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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 강행하고…이제 와서 '탈석탄' 공약 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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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탄발전소' 강행하고…이제 와서 '탈석탄' 공약 재탕?

    편집자 주

    선거철마다 쏟아지는 공약(公約)은 어느새 공약(空約)으로 사라진다. 잊혀진 공약 위에 정당은 다시 공약(公約)을 덧씌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공약의 악순환. 22대 총선을 앞둔 지금, CBS노컷뉴스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거대 양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직접 제출한 10대 공약을 전수조사했다. 지난 공약의 현주소를 살피며 새로운 공약의 앞날을 내다본다.

    [21대 총선 10대 공약, 얼마나 지켰나③]
    4년 전 '탈석탄' 공약 나왔지만 강원 삼척에 화력발전소 버젓이 건설
    삼척 주민들 "오히려 배신감 느꼈다"
    '미세먼지 공약'으로 '취약지역' 선정…선거철 반짝, 선거 후 시들
    '학비 부담 줄이겠다' 교육 공약, 이번에 또 등장

    완공을 한 달여 앞둔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 주보배 수습기자완공을 한 달여 앞둔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 주보배 수습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너도나도 '저출산' 대책 발표…4년 전 약속은 지켰나
    ②'n번방 사건' 여야 모두 약속한 '몰카 근절'…"더 많이 팔려"
    ③'석탄발전소' 강행하고…이제 와서 '탈석탄' 공약 재탕?
    (계속)

    CBS노컷뉴스가 지난 20일 찾은 강원 삼척시 '삼척블루파워'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다. 완공을 한 달여 앞둔 발전소는 지난해 11월부터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인근 뒷산에서 발전소 부지를 바라보면 삼척시 어디서나 보일 정도로 거대한 굴뚝이 검은 매연을 뻐끔뻐끔 내뱉고 있다. 굴뚝이 매연을 뿜어낼 때마다 매캐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강하게 찔렀다.

    이날 기자와 동행했던 삼척핵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 성원기·하태성 공동대표는 발전소가 완공돼도 운행을 멈추기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굴뚝 보고 있으면요. 저게 '저승사자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야말로 지옥의 문이죠"

    40년 가까이 삼척에 살아온 이들에게 6년째 이어왔던 반대 운동은 그야말로 '생존권 투쟁'이었다.

    발전소 인근 5㎞ 반경에는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와 삼척여자고등학교, 삼척고등학교, 청아중학교, 삼척초등학교 등 삼척시에 세워진 학교들이 대부분 들어가 있다. 이처럼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발전소가 들어서는 일은 수도권이라면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방파제 공사로 해안선이 훼손된 맹방해수욕장. 주보배 수습기자방파제 공사로 해안선이 훼손된 맹방해수욕장. 주보배 수습기자방파제 공사가 진행되기 전 맹방해변. 삼척핵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 제공방파제 공사가 진행되기 전 맹방해변. 삼척핵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 제공
    발전소 너머에 있는 맹방해수욕장에는 석탄 연료를 수송하기 위한 항만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 BTS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갈 정도로 아름다운 모래사장을 자랑하던 맹방해변 해안선은 방파제 공사로 쥐가 파먹은 듯 침식돼 그 위용을 잃어버렸다.

    발전소 공사로 주변 환경이 파괴되면서 이곳 주민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마을주민 홍모(72)씨는 "예전에는 공기도 좋고 바닷물도 깨끗하고 조개도 많았다"며 "할머니가 새우를 잡아와서 새우젓을 만들어 먹었는데 지금은 꿈도 못 꿀 일이다"라고 말했다.

    바닷가 인근에서 20년째 딸기 농사를 짓는 홍모(77)씨도 "미세먼지 먹은 딸기를 누가 사먹겠나 싶어 걱정된다"며 "굴뚝에서 나오는 저 연기를 우리가 다 마시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한탄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환경 공약으로 '탄소제로사회 실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28기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지역주민들이 원하고 삼척시청과 시의회가 이미 협의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2% 감축하고,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겠다며 '탈석탄' 공약을 또다시 내걸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난 4년간 보였던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지난 총선보다도 더 강화된 기준의 '탈석탄' 공약을 이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이 또다른 핵심 환경 공약으로 내걸었던 '기후변화영향평가'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2022년부터 시행된 기후변화영향평가는 기후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개발 사업이 환경이나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제도다.

    환경부가 공개한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부터 이번 달까지 완료된 기후변화영향평가 협의 건수는 총 10건, 현재 기후변화영향평가를 협의 중인 사업은 달랑 2건 뿐이다.

    교육·문화 분야를 살펴보면 39개 국립대학교 등록금을 평균 210만 원 수준으로 낮추거나, 면세점 리베이트 관광을 근절하겠다는 등 개혁적 공약들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더군다나 상대적으로 의석수가 더 적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공약들은 상당수 이행되지 않았거나 부실하게 지켜졌다. 애초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동의할 가능성이 매우 낮거나, 국회의 문턱을 넘기도 어려워 정말 달성하려고 했나 의심스러운 공약들도 곳곳에 눈에 띈다.

    예를 들어, 교육 공약으로 자율형사립고등학교·국제고등학교·외국어고등학교를 폐지하려는 교육부의 시도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환경 공약 가운데 월성 1호기 재가동은 당시 정부와 여당이 강력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과 도저히 함께 갈 수 없는 공약이었다.

    '대학·대학원을 진학시 학생들이 제출한 서류들을 영구 보존한다'는 공약은 자녀 입시 비리 논란을 빚은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을, 태양광 사업 탈법과 비리 척결을 위해서 국정조사·특검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은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됐던 '태양광 사업'을 사실상 겨냥한 공약들이었다.

    미이행된 공약 중에는 이번 총선에서 '재탕'된 공약도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5일 기존 저출산 대책에 적용되던 소득기준을 폐지하고 세 자녀 이상 가구의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총선에서도 통합당은 소득구간에 관계없이 세 자녀 이상 다자녀가구에 대한 국가장학금 지급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다자녀 국가장학금'은 소득 8구간 이하까지만 지급된다.

    4년간 이행하지 못해놓고 이제 와서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한 소득구간 학생까지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다시 약속한들 설득력을 갖기 만무하다.

    그나마 이행된 공약들에 대한 현장 반응은 어땠을까.

    통합당은 미세먼지 취약지역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관련 공약 6개 중 5개를 이행했다. 실제로 지난 총선 이후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 등 국민의힘 12명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해 해당 공약들을 추진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해당 법안에 따라 미세먼지 집중관리지역으로 선정된 구역은 정부·지자체 지원을 받아 공기청정기, 미세먼지 차단망을 학교나 어린이집·유치원에 설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총선이 열렸던 2020년 미세먼지 집중관리지역을 집중 선정했을 뿐, 총선이 끝나자마자 지정 건수가 확 줄면서 법안이 힘을 잃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취약지역 지정 건수는 2020년 36건이었다가 2021년에 9곳, 2022년에 7곳, 지난해에 4곳으로 급격히 줄었다.

    미처 미세먼지 집중관리지역으로 선정되지 못한 도시들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경기 여주시는 2022년 대기환경연보 기준 경기 평택시와 함께 전국에서 초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지만, 미세먼지 집중관리지역으로 선정되지 않아 관련 지원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박경준 정책위원장은 통합당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대해 "당시 미래통합당의 미세먼지 관련 공약은 필요한 공약이라고 봤고, 실제로 일부 이행된 부분도 성과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해가 갈수록 기후위기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집중관리구역도 더 많아져야 하는데 점차 줄어든 부분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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