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수사 개시 8개월 만에 이번 의혹의 '최정점'으로 꼽히는 송영길 전 대표를 피의사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일부 현역 의원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전날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송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 4월 12일 윤관석·이성만 당시 민주당 의원(현 무소속)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여 만이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9400만원 어치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등 지역 기업인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4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했다. 그는 돈봉투 살포와 자신은 무관하며 검찰이 자신의 후원 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상대로 위법한 별건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하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상대로 A4용지 약 20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해 의혹 전반을 추궁했지만, 송 전 대표는 대부분 답변을 거부하며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는 검찰 출석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검찰이 정치적인 기획 수사를 하고 있다"며 "검찰 조사에 진술할 의무가 없다"고 밝혀 진술을 거부할 뜻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지난 8월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앞서 구속기소한 윤 의원 등 핵심 피의자들과의 형평성과 송 전 대표의 진술 태도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청구하면 저는 기각시킬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동시에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지목된 더불어민주당 일부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은 윤 의원 등의 공판 과정에서 돈봉투 수수가 의심되는 의원 11명의 실명을 공개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수 의심 의원에 대한) 포렌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며 "송 전 대표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수수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어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돈봉투를 받은 의원을 특정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일에는 돈봉투 수수 의원으로 지목된 임종성(경기 광주을)·허종식(인천 동·미추홀갑) 의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선 바 있다.
이들은 지난 10월 23일 윤 의원의 공판에서 돈봉투를 받은 의원으로 지목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이정근 녹취록'에서 2021년 4월28일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인천 둘하고 종성이는 안 주려고 했는데 '형님,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3개 빼앗겼어"라고 말하는 대목에 대해 증언했다.
검찰이 "여기서 '인천 둘'은 이성만·허종식 의원, '종성이'는 임종성 의원이 맞느냐"는 질문에 이 전 부총장은 "네"라고 답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야권 의원들을 겨냥한 돈봉투 의혹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정치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신속히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