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 윤창원 기자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은행에 일명 '횡재세'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으로서는 수많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유연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하는 금융산업에 대해 국회 입법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이복현 금감원장과 함께 개최한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결국 우리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14일 민주당은 금융회사가 이자수익으로 거둔 초과이익의 최대 40%까지 부담금을 징수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부과 대상은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업계까지 포함된다. 만일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약 1조9천억원의 추가 세수가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법으로 초과수익을 규제하는데 대한 법적인 논란을 피할 수 없고 은행권의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은 최근 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힘을 얻고 있는 횡재세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데 의미를 가진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언급하며 "최근 들어 고금리·고물가와 세계적인 경기둔화가 맞물리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 이자부담 등으로 우리경제를 바닥에서부터 떠받쳐온 동네·골목상권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권, 특히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면서 "막대한 은행이익이 단지 금리상승 등 외부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고 설명했다.김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금융 업계 스스로 중지를 모아 강구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융지주의 사회적 역할 강화를 기대하는 만큼, 금융당국에서도 금융지주가 지주 본연의 역할을 온전히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면서 "다만 금융지주회사 발전을 위한 규제개선들은 건실한 '내부통제'와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가 뒷받침 되어야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횡재세 법안이 나왔는데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이 어느정도 인지 (은행들이) 감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 산업은 국내 개인고객을 바탕으로 영업한다는 점에서 뿌리가 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미래가 없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이 계층이 부담하는 이자를 낮추는 것은 금융산업 발전 차원에서도 필요하고 금융지주사들도 공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금융당국 차원에서 은행들의 경쟁 강화를 위해 추진한 정책들이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동의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연초 은행 산업의 독과점 체제 해소를 위해 진입규제 완화와 은행산업 강화를 골자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김 위원장은 "진입규제의 경우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면서 "경쟁 차원에서는 대환대출 시스템이나 비교 공시 강화 등을 통해 금년초에 비해 현재 은행 예대마진이 상당히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지주회장단 간담회에 이석준 농협금융지주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을 비롯해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이태훈 은행연합회 전무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지주회사 및 은행연합회는 논의를 거쳐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공동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추진키로 결정했으며 향후 발생할 이자부담의 일부를 경감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또 은행 자회사와의 추가 논의를 거쳐 국민들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세부적인 지원규모 등 최종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