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영찬. 연합뉴스프로야구 정규리그 챔피언 LG 트윈스는 21년 만에 진출한 한국시리즈가 시작하자마자 코너에 몰렸다.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등판한 1차전을 KT 위즈에 내줬고 2차전에서는 믿었던 '우승 청부사' 최원태가 ⅓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게다가 상대 마운드에는 투혼의 상징 윌리엄 쿠에바스가 있었다.
하지만 LG는 포기하지 않았다. 정규리그 우승 이후 충분한 휴식으로 힘을 비축한 불펜을 조기 가동해 팽팽한 긴장의 끈을 유지했고 끝내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LG는 8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 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말에 터진 박동원의 역전 투런홈런에 힘입어 KT를 5-4로 누르고 1차전 패배를 만회했다.
1회초 분위기는 암울했다. 결과적으로 염경엽 LG 감독의 빠르면서도 과감한 판단이 쌓이고 쌓여 역전극의 밑바탕을 마련했다.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가 흔들린 순간부터 망설이지 않았다. 1회초 1사 만루에서 최원태가 장성우에 선제 2타점 2루타를 맞자 곧바로 불펜을 가동했다. 급히 등판한 이정용은 몸이 풀리지 않았는지 배정대에게 곧바로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LG는 이정용을 길게 끌고가지 않았다. 3회초 알포드, 박병호, 장성우로 이어지는 우타 중심 타선의 순서가 되자 정우영을 투입해 성공을 거뒀다. 이정용은 1⅔이닝을, 정우영은 1⅓이닝을 각각 소화했다.
이어 김진성과 백승현이 나란히 ⅔이닝씩 마운드를 지켰고 유영한은 2⅓이닝을 소화하며 LG의 허리를 책임졌다. 함덕주는 8회를 완벽하게 막았다. 마무리를 제외한 불펜투수 6명은 때로는 위기를 맞이했지만 추가 실점없이 버티고 버티면서 팀에 실낱같은 기회를 제공했다.
마침내 타선이 응답했다.
3회말 오스틴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한 LG는 한동안 점수를 뽑지 못하다가 6회말 오지환의 솔로포로 막혔던 혈을 뚫었다. 7회말에는 간판타자 김현수가 적시 1타점 2루타를 때려 스코어를 3-4로 좁혔다.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마치 철옹성 같았던 KT 불펜은 마침내 흔들렸다. LG는 8회말 박동원의 벼락같은 역전 투런홈런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리고 고우석에게 두 번의 좌절은 없었다. 1차전에서 9회초 통한의 결승타를 얻어맞았던 고우석은 이날 마지막 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고 LG의 극적인 역전승을 마무리 했다. 강력한 불펜의 힘을 보여주는 완벽한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