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이 2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부 덴마크와 8강전을 승리로 이끈 뒤 환호하고 있다. 부산=황진환 기자한국 남자 탁구가 4회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메달을 확보했다. 한국 탁구 사상 최초로 안방에서 열린 대회인 데다 여자 대표팀이 아쉽게 메달이 무산된 가운데 이룬 입상이라 더 값졌다.
남자 대표팀은 23일 부산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부 8강전에서 덴마크를 눌렀다. 세계 랭킹 5위인 한국은 20위 덴마크를 매치 스코어 3 대 1로 눌렀다.
2016년 쿠알라룸푸르 대회부터 4회 연속 메달이다. 세계선수권 단체전은 3, 4위 결정전을 치르지 않아 한국은 최소한 동메달을 확보했다.
전날 여자팀의 아쉬움을 대신 풀어줬다. 전지희(미래에셋증권), 신유빈(대한항공), 이시온(삼성생명)이 나선 여자팀은 8강전에서 최강 중국에 막혀 2012년 도르트문트 대회 이후 12년 만의 메달이 무산됐다.
이날 남자팀은 임종훈, 안재현(이상 한국거래소), 장우진이 유럽의 복병 덴마크에 격돌했다. 특히 부산 연고의 한국거래소 듀오가 맹확약했다.
먼저 남자 단식 세계 랭킹 18위 임종훈이 1단식에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상대 에이스 안데르스 린드(28위)와 왼손 맞대결을 3 대 1(11-8 11-8 9-11 14-12) 승리로 장식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다만 에이스 장우진(14위)이 2단식에서 요나탄 그로트(29위)의 왼손 톱 스핀에 고전하며 1 대 3(9-11 9-11 11-5 3-11)으로 졌다. 자칫 분위기가 흔들릴 수 있었다.
안재현이 2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덴마크와 8강전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구사하고 있다. 부산=황진환 기자하지만 2019년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에서 깜짝 4강을 이룬 안재현(34위)이 중심을 잡아줬다. 이상수(삼성생명) 대신 나선 안재현은 3단식에서 특유의 공격 탁구로 마르틴 안데르센(387위)을 3 대 0(11-2 13-11 11-7)으로 완파하며 흐름을 다시 가져왔다.
4단식에서 임종훈이 다시 힘을 냈다. 장우진에 일격을 가한 그로트와 왼손 대결에서 3-1(9-11 12-10 11-6 11-8) 역전승을 거뒀다. 첫 게임을 내줬지만 2게임에서 듀스 접전을 이긴 뒤 빠른 공격에 힘을 더하고 백핸드 톱 스핀의 위력을 뽐내며 4강행을 확정했다.
이날의 히어로 임종훈은 경기 후 "오늘 진짜 응원을 많이 와주셨는데 홈이 아니었으면 패할 수도 있는 경기 흐름이었다"면서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진짜 이겨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장)우진이 형이 매번 힘들게 잘 잡아줘서 메달 기록이 끊기지 않았는데 오늘 형이 조금 고전할 때 내가 힘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영광이었다"면서 "4매치에서도 앞에서 (안)재현이가 잘 끊어줬고, 뒤에 우진이 형이 다시 버티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창의적으로 경기하고 이겼다"고 공을 돌렸다.
남자 탁구 대표팀 장우진(왼쪽부터), 안재현, 임종훈. 부산=황진환 기자
이제 대표팀은 기세를 몰아 결승 진출을 노린다. 다만 24일 4강전 상대로 세게 최강 중국이어서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남자팀 주세혁 감독은 "중국에는 최근 거의 매 경기 한 매치도 따지 못하고 있는데 홈에서 하는 경기인 만큼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서 "우리 선수들 컨디션도 나쁘지 않고 홈 팬들의 응원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은 "1차 목표였던 4강을 달성했으므로 홈에서 하는 4강전은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서 좋은 분위기에서 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재현도 "파워나 스피드 모든 면에서 중국이 우위에 있다"면서 "조금 더 변칙적으로 중국 선수들이 생각하지 못 하는 것을 시도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