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함께 포즈를 취한 KBO MVP 에릭 페디. 연합뉴스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의 화려했던 2023시즌은 이달초 플레이오프 무대를 끝으로 다소 쓸쓸하게 막을 내렸다.
페디는 올해 다승(20승), 평균자책점(2.00), 탈삼진(209개) 부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KBO 정규리그를 지배했지만 포스트시즌 들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NC는 페디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KT 위즈에게 졌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눈물을 훔쳤던 페디의 모습이 포착돼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페디가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투수 3개 부문상을 수상했을 때 페디는 환하게 웃었다. 정규리그 MVP에 등극해 단상에서 부친 스캇으로부터 직접 꽃다발을 받았을 때도 그의 표정에는 기쁨만이 가득 했다. 이후 시상식 진행자가 플레이오프 당시의 이야기를 꺼내자 페디의 표정이 달라졌다.
페디는 "(진행자가) 나를 다시 눈물 흘리게 만든다"면서 "팀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했다. NC의 모든 동료들은 나의 형제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즌은 오래 전에 끝났지만 동료들과 함께 정상에 도전했던 열정은 여전히 그의 마음 속에 남아 있었다.
페디는 27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시상식에서 가장 빛난 별이었다.
그는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고 올해 신설된 수비상에서 투수 부문을 차지했다. 이어 2015년 에릭 테임즈에 이어 NC 소속 선수로는 두 번째로 MVP를 차지했다.
총 유효투표수 111표 중 102표(91.9%)를 휩쓸며 2위를 차지한 한화 이글스의 노시환(6표)을 크게 제쳤다.
페디는 플레이오프 종료 후 한국을 떠났다가 이번 시상식을 위해 부친 스캇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페디에게 올 시즌 KBO 리그는 특별했다. 무엇보다 NC와 함께했던 여정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페디는 "믿을 수 없을만큼 너무나 행복하다. 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다. 동료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우리는 끝까지 형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무대를 떠나 올해 처음으로 KBO 무대를 밟았던 페디는 "야구를 함면서 이렇게 야구가 두려웠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낯선 환경, 새로운 도전이 주는 부담과 압박감이 그만큼 컸다. 페디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전지훈련 때 동료들이 첫 날부터 잘 반겨줬다.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인왕의 영예는 한화 이글스의 파이어볼러 문동주가 차지했다.
KBO 신인왕 한화 문동주. 연합뉴스 문동주는 올해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KBO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시속 160km 이상의 공을 던진 토종 선수가 되기도 했다. 한화 소속 선수가 신인왕을 차지한 것은 2006년 류현진 이후 처음이다.
문동주는 "류현진 선배 이후 17년 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영광을 팬들에게 돌리겠다. 우리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던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신설된 수비상은 투수 부문의 페디를 포함해 포수 양의지(두산), 1루수 박병호(KT), 2루수 김혜성(키움), 3루수 허경민(두산), 유격수 오지환(LG) 박찬호(KIA), 외야수 에레디아(SSG) 박해민(LG) 홍창기(LG)가 각각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