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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법농단 핵심' 임종헌 징역 2년·집유 3년…실형 피해

법조

    법원, '사법농단 핵심' 임종헌 징역 2년·집유 3년…실형 피해

    핵심요약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소사실 대부분 인정 안 돼
    "피고인 단독 범행이나 예산 관련 부분만 유죄로 인정"
    "장기간 비난과 질타, 실제 범죄보다 큰 사회적 형벌" 참작

    '사법농단'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사법농단'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실무 책임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5일 1심에서 실형을 피했다. 사법농단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당시 대법원 수뇌부가 사법부 이익을 위해 행정부와 각종 재판을 거래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김현순·조승우·방윤섭 부장판사)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242쪽에 달하는 공소장을 통해 제기한 임 전 차장의 범죄 혐의 대부분은 법원행정처 운영 사무를 관리하는 기획조정실장과 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하는 기간 직무에 따라 부여받은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법원행정처 재판연구관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죄목으로 점철돼 있다. 일부 범죄사실에 대한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 행사,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재항고 이유서 작성 지시 △메르스 사태 관련 정부의 법적 책임과 대안 검토 지시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관련 검토 지시 △유동수 민주당 국회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검토 지시 △헌법재판소 파견법관을 이용한 헌재 내부 정보 수집 지시(공소사실 중 전부 아닌 일부만) △2015년 통합진보당 지역구·지방의회의원 상대 제소 방안 검토 지시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 편성 관련 국회와 기획재정부 공무원을 기망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보관실 예산 위법 사용에 대한 업무상 배임(검찰은 특가법상 국고손실 적용했으나 국가 손해액이 특가법에 해당되지 않아 배임죄로만 처벌) 등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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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부는 "피고인은 위와 같이 장기간 법원행정처의 주요 보직을 맡아 사법행정업무 전반을 수행하면서 그 권한을 이용해 앞서 살핀 다수의 범죄를 저질렀거나 위법적 권한 행사가 전 재직기간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지내고 이후 2015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을 역임했다.

    재판부는 특히 "유죄로 인정된 내용을 보면 사법부의 독립 수호와 재판 독립 사명을 수행하도록 국가가 부여한 사법행정권을 사유화해 청와대와 국회 관련 목적에 이용했다고 판단된다"면서 "이런 범죄행위로 사법부와 다른 권력 독립 이념이 유명무실하게 됐고, 사법부의 공정성과 정치중립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하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사법부를 올바르게 이끌어야 할 중대한 책무를 수행하는 사법행정권을 행사하는 법관이 다신 피고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중대한 책무를 망각한 책임에 엄중한 책무를 물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수사 초기 언론을 통해 국민 뇌리에 깊이 각인된 사법농단 재판거래 관련 중대한 의혹은 수많은 검사가 투입돼 수사가 이뤄지고 300쪽 넘는 공소사실로 알려지는 동안 이미 실체가 사라진 채, 불법적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만 남게 됐고, 이런 혐의 대부분 범죄가 되지 않은 걸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유죄로 인정된 것도 대부분 피고인의 단독 범행이나 예산 관련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피고인은 수사 초기부터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돼 오랜 기간 비난과 질타의 대상이 됐고, 수사 7년 가까이, 본 소송만 5년 넘게 이뤄지는 동안 유죄로 판정돼 (실제 자신이 저지른) 범죄보다 몇 배 많은 혐의를 막기 위해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비한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관련 500일 넘게 구금돼 있었으며, 죗값을 일정 부분 치렀다"고도 덧붙였다. 

    임 전 차장은 2018년 10월 27일 구속돼 구속 기간이 한 차례 연장됐고, 같은 해 11월 14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구속 503일 만인 2020년 3월 13일 보석 석방돼 이날까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면서 '선고 결과에 한 말씀 부탁드린다', '법원 구성원들에게 하실 말씀 없으신가'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옅은 미소와 목례를 하고는 차량을 이용해 법원 청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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