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법원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백현동 사업 특혜를 받아내기 위해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청탁한 사실을 인정했다. 반면 정 전 실장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1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아온 김 전 대표에 대해 "도주할 우려가 인정된다"라며 법정구속했다. 동시에 63억5천만원에 대한 추징도 명령했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개발부지 개발 사업과 관련해 인허가 청탁·알선 등의 대가로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으로부터 현금 77억원과 5억원 상당의 사업권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정 회장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친분이 있던 김 전 대표를 로비스트로 영입한 뒤 부지 용도변경이 이뤄지는 등 백현동 개발 사업에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날 재판부도 김 전 대표가 정 회장의 부탁을 받고 정 전 실장 등에게 청탁한 사실을 인정했다.
1심에서 실형 선고받은 김인섭 전 대표. 연합뉴스재판부는 "피고인(김인섭)은 정바울로부터 용도지역 변경, 주거 용지 비율 확대, 신속한 지구단위계획 추진,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에 관해 '성남시 공무원에게 부탁해달라'라는 요청을 받았다"라며 "이어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서 모든 부서 업무를 총괄하면서 시장에게 보고되는 각종 현안을 사전 검토해 협조 결재까지 담당하는 정진상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정바울의 뜻대로 처리해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당사자의 의사를 공무원 측에 전달하는 행위 또는 부탁을 해 당사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뤄지도록 돕는 행위임이 분명하다"라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알선'에 해당한다"라고 질타했다.
김 전 대표는 재판에서 자신은 로비스트가 아닌 사업의 동업자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식매매계약서에 '공동사업자'라는 표현 등이 기재돼 있지만, 이는 동업의 형식 내지 외관을 갖춘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며 "결국 피고인과 정바울 사이에 실질적인 동업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정바울로부터 수수한 돈을 동업 지분의 정산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즉 피고인은 타인의 사무를 위해 알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그러면서 "결국 피고인은 이재명(당시 성남시장), 정진상 등 성남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인 이 사건 사업 관련 인허가 사항 등의 알선에 관해 정바울로부터 합계 74억5천만원의 현금과 함바식당 사업권 상당의 이익을 수수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선고 이후 입장문을 내고 "해당 판결은 정 전 실장의 참여권과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판결"이라며 "실제 김 전 대표가 청탁을 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타인 사무 알선으로 대가를 수수하고 약속하면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 전 실장은 김 전 대표로부터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청탁받은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청탁을 제3자에게 전달한 사실도 전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며 "앞으로 재판에서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