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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한국경제 뇌관 부상한 '가계대출'…시한폭탄 터지나 (계속) |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지난 1997년 기업 부채로 인해서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었는데 그 것의 몇 십 배 위력이 있을 것입니다" (지난 10월 29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증가세로 돌아서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계대출을 두고 정부가 '외환위기'까지 언급하며 심각성에 재차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그간의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세는 쉽게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 잔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연체율도 올라가고 있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잇따른 경고에도 가계부채 8개월 연속 증가세…"언제 잡히나"
지난달 가계부채는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9월 4조8000억원에서 10월 6조7000억원으로 증가 폭이 커졌다가 11월 들어 다시 증가 폭이 소폭 축소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계부채 규모는 큰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통계를 기준으로 주담대 증가폭은 오히려 늘어났다. 주담대 증가폭은 전월(+5조2000억원) 대비 소폭 확대됐다. 은행권 주담대 증가폭(+5조7000억원)은 전월과 비슷했지만 제2금융권 주담대가 1000억원 정도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 등은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특성으로 ▲최고의 총량부채 보유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 형성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세 전환 ▲고금리 지속 상황 및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을 꼽고 있다. 부채 총량이 큰 것은 물론 향후 가계대출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잔존해있고, 고금리 속에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이자부담 충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26%다. 한은은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80%를 상회할 경우, 중장기뿐 아니라 단기 성장률도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는데, 해당 비율이 80%를 넘는 경우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홍콩(95.2%), 태국(91.5%) 등 세 곳뿐이었다.
주담대 등의 대출금리가 높아지면서 가계대출 연체율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은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일반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0.4%로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연합뉴스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가계부채가 누적된다면 장기적으로는 결국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소득 감소, 가계부채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다중채무자와 취약계층, 젊은 영끌족들 사이에서는 이미 '곡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를 '영끌'했다가 최근 처분한 진모(41)씨는 "한참 오른다고 했을 때 불안한 마음에 '상투'를 잡았다. 살던 집을 빌라 월세로 바꾸면서 '몸빵'한다고 생각했는데 5% 정도인 대출이자와 원금을 갚는데 한 달에 50~60만원을 쓰다보니 고정비용이 너무 컸다. 감당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속 영업 여건이 나빠지며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극한에 다다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6월) 현재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기록일 뿐 아니라, 지난해 2분기 말(700조6000억 원)과 비교해 6.2% 더 불어났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이후에도 이같은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준이 14일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하면서 한국은행도 내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정부의 대출금리 개입으로 대출금리 인상폭이 상당부분 억제되고 있어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높은 수준의 시중 금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책 엇박자로 실기…"정책금융 늘어나는데" 우려도 나와
스마트이미지 제공지난달 가계부채 증가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8개월 연속 증가세인데다, 직전인 10월 기준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최근의 가계빚 증가는 특히 가계대출, 그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이 견인하고 있다. 지난달 주담대의 경우 전체 가계부채 증가폭이 줄어든 가운데 오히려 증가폭이 소폭 확대돼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1월 '특례보금자리론 공급'과 3월 '부동산 대출규제 정상화', 시중은행이 출시한 50년 만기 주담대 등에 따라 주담대 수요가 높아지고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계대출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주담대 증가액은 △1분기 4조4000억원 △2분기 14조1000억원 △3분기 17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은행 역시 "주택담보대출은 주택매매 관련 자금수요가 늘면서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취급, 개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에서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도, 총선을 앞두고 '상생금융'을 언급하면서 정책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0월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수요 억제 요구에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갑질' 발언 이후 상생금융 압박이 커지면서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증가하는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와 '서민들의 이자부담 경감' 두 정책 기조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대출 금리의 예측 가능성을 줄여 결국 피해는 이자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서민 차주에게 돌아갈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금리 결정이 시장 자율로 이뤄져야 하는데 금융당국이 사실상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시장 왜곡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트레스 DSR' 등 정책 나오는데 "효과 있을까"
스마트이미지 제공당국은 시중 은행들에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아울러 당국 차원에서도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강화된다. 이달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행 DSR 규제는 1억원 이상 대출에 대해 차주가 연간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 비율이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DSR 산정 시 변동금리뿐만 아니라 혼합형에도 적용하도록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이러한 대책에도 증가세가 잡히지 않는다면 부동산 등 시장 상황, 실소유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규제를 추가할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DSR 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을 표시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도입 시점이 잘못됐다. 이미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도 정점에 다다라 최종금리로 볼 수 있다. 스트레스 DSR은 고정금리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인데 지금 도입하게 되면 3년 안에 금리가 낮아질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없애라는 식으로 금융소비자들의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외가 적용되는 정책금융상품의 공급이 계속된다는 점 역시 가계부채 관리에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걷잡을 수 없자 9월 말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공급 중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특례보금자리론의 한도는 90% 이상 소진된 상황이었다. 더욱이 정부는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이하이거나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만 신청할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 우대형은 한도를 초과해 내년 1월까지 지속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아이를 낳은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을 공급할 예정이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한 상황이다. 한은이 발표한 11월 주택가격전망CSI도 여전히 100보다 큰 102로 1년 뒤 주택가격이 현재보다 상승할 것이라고 답한 가구수가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시중은행이 대출 금리를 인하하도록 압박하고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결국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며 가계대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