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KIA 타이거즈 크로우. 연합뉴스다사다난한 한 달이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에이스 투수' 윌 크로우(29)는 현재까지 5경기에서 4승을 쌓으며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속 150km를 웃도는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스위퍼까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초반 KIA가 리그 1위를 달리는 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대기록을 눈앞에 둔 SSG 랜더스 최정(37)이 크로우의 실투를 맞고 부상을 입은 일이 발생했다. 이에 크로우는 일부 팬들의 거친 비판에 직면하게 됐고, 사과문까지 작성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크로우가 시즌 5승째를 수확하기 위해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크로우는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주중 시리즈 3연전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키움전은 크로우에게 큰 의미가 있다. 바로 KBO 리그 데뷔전 상대였기 때문이다. 이 경기에서 크로우는 시즌 첫 승리 투수가 되며 한국 무대 데뷔전을 기분 좋게 치렀다.
당시 경기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크로우의 투구는 완벽한 수준은 아니었다. 지난달 2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개막전에 선발 출전한 크로우는 5⅔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5실점(4자책점) 5탈삼진 1볼넷의 성적을 남겼다. 선발 투수의 덕목인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을 이루지 못한 가운데 사실상 타선의 도움을 받아 승리 투수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후부턴 크로우의 영점이 제대로 잡혀갔고, 승승장구가 시작됐다. 지난달 30일 두산 베어스전을 제외하고는 선발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크로우가 5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모두 승리 투수가 됐다.
MLB 피츠버그 시절 크로우. 연합뉴스크로우는 시즌 전부터 화려한 이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2021년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에서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으로 풀타임 선발로 뛴 크로우다. 빅 리그에서 총 4시즌 동안 94경기를 뛴 크로우는 10승 21패 5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5.30의 기록을 보유 중이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구종을 능수능란하게 던질 줄 안다는 게 크로우의 최대 장점이다. 우선 포심 패스트볼은 150km를 가볍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해 프로야구 최우수 선수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선보여 화제가 된 스위퍼 역시 경기마다 구사하고 있다. 이 밖에도 투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역시 수준급으로 뿌린다.
하지만 마음 고생을 해야 했던 사건도 있었다. 크로우는 지난 17일 SSG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팀의 승리를 돕고 시즌 4승째를 쌓았다.
그러나 크로우는 웃을 수 없었다. 1회말 2사 상황, SSG 최정을 상대하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크로우의 2구째 150km 직구가 최정의 옆구리 쪽으로 향한 것. 강속구에 맞은 최정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더 이상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전날 최정은 프로야구 통산 467호 홈런을 터뜨려 두산 이승엽 감독과 함께 '개인 최다 홈런' 공동 1위에 올랐다. 당시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야구 팬들은 최정의 역사적인 홈런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 컸다.
크로우는 그라운드에서 물러나는 최정을 지켜보며 연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모자를 벗고 최정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크로우의 공에 맞고 고통을 호소하는 최정. 연합뉴스
그런데 일각에서 크로우가 고의적으로 최정을 맞혔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일부 팬들은 크로우와 가족을 향해 온라인 상에서 도를 넘은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크로우는 SNS를 통해 재차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크로우는 한국말로 "우선 공에 맞은 최정 선수에게 사과드리고 절대 고의가 아니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해당 일에 대해 팬 여러분이 많이 놀라셨던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고 썼다.
그러면서 "다만, 제 가족을 언급하며 다소 지나친 욕설이나 폭언은 자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고 당부했다. 이어 "다시 한번 오늘 있었던 사구 관련해 사과 말씀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다행히 최정은 이튿날 정밀 검사 결과 단순 타박 검진을 받았다. SSG 이숭용 감독 역시 "이번 일이 크게 안 번졌으면 좋겠다. 크로우 선수의 가족까지 비난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자제를 요청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크로우가 7년 만의 우승을 노리고 있는 KIA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 무대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크로우가 키움전 승리를 쌓으며 좋은 경기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