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에게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촉구한 지 열흘이 됐지만, 침묵은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거취에 가장 큰 눈길이 쏠리는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은 주말 대규모 외곽조직을 과시하며 혁신위의 요구를 머쓱하게 했다.
장 의원은 지난 11일 경남 함양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여원산악회는 부산 사상 지역구를 중심으로 장 의원을 지원하는 외곽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경남 함양 체육관에 버스 92대 4200여 회원이 운집했다"며 "여원산악회는 지난 15년 동안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산행을 하면서 건강과 친목을 다져왔다"고 썼다.
이를 두고 장 의원이 혁신위의 용퇴 압박에 맞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장 의원뿐 아니라 혁신위의 압박을 받는 당사자들은 모두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 급하게 밥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다(김기현 대표)", "정치를 처음 대구에서 시작했으니 대구에서 마쳐야 하지 않겠나(주호영 의원)"라며 무응답 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기국회 예산 시즌과 맞물려 이들의 용퇴 결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만약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하게 되더라도 현재 있는 지역구에 예산을 1억이라도 더 따내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거취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의 요구에 '등 떠밀리는' 모양새가 되는 용퇴 결정에 대한 불만의 기류도 읽힌다. 지역구 변경 혹은 불출마는 숙고 끝에 나온 정치적 결단이어야 하는데 외부 압박에 못 이겨 하는 결단은 의미가 없을 것이란 뜻이다.
연합뉴스 지도부가 '전권'을 부여하겠다던 혁신위의 동력에도 의문부호가 생겼다.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 중 지도부가 수용한 것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는 1호 혁신안뿐이다. 이 전 대표는 CBS 유튜브채널 '노컷'의 '지지율 대책회의'에 출연해 "인적 쇄신은 저렇게 하는 게 아니다. 혁신을 제대로 하고 싶으면 국민에게 제일 지탄받는 대상 그룹 하나를 잡아야 한다. 아마 '윤핵관'이라는 집단 정도"라며 인 위원장의 행보를 비판했다.
이에 혁신위도 지도부‧중진‧친윤 용퇴론에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인 위원장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제가 통합, 희생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다. 아직 ing(진행 중)"이라며 "국회 일 처리하는 것도 많고 그건 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국회 일정이 남아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는 "요구를 좀 더 세게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혁신위도 지도부‧중진‧친윤 의원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안건을 추후 정식으로 최고위원회에 접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