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나> 전공의들이 특히 반발하는 이유는 뭐죠?
◇조승연> 전공의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의사협회가 반발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의사협회만 해도 이제 어쨌든 사회에서 나름대로 안정적인 분들이 많이 있지만
전공의들은 주 80시간 이상의 노동을 해가면서 미래의 꿈만을 보고…지금 우리나라 의과대학생들은 거의 전교 1등을 평생 놓치지 않은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너무나 많은 경쟁을 뚫고 고생해서 이제 정말 피가 말리는 전공의 생활을 하면 "나도 이제 굉장히 대우를 받고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정부에서 갑자기 청천병력같이 수를 2배 가까이 늘리겠다 이렇게 얘기가 나와버리니, 앞뒤 따지기 이전에 일단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을 것 같고 아마 정말 멘붕이 왔다고 그럴까요?
아마 그런 상태가 좀 처음에는 있지 않았을까 싶고요. 어쨌든 이럴 바에는 정말 내 진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겠다라는 그런 자포자기하는 심정도 좀 있었을 것 같아요. 젊은 시절에는 그렇죠. 아마 치밀한 계획이나 이런 것보다는 그 욱하는 기분이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런 데 대해서는 오히려 선배들이 그걸 이해해 주고 잘 설득을 하는 이런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그런 말씀을 드리려고 제가 말씀을 드린 겁니다.
◆윤지나>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보죠. 의사증원에 반대하는 의협 측에서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현재 의사 수가 결코 부족하지 않다. 공급량과 수요량이 맞다, 하고 있는데. 시장 논리에 맡겨져 있잖아요, 공급된 의사들도 다 돈이 되는 분야에만 또 가는 거 아니겠어요?
황진환 기자◇조승연>
시장의 논리로 하면 의사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무한정 늘어나야 맞죠. 그거는 막고 있잖아요. 이게 딱 시장 실패가 일어나는 규제와 독점의 원리잖아요. 의협은 '시장에 맡겨라' 하면서도 막상 시장 논리에 맞게 의사를 막 늘려야 되는데 못 늘리게 하잖아요. 여기서 지금 자기 모순에 빠져 있는 거고, 정부는 정부대로 그러면 그거를 공공적인 목적으로 컨트롤 해야 되는데 수십 년을 방치해 둔 거죠. 결국은 자본주의 문제의 가장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가 아주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게 바로 보건의료 시장입니다.
이 모든 사건의 근본적인 거는 우리나라 의료가 공공성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에요. 국가가 보건의료를 보는 시각 자체가 공공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민간 영리 사익 추구를 중심으로 가는 시스템으로 보는 거예요. 의료 소송도 똑같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 의료사고 이슈로 기소되는 비율이 우리나라의 20분의 1밖에 안 되고요. 영국 같은 데는 거의 200분의 1이라고 그래요. 해석해보면, 이들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공공성이 그나 훨씬 높은 거예요.
공공성이 높다는 얘기는 뭐냐 하면 "의사가 돈을 벌려고 나를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는 거죠. 근데 우리나라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니가 돈 벌려고 나를 나한테 해를 끼쳤으니, 니가 배상을 해라" 이런 태도를 갖게 되는 거죠. 게다가 의사에게 요구하지 않으면 어디 가서 배상을 받을 방법이 없어요. 사회복지가 취약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의사한테 손해배상을 받지 않으면 나는 망해" 그러니까 결사적으로 소송을 거는 거예요.
◆윤지나>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쪽에 공급이 부족한 문제와 관련해, 공공의대 얘기가 대안으로 나왔었는데 그때 의협이 반대했던 논리가 "실력 없는 의사에게 생명을 맡기시겠습니까?"였습니다. 지금처럼 전교 1등은 서울에서 돈 버는 쪽에 몰리더라도 늘어나서 생긴 2등이 지역에서 일하면 될 것 같은데요?
