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이 16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 대회' 남자 1500m 결승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테르담=빙상 기자단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박지원(서울시청)이 아쉽게 세계선수권대회 1500m 2연패를 이루지 못했다. 대표팀 후배 황대헌(강원도청)과 충돌한 여파로 선두권에서 밀렸다.
박지원은 16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 대회'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24초528을 기록했다. 7명 출전 선수 중 6위에 머물렀다.
세계선수권 2년 연속 우승이 무산됐다. 박지원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1500m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수확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박지원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지난 시즌 박지원은 ISU가 쇼트트랙 월드컵 창설 25주년을 맞아 도입한 시즌 최우수 선수 제도인 '크리스털 글로브'의 초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 시즌에도 박지원은 올 시즌 6차례 월드컵 시리즈에서 금메달 5개(1000m 3개·1500m 1개·5000m 계주 1개)를 따내며 2년 연속 크리스탈 글로브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1500m에서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당초 박지원은 레이스 막판까지 1위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황대헌이 인코스로 박지원을 추월하려다 충돌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그 여파로 박지원이 뒤로 밀렸고, 입상권에서 멀어졌다.
황대헌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포효했다. 그러나 '직선주로 끝에서 뒤늦은 추월'로 페널티를 받아 실격됐다. 황대헌에 이어 2위로 들어온 쑨룽(중국)이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메달 1개도 건지지 못한 모먕새가 됐다.
지난해 10월 ISU 월드컵 시리즈 남자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황대헌(왼쪽)과 박지원이 충돌하는 모습. 연합뉴스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당시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황대헌이 앞서 가던 박지원을 추월하느라 접촉이 일어났다. 박지원이 결승선을 반 바퀴 앞두고 1위를 달려 우승하는 듯했지만 4위였던 황대헌이 다소 무리하게 인코스로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밀린 박지원이 흔들리며 주춤한 사이 4위에 머물렀고, 황대헌은 2위까지 올라왔지만 실격을 당했다. 김건우(스포츠토토)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따냈다.
경기 후 황대헌은 "최선을 다하다가 아쉬운 결과가 나왔는데 지원이 형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고 바로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와 팬들의 비판이 있는데?"라는 질문에는 "노 코멘트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박지원은 이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박지원은 황대헌의 사과와 관련한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1500m 결과에 대한 아쉬움보다 남은 경기들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박지원은 "그것 때문에 다음 경기를 못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일이든 경기할 때 있을 수 있지만 최대한 앞으로 해야 될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게 가장 우선적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박지원은 17일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주종목 남자 1000m에 출전한다. 2년 연속 금메달을 노린다. 박지원은 "그걸(1500m)로 경기가 끝이었다면 계속 생각해야겠지만 5000m 계주도 있고 1000m도 있다"면서 "그 생각은 잠시 넣어두고 경기가 끝난 다음에 생각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다짐했다. 이어 1000m에 대해 "쇼트트랙이 변수가 많은 종목"이라면서도 "그런데 변수가 없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