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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아들 잃은 父 절규

영동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아들 잃은 父 절규

    핵심요약

    이상훈씨 "제조물책임법 개정 위해 지속적인 관심 부탁" 호소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
    "우리에게 다가온 빛나는 작은 별, 큰 별 되어 세상을 밝게 비추기를…"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로 세상을 떠난 도현(12세)군의 사망 1주기를 앞두고 아버지 이상훈씨가 지난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그동안의 심경과 함께 제조물책임법(일명 도현이법) 개정을 호소했다.

    이씨는 "도현이를 떠나보낸지 1년이 되어가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그 겨울이 야속하지만 되돌아 온다"며 "얼마나 불안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마음속으로 애타게 부르짖었을 도현이의 목소리…그렇게 오늘 하루도 살얼음판을 걷듯 벼랑 끝에 서서 조마조마 하며 또 하루를 살아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 구멍 하나가 뚫렸다. 도현이가 있던 그 자리에는 이제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매일 눈물을 삼키며 마음을 쥐 뜯어낸다"며 "사고 이후 지금까지 관심과 기도로 함께 위로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제조사가 결함원인 입증을 책임지도록 제조물책임법 개정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상훈씨(사진 왼쪽)와 도현군(사진 오른쪽). 이상훈씨 제공이상훈씨(사진 왼쪽)와 도현군(사진 오른쪽). 이상훈씨 제공
    앞서 지난해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12살 손자 도현 군이 숨지고, 할머니인 A씨가 다쳤다.

    A씨와 가족들이 제조사를 상대로 약 7억6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현재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달 2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세 번째 변론기일이 열렸다.

    재판 과정에서 A씨와 가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사고기록장치(EDR) 감정과 음향분석 감정을 신청했다. 이를 받아 들인 재판부는 사설 전문기관을 통해 수개월 동안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EDR을 살핀 감정인은 '충돌 5초 전 가속 페달을 최대로 작동시켰다면, 변속장치에 손상이 없었음이 확인됐기에 시속 136㎞가 넘었을 것'이라는 최종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국과수의 '차량 제동장치에서 제동 불능을 유발할만한 기계적 결함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차량 운전자가 제동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을 밟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또한 처음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했을 당시를 두고 국과수는 '운전자가 변속레버를 굉음 발생 직전 주행(D)→중립(N), 추돌 직전 N→D로 조작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음향분석 감정인은 변속레버를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점을 들어 '변속레버 조작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감정 결과만 놓고 보면 그동안 EDR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변속레버를 조작하지 않았다는 원고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달 28일 열린 재판에 앞서 고(故) 이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가 제조물책임법 개정을 거듭 촉구했다. 전영래 기자지난 달 28일 열린 재판에 앞서 고(故) 이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가 제조물책임법 개정을 거듭 촉구했다. 전영래 기자3번째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사고 당시 차량 후미에 보조제동등이 들어왔는지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사고 당시 '모닝 승용차 추돌 전 좌회전을 위해 신호대기할 때는 보조제동등이 들어오지만, 모닝 차량을 추돌하기 전부터 추돌 이후 상황에서는 보조제동등이 명확히 점등되는 상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원고 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만큼 별도의 감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피고 측에서는 이를 근거로 A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고, 원고 측에서는 사고 당시 후방 좌우 브레이크 등은 들어와 있는 것으로 볼 때 가운데 '보조제동등'은 급발진으로 이미 고장난 상태였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 측이 최근 신청한 보완 감정 신청을 받아들이고 내년 1월 30일 영상 검증과 함께 전문가 증인 의견을 청취하는 변론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씨 측 변호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피고 측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보조제동등이 당연히 100% 들어오는 기계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브레이크 등은 브레이크 페달하고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지 않다. 2000년 이후에 나온 차들은 브레이크등을 켜고 끄고 하는 것에도 전자식 모듈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브레이크등 제어 모듈은 사람의 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와) 연결돼 통신으로 정보를 교환한다. ECU에 의해 콘트롤 되는 차량은 급발진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해서 브레이크 등이 들어오는 게 아니다"라며 "ECU가 가속 명령을 내리면 비록 브레이크 페달 쪽에서 신호가 오더라도 무시하고 등을 켜지 않는다. 이런 부분이 명확하게 나와 있는 것도 저희가 증거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A씨가 지난 3월 20일 사고 후 첫 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했다. 전영래 기자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A씨가 지난 3월 20일 사고 후 첫 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했다. 전영래 기자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했던 A씨에 대해 지난 10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실제 엔진을 구동해 검사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보고, A씨의 과실에 의한 사고임을 뒷받침할 자료로 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급발진 의심 사고 형사사건에서 전문 증거로 활용된 경찰이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채택하지 않고, 불송치 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만큼 앞으로 재판 결과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이씨 가족은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시 결함 원인 입증책임 전환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게시했다. 해당 청원은 국민들의 공감을 사면서 5일 만에 국회 소관위원회 및 관련 위원회 회부에 필요한 5만 명을 넘어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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