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제공KBS·MBC 드라마가 치열한 금토일 드라마 각축전에서 승기를 잡으며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KBS 2TV 대하 사극 '고려 거란 전쟁'은 32부작이란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벌써 10회 만에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를 돌파해 흥행 가속이 붙었다.
'고려 거란 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 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담았다. 신생국이었던 고려와 당대 최강국인 거란제국이 26년간 맞붙은 전쟁과 그 고통을 끝낸 귀주대첩의 주역 강감찬 장군이 승리하기까지 여정을 그린다.
대하 사극 명가인 KBS에서 '태종 이방원'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사극이고, '대하 사극의 아이콘' 최수종이 '대왕의 꿈' 이후 10년 만에 KBS 사극에 복귀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270억 원 제작비, 넷플릭스 공개 등 글로벌 시청자 유입을 위한 사전 작업까지 충실했다.
결국 이 같은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고려 거란 전쟁'은 초반부터 자유분방한 목종(백성현 분) 캐릭터 그리고 폐위된 목종을 이어 왕에 즉위한 현종(김동준 분)까지, 고려 왕실의 복잡한 사연을 한편의 '막장' 가족극처럼 쉽게 풀어냈다.
이야기의 가장 핵심인 고려·거란 전쟁에서는 고려군과 거란군 사이 전쟁 액션을 넘어 여러 인간 군상과 갈등, 지략 싸움 등을 다채롭게 선보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강감찬 장군(최수종 분)뿐만 아니라 양규 장군(지승현 분), 야율융서(김혁 분) 등 또 다른 주요 인물들까지 생동감 있게 조명하면서 최수종의 부담을 덜고 오히려 이야기에 힘을 더했다.
시청자들은 점잖은 무게감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역사에 솔직해진 대하 사극에 반응했다. 무엇보다 대하 사극과 거리가 멀었던 2030 시청자들이 '고려 거란 전쟁'의 스펙터클한 역사 이야기에 푹 빠졌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인기에 힘입어 배우 김혁이 시청률 두자릿수에 감격해 개인 블로그에 남긴 글까지 '거란황제 근황'이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인'의 후속인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고려 거란 전쟁'과 쌍끌이 흥행 중이다. 지난 9일 방송에서는 시청률이 2.2%포인트 상승하면서 자체 최고 시청률 9.6%를 기록했다. 계속 상승세를 탄다면 '연인'처럼 시청률 1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토보다는 토일 시간대가 치열한 승부처이지만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최근 침체됐던 청춘 로코물(로맨틱 코미디물)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 넣었다. 배우 송강·김유정의 SBS 금토드라마 '마이 데몬', 배우 차은우·박규영의 MBC 수요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가 좀처럼 시청률 정체를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죽음을 뛰어넘어 2023년 대한민국에 당도한 19세기 조선 유교걸 박연우(이세영 분)와 21세기 무감정 끝판왕 강태하(배인혁 분)의 금쪽같은 계약 결혼 스토리를 그린다. 남편과 혼인 하루 만에 사별한 박연우가 타입슬립해 2023년 현대에서 죽은 남편과 똑같이 생긴 남자 강태하를 만나면서 좌충우돌 로맨스가 펼쳐진다.
'고려 거란 전쟁'이 대하 사극 마니아들의 관심과 잘 만든 결과물을 통해 영역을 확장시켜 나갔다면,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입소문 끝에 궤도에 올랐다. 처음에는 동시기 방송 중인 여러 청춘 로코물보다 남자 배우 캐스팅이 약하단 시선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세영과 배인혁의 설레는 로맨스 '케미'가 살아나고, 동명 원작(웹소설 및 웹툰)을 자연스럽게 각색했다는 호평이 퍼지면서 상승세를 탔다. 실제로 클리셰 가득한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식상하기 보다는 두 주인공 간 서사를 충실하게 쌓아 설득력 있게 로맨스를 전개하고 있다.
금토일극 흥행 선두에 선 이들 작품이 과연 OTT 시대에 더욱 위축됐던 KBS·MBC 드라마의 전성기를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