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후 환호하는 황희찬. 연합뉴스울버햄프턴 원더러스 에이스로 거듭난 황희찬(27)이 리그 9·10호 골을 연달아 꽂아 넣었다. 이로써 황희찬은 개인 통산 처음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1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게 됐다.
황희찬은 28일(한국 시각) 영국 런던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EPL 19라운드 브렌트퍼드 원정 경기에서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최전방에서 마테우스 쿠냐, 파블로 사라비아와 호흡을 맞췄다.
팀이 1 대 0으로 앞서 있던 전반 14분. 황희찬은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 골키퍼 마르크 플레컨의 실수를 유발해 공을 빼앗았고, 아무도 없는 빈 골대에 공을 집어넣어 2 대 0을 만들었다. 황희찬의 최장점인 왕성한 활동량으로 인한 압박 플레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전반 28분엔 멀티 골까지 기록했다. 울버햄프턴이 1골 실점해 2 대 1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상황. 하프 라인부터 길게 넘어온 공을 황희찬은 수준급 볼 컨트롤을 보이며 수비진을 농락했다. 골키퍼와 1 대 1로 맞섰고, 오른발로 강한 슛을 때려 넣어 리그 10호 골을 완성했다.
한국 선수가 EPL에서 1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한 건 역대 2번째 기록이다. 첫 주인공은 손흥민(토트넘)이다.
부상으로 교체되는 황희찬. 연합뉴스황희찬은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며 내친김에 해트트릭까지 노렸다. 그러나 전반 추가 시간 수비수와 공중 볼 경합 이후 상대 골대 앞에서 허리를 부여잡으며 그라운드에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경기를 이어가지 못했고,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 장 리크너 벨레가르드와 교체돼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황희찬의 2골에 힘입은 울버햄프턴은 후반 34분 교체 투입된 벨레가르드까지 득점포를 가동하며 브렌트퍼드에 4 대 1 완승을 거뒀다. 올 시즌 팀 최다 득점을 기록이다. 리그 첫 연승을 달린 울버햄프턴(7승 4무 8패)은 승점 25를 쌓아 리그 11위에 올랐다.
이른 시간에 교체됐지만 황희찬은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에 해당하는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투표에서 참여자 1만 848명 중 78.4%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15라운드 번리전 이후 4경기 만에 또다시 최우수 선수가 됐다.
축구 통계 전문 '후스코어드닷컴'은 황희찬에게 마테우스 쿠냐(평점 8.26)에 이어 팀 내 두 번째인 평점 8.25를 줬다. 풋몹은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인 8.7을 부여했다.
연합뉴스황희찬은 경기 후 "큰 부상은 아니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그저 다시 골을 넣어 행복할 뿐"이라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울버햄프턴 사령탑 게리 오닐 감독 역시 황희찬의 부상 정도에 대해 "단순 허리 근육 경련이다. 많이 나아졌다"며 "빨리 쾌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희찬은 1월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잠시 울버햄프턴을 떠나야 한다. 이에 대해 오닐 감독은 "황희찬이 국가대표 경기에 나서기 위해 잠시 팀을 떠난다"며 "당연히 우리가 생각할 것도 늘었다"고 걱정했다. 이어 "황희찬은 9번(최전방 스트라이커) 역할은 아니지만 우리 팀에서 사실상 그 역할을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