이 그저 용산이 낙점한 낙하산 사장 후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자리에 불과했다."
끝으로 KBS본부는 "박 후보자는 이제라도 자신의 깜냥이 이 정도에 불과했음을 인정하고, 사장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