◇조승연> 의사라는 직업은 성적만 갖고 진료를 하는 건 아니에요. 물론 성적이 좋은 분이 오면 좋기는 한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뜨거운 가슴 ,공감 능력, 환자를 불쌍히 여기는 능력 그리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마음이에요. 쉽게 말해서 내가 1등을 못해서 잘 모르겠으면 저 1등 한 친구한테 물어보면 돼요. 무슨 약을 쓰면 좋겠냐고 물어보면 되는데 내가 못 된 거는 절대로 해결이 안 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나라를 가도, 특히 의과대학을 성적만으로 뽑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증원 이슈와 함께 지역의사제 이런 얘기가 나오니까 다들 좀 기분이 안 좋은 건 사실인 것 같지만 방향은 맞는 거예요.◆윤지나> 여론은 일단 압도적으로 의사증원에 찬성입니다. 의협이 정부와의 프레임 싸움에서 일단 진 건데, 복지부 기자들끼리도 의협의 정무적 감각이 부족하다,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해요.
▶이은지> 출입기자들끼리 의협이 좀 프레임을 잘못 짠 것 같다는 얘기를 해요. 의협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면서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얘기가 했는데…물론 직업 선택의 자유 중요하죠. 우리도 사직할 권리가 있고 정부 정책에 반대할 권리가 있는데 왜 이거를 무조건 법적으로 때려서 막으려고 하냐 심지어 구속 수사까지 언급하냐는 거죠. 그러면서 대변인이 "국민의 생명권도 중요하지만…"이라고 하는데 이게 약간 미묘하잖아요.
생명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가 사실 등치될 수 있는 건가라고 생각했을 때,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 부분은 정부 말이 맞는 것 같은데? 생명권이 기본권 중의 기본권 아닌가? 지금 당장 사람이 수술 못 받아서 죽을 수도 있고 되게 중요한 검사 받아야 되는데 못 받고 있는데, 라고 생각을 하죠. 의협이 이야기하는 게 그렇게 합리적이고 중요하다면 왜 파업 말고 다른 방식으로는 그걸 얘기하지 못하니라는 좀 안타까움이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전공의들도 을이잖아요. 굉장히 격무에 시달리고 낮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잖아요.
◆윤지나> 대학병원의 전공의들에 대한 인건비 처우를 높이는 방안은요?
◇조승연> 병원에서 인건비를 아끼려고 전공의들에 의지해서 병원을 운영하는 측면도 있지만, 사실 민간 부분에서 생기는 엄청난 소득을 종합병원이 따라갈 방법이 없어요.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병원해서 돈 번다"는 건 없어요. 이건 거의 우리나라에서만 통하는 논리예요. 생각해 보세요. 고아원 차려놓고 돈 벌어서 원장이 벤츠 타고 다닌다 그러면 당연히 비난받겠죠. 병원이 뭡니까? 고아들만큼이나 더 어려운 가장 몸이 아픈 사람들을 모아놓고 무슨 돈을 벌어요. 때문에 보건의료에서 돈을 버는 거는 어느 나라에서도 일반적 상식이 절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병원을 하고 의사를 하나 만들면 가문이 피고 하는 거죠. 개업해서 돈 좀 잘 벌면 건물 사고 땅 사가지고 종합병원 짓고 심지어 대학교까지 짓는 나라가 거의 유일한 나라라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이런 개념들을 바꾸지 않으면 그럼 물론 그런 나라라고 의사가 못 사는 건 아니에요. 다 충분히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지만 의사가 돼 부를 모아 내 평생의 고생을 보상받겠다, 이런 굉장히 너무나 경제적인 마인드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낮은 수준이죠.
◆윤지나> 필수의료, 지역병원 쪽의 의사 공급이 부족한 게 현재의 문제적 생태계 때문이다, 전제했을 때 2천 명이 증원되면 이런 쪽으로 의사들이 갈만한 강력한 유인책이 있을까요?
◇조승연>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돈으로 조절(수가 체계 개선 등) 하는 거고요. 다른 하나는 강제성, 이 양축이 같이 가야 됩니다.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 같은 것이 들어가서 대우를 잘해주고 학비도 다 대주고 나와서 좋은 자리를 보내준다 하면 사람들이 공공의대를 서로 가고 싶어 할 거 아니에요. 그 정도 만들어야 이게 표준 모델이 되는 거예요. 지역의사제의 경우도 지역에서 남아서 10년을 복무하겠다고 약속을 한 사람을 뽑아서 장학금 줘서 키운 다음 복무를 하게 하는데, 이걸 싼 임금에 쓰려는 게 아니라 실제로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정책이 따라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