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통제하는 승무원과 기내 창문을 통해 보이는 화재 상황. SNS 캡처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2일 항공기 2대가 충돌해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당시 기내 영상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영상 속 승객들은 화재가 발생하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90초 룰' 덕분에 승객 367명 등이 전원 탈출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X(옛 트위터) 등 SNS에는 전날 사고가 난 일본항공(JAL)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던 한 승객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빠르게 확산됐다. 영상에는 화재가 발생하자 겁을 먹은 아이의 울음 소리가 터지고 승무원들이 침착해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까지 긴박한 상황이 담겼다.
해당 영상을 인용해 사고를 보도한 미국 방송 CBS는 "일본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창밖으로 연기와 화염이 치솟자 당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다른 방송 ABC는 '승객이 기내에서 촬영한 영상'이라는 자막을 띄우며 공식 X 채널에 사고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전세계 누리꾼들은 영상을 공유하며 승무원과 승객들의 침착한 대응이 돋보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상을 접한 이들은 "승객들이 (사고 직후) 자리에 앉아있으니 칭찬할 만 하다", "(승객들이) 패닉상태는 아닌 것 같다. 자리에 앉아 승무원의 지시를 듣고 있다", "비상구 열에 있는 승객 중 비상구를 열기 위해 앞장선 사람이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일본항공 여객기 사고 당시 기내 상황. SNS 캡처
실제 일본 언론 등은 승무원들의 재빠른 대응과 승객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면서 항공사의 '90초 룰'을 조명했다. '90초 룰'은 화재 발생 등 긴급 상황 발생시 비상탈출구 절반 이하만 사용해 90초 이내에 승객들을 기내에서 탈출시키는 규정이다. 항공기 설계 때부터 활용되는, 항공 안전 매뉴얼 상 '골든 타임'인 셈이다.
한 탑승객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기내 영상을 촬영 중이었는데 갑자기 기체에서 오렌지색 화염이 치솟으며 폭발음이 들렸다"며 "기내에 대기하라는 안내가 있어서 일단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사고에서 일본항공 승무원들이 '90초 룰'에 따라 승객들을 빠르게 대피시킨 것이 전원탈출의 주요인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항공 기장 출신 고바야시 히로유키씨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거의 만석이었던 JAL기에서 대형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건 모두가 규정에 따라 침착하게 행동한 결과"라고 전했다.
일본항공 JAL516편은 전날 오후 5시 47분쯤 하네다공항 C활주로에 착륙하고 활주로를 주행하던 중 해상보안청 소속 MA722편과 충돌했다. 사고 이후 일본항공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 등 379명은 화재 발생 후 전원 탈출에 성공했지만, 해상보안청 측 항공기 탑승자 6명 중 5명은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