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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법 위반' 첫 실형 확정…"죄질에 비해 '코끼리 비스킷'"[노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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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법 위반' 첫 실형 확정…"죄질에 비해 '코끼리 비스킷'"[노동:판]

    편집자 주

    우리는 일합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오늘도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쉼 없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터를 찾은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판 깔아봅니다.

    法, 동종 전과 등 고려해 한국제강 대표이사 실형 확정
    노동계, 확정 판결 반기면서도 '솜방망이 처벌' 비판
    중대법 선고 대다수가 '집유'…"양형 기준 높여야"
    50인 미만 중대법 적용 유예?…"위험의 외주화 강화"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법을 위반한 원청업체 대표가 대법원으로부터 실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노동계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사법부는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전날(28일)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 성모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제강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 1억 원을 확정했다.
     
    한국제강 하청업체 노동자 A씨는 지난해 3월 16일 1.2t 방열판을 보수하다 섬유벨트가 끊어지면서 떨어진 방열판에 끼여 숨졌다. 한국제강 대표이사이자 안전보건총괄책임자였던 성씨는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1, 2심 모두 사업장에서 사망사건이 처음 발생하지 않았고, 수차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 받았던 점 등을 고려해 성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에 노동계는 원청업체 대표에게도 하청업체 노동자의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웠다며 반기면서도,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비판했다.
     
    A씨가 숨지기 전에도 성씨는 이미 동종 전과로 세 차례 벌금형까지 선고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사법부가 최고 징역 30년 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대재해법을 적극 적용했어야 하는데, 법정하한형인 징역 1년 형만 내린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권영국 공동대표는 "경영 책임자에 대한 실형 선고는 집행유예로 일관하고 있던 기존 관행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키게 했다. 하지만 법에서 정하고 있는 하한형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제강은 2022년 매출이 8천억 원이 넘었다. 그런데 벌금이 1억 원이라면 (이번 판결이 기업에) 영향력을 미칠 수가 없다. 사실 '코끼리 비스킷'(먹으나 마나 한 매우 적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나 마찬가지"라며 "낮은 형량으로 경영 책임자가 기업 안전을 중시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할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제강 홈페이지 캡처한국제강 홈페이지 캡처
    그동안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됐던 12건의 사건 중 한국제강 대표에 대해서만 실형이 선고됐을 뿐, 법원은 나머지 11건에 대해서는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지난달에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처음 기소돼 이목을 끌었던 두성산업 대표도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사회봉사 320시간만을 명령받기도 했다.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에 대한 형량을 낮춰잡는 배경으로 지나치게 낮은 대법원 양형 기준이 꼽힌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최정학 법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에 대해 검찰은 2년을 구형하고 법원은 1년을 선고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가는 지경이다. 중대재해법을 처음 만들 때부터 우려했던 상황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대법원의 양형 기준을 찾아보면 산안법 위반죄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를 같은 수준의 범죄로 취급하고 있다"며 "한 해에 몇 백건씩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중대재해법을 만들었는데 법률가들이 이러한 입법 취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최근 정부와 여당이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추진하는 가운데, 사법부마저 중대 산업재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면 중대재해법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노동건강연대 유성규 노무사는 "실형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죄질에 비하면 결코 높은 형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벌 이력이 있고 그중에는 사망사고도 있었는데도 (원청업체 대표가) 제대로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아서 또 노동자가 사망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와 관련해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서 산재 사고가 집중되는 이유는 위험의 외주화 때문이다. 그런데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으면 일종의 면죄부가 발생하게 된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면죄부'가 부여되고 위험의 외주화는 계속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기업 입장에서 그 입법 공백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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