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괴 후 발만 남은 로빈슨의 동상. 연합뉴스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 '첫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 동상이 불에 탄 채로 발견된 엽기적인 사건에 MLB 30개 구단이 한마음 한뜻으로 발 벗고 나서기로 했다.
동상을 세운 재단 '리그 42' 설립자 밥 루츠는 지난 1일 "사건이 알려진 뒤 MLB 사무국과 30개 구단이 자신에게 연락해 와 로빈슨의 대체 동상 재건 자금과 리그 42 운영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고 알렸다. 로빈슨 동상은 지난 2021년 미국 캔자스주 위치토에 세워졌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캔자스주 위치토 소방과 경찰 당국은 지난달 30일 오전(현지 시각) 한 공원 쓰레기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진화 과정에서 심하게 훼손된 로빈슨 동상 잔해를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동상 조각을 옮기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했다. 해당 영상 속에는 두 사람은 동상의 발목 부분을 절단해 트럭에 싣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로 인해 현재 공원에는 동상의 두 발만 남아 있다. 동상 손괴로 인한 피해액은 약 7만 5천 달러(약 9947만 원)로 추산된다.
로빈슨은 MLB 전설이자 유색 인종의 벽을 허문 상징적인 인물이다. 1947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MLB에 데뷔했고, 선수 생활 내내 차별을 딛고 활약을 이어갔다. 다저스를 내셔널 리그(NL) 6차례 우승, 월드 시리즈 1차례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 1956년 은퇴를 선언했다.
MLB 사무국은 로빈슨의 등번호 42번을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매년 4월 15일엔 MLB 모든 선수가 42번을 입고 뛰는 '로빈슨의 날'을 제정해 로빈슨을 기리기도 한다.
MLB 측의 도움과 별도로 루츠는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서도 모금을 진행 중이다. 후원금은 2일 현재 18만 5천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그 42 재단은 성금 중 일부를 로빈슨 동상이 다시 들어설 공간의 보안 강화에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