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오른쪽)가 25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2024' 여자부 결승전에서 스롱을 꺾고 우승한 뒤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PBA프로당구(PBA) 여자부 김민아(NH농협카드)가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의 역대 최다승 등극을 저지했다. 특히 급성 신우염에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며 이룬 우승이라 더 값졌다.
김민아는 25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 2024' 여자부 결승전에서 스롱을 세트 스코어 4 대 1(8:11, 11:10, 11:0, 11:2, 11:7)로 눌렀다. 우승 상금 2000만 원을 거머쥐며 시즌 상금 랭킹 1위(6345만 원)로 올라섰다.
시즌 2번째 우승이다. 김민아는 올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을 꺾고 정상에 올랐고, 이번에는 스롱을 넘어 우승을 이뤄냈다. 2022-23시즌 2차 투어인 하나카드 챔피언십까지 개인 통산 3번째 우승이다.
이날 김민아는 여자부 결승전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이닝 평균 1.444점을 올리며 2019-20시즌 7차 투어(웰컴저축은행 웰뱅 챔피언십)에서 임정숙(크라운해태)이 세운 1.379점을 넘어 역대 최고 애버리지를 찍었다.
높은 득점력에 경기 시간도 역대 결승전 중 가장 짧았다. 김민아는 이날 97분 만에 경기를 끝내 올 시즌 5차 투어인 휴온스 챔피언십에서 김가영의 103분을 6분이나 앞당긴 최단 시간 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가운데서 이룬 우승이었다. 김민아는 대회 초반 급성 신우염 의심 증세로 진통제를 먹어가며 경기를 펼쳤다. 경기 후 김민아는 "대회 첫 경기(64강)를 마치고 밤에 잠을 자는데 새벽 3~4시부터 몸에 통증이 심해졌다"면서 "병원을 갔더니 '급성 신우신염' 같다고 하는데 검사를 받고 나서 결과를 기다리는 중에 대회가 이어져 계속 진통제를 먹고 경기했다"고 털어놨다.
김민아의 경기 모습. PBA역대 최다인 8승에 도전했던 스롱도 감탄할 정도의 정신력과 경기력이었다. 스롱은 "김민아의 몸 상태가 크게 좋지 않다는 생각은 못했다"면서 "김민아가 아픈 와중에도 그렇게 집중을 잘 했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날 결승에 대해 김민아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랬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1세트 중반부터 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다만 "긴장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좋은 결과를 낸 것 보니 몸이 좋지 않아서 그랬던 건 아닌 것 같다"면서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고, 회복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출발은 스롱이 좋았다. 1세트에서 스롱은 첫 이닝에서 뱅크 샷 2방으로 5점을 몰아쳤고, 6 대 8로 뒤진 9이닝에서도 5점을 퍼부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여자부 최다인 7회 우승자로 남자부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의 PBA 전체 최다 우승(8회)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2세트부터 김민아가 힘을 냈다. 5 대 10으로 뒤진 가운데서도 10이닝부터 3연속 2점을 올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김민아는 3세트에는 5이닝 만에 11 대 0 완승을 거뒀고, 4세트에도 4이닝에서 무려 9점을 쏟아부으며 완전히 분위기를 가져왔다. 5세트에도 김민아는 3 대 6으로 뒤진 5이닝에서 3쿠션 뱅크 샷을 포함해 하이 런 6점으로 흐름을 바꾼 뒤 7이닝에서 정확한 옆돌리기로 경기를 끝냈다.
김민아의 우승 세리머니 장면. PBA
또 다시 스롱을 상대로 거둔 우승이다. 2022-23시즌 하나카드 챔피언십 결승 당시 김민아는 스롱에 세트 스코어 1 대 3으로 뒤지다 내리 3세트를 따내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룬 바 있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도 김민아는 김가영과 풀 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이에 대해 김민아는 "선수에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다'는 얘기를 하신다"면서 "그래서 대회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수록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상대가 누구든 내 공만 치자 생각으로 결승전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절대 강자가 되겠다는 다짐이다. 김민아는 "스롱이 최다승을 노리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걸 저지해야 내가 빨리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1~2년 사이에 최다승을 따라잡아볼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우승 횟수가 많을수록 우수한 선수로 평가받는다"면서 "스롱, 김가영(6회), 임정숙(5회)이 대표적인 다승 선수들인데 나도 빨리 그 길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민아는 시즌 왕중왕전을 노린다. 다음달 제주에서 열리는 'SK렌터카 월드 챔피언십'이다. 김민아는 "지난 시즌 팀 주장 조재호 선수가 개막전, 마지막 정규 투어,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했다"면서 "그 뒤를 따르고 싶다"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였다. 이어 "몸 관리를 잘 해서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웃음을 끝까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