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제공 2023년의 끄트머리. 뮤지컬 배우 정선아, 카이, 유리아, 임정모가 노래로 관객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했다. 주옥 같은 뮤지컬 넘버 20여 곡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공연장은 열기가 가득했다. 한 편의 뮤지컬 무대를 보는 듯 활기가 넘쳤다.
CBS 창사 69주년 기념 뮤지컬 갈라콘서트 '더 쇼'(The Show)가 29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박상현이 지휘하는 밀레니엄팝스오케스트라가 뮤지컬 '위 윌 락 유' 모음곡으로 무대를 열어 젖혔다. 록밴드 퀸의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 '위 윌 락 유'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등을 경쾌하게 연주했다.
배우들은 차례로 솔로곡을 소화했다. 정선아가 뮤지컬 '타이타닉' 중 '마이 하트 윌 고 온'을 아련한 감정을 담아 부른 데 이어 카이는 뮤지컬 '라스트키스' 중 '내일로 가는 계단'을 힘차고 밝게 노래했다. 유리아가 부르는 뮤지컬 '데스노트' 중 '데스노트'는 시원시원했고 임정모가 들려주는 뮤지컬 '영웅' 중 '영웅'은 비장감이 느껴졌다.
정선아와 카이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를 듀엣으로 불렀다. 오페라 여가수 크리스틴과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지만 흉측한 외모 탓에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팬텀의 안타까운 사랑이 손에 잡힐 듯 했다.
1부의 마지막은 앙상블(남궁민희·최비야·권오경·김윤하·오석원·김민성)이 장식했다. 뮤지컬 '렌트' 중 '시즌 오브 러브'를 들려줬는데 가난 속에서도 예술을 향한 열정을 꺾지 않는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아리게 했다.
2부는 신나는 곡으로 시작했다. 앙상블이 춤추는 가운데 임정모가 뮤지컬 '위대한 쇼맨' 중 '더 크레이티스트 쇼'를 선사했다. 열기가 달아오른 객석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다.
정선아는 뮤지컬 '위대한 쇼맨' 중 '네버 이너프'와 '캣츠'의 '메모리'를 들려줬다. 풍부한 성량으로 고음을 쭉쭉 내뱉자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메모리'는 '캣츠'를 상징하는 곡으로 늙은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아름답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다. 노래는 끝났지만 여운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곧이어 카이가 무대로 나왔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중 '지금 이 순간'의 웅장한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관객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가사를 마음에 새겼다. 현재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스타즈'도 불렀다.
카이는 "이 곡은 자베르의 메인 테마 곡으로 뮤지컬에서는 장발장을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담아 부른다"며 "하지만 이날 공연에서는 지난 몇 년간의 근심과 걱정을 잡아채 내겠다는 마음을 담아 불렀다"고 말했다.
유리아는 뮤지컬 '위키드' 중 '디파잉 그래비티'와 지난해 출연했던 뮤지컬 '이프덴'의 '올웨이즈 스타팅 오버'를 선사했다. 강렬한 고음의 두 넘버를 부드럽게 소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임정모는 시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뮤지컬 '시라노'의 '거인을 데려와'를 불렀다.
듀엣 무대는 열렬한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정선아와 임정모는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뷰티 앤 더 비스트', 카이와 유리아는 뮤지컬 '알라딘'의 '어 홀 뉴 월드'를 듀엣으로 들려줬다.
공연의 마지막은 앙상블이 책임졌다. 앙상블이 율동과 함께 뮤지컬 '맘마미아'의 두 넘버 '댄싱퀸'과 '위터루'를 이어 불렀다. 흥이 오른 객석의 박수는 그칠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