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야수 박해민이 26일 KIA와 홈 경기에서 2루로 진루한 모습. LG 트윈스프로야구 LG가 빠른 발과 재치를 앞세워 잘 나가던 호랑이 군단을 눌렀다.
LG는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리그' KIA와 홈 경기에서 7 대 6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최근 2연승을 달렸다.
사실 이날 LG는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였다. KIA가 최근 3연승, 10경기 7승 3패의 기세를 올리고 있는 데다 선발 투수는 우완 제임스 네일이었다. 올해 네일은 다승(4승 무패) 평균자책점(ERA) 1위(1.14)의 쾌투를 펼치고 있었다.
반면 LG 선발은 좌완 김윤식으로 올해 부상 재활한 끝에 처음 1군 경기에 등판하는 상황이었다. 경기 전 LG 염경엽 감독은 "김윤식은 10일에 한번씩 던지는 일정을 짤지 고민 중"이라면서 "오늘 경기 결과를 보고 투수 파트와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확실한 믿음을 갖지 못한 모양새였다.
과연 김윤식은 5회까지 버티지 못했다. 1, 2회초를 실점 없이 막았지만 3회 무너졌다. KIA는 타순이 한 바퀴를 돈 뒤 박찬호의 좌전 안타, 이창진의 우중간 2루타, 김도영의 적시 좌중간 2루타로 2점을 선취했다.
김도영은 KBO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11개)를 달성한 기세를 이었다. 이우성의 1타점 우전 적시타로 3루까지 진루한 김도영은 김선빈의 내야 땅볼 때 홈을 밟았다. 4월 12일 대전 한화전 이후 13경기 연속 득점으로 김주찬(14경기 연속 득점)에 이어 구단 역대 2위 기록을 세웠다. KIA는 4회초에도 이창진, 김도영의 안타와 상대 불펜 김대현의 폭투로 1점을 추가했다.
하지만 LG는 발로 뛰었다. 일단 1회말 박해민이 안타로 출루한 뒤 2사에서 도루에 성공했다. 앞서 무사 1, 2루에서 2루 주자 홍창기가 김현수의 2루수 직선타 때 귀루가 늦어 더블 아웃돼 차가워진 분위기를 살렸다. 박해민은 4번 오스틴 딘의 우중월 3루타 때 선취 득점을 기록했다.
LG 외야수 신민재가 26일 KIA와 홈 경기에서 안타를 날리고 있다. LG 트윈스5회말이 압권이었다. 오지환의 2루타에 이어 1사에서 신민재가 네일에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KIA 포수 김태군이 공을 흘려 스트라이크 낫 아웃 상황이 발생했다. 김태군은 천천히 흘린 공을 잡아 네일에게 던졌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신민재가 1루로 전력 질주해 살았다.
김태군의 착각과 실책에 어이 없는 표정을 지은 네일이 흔들렸다. 홍창기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준 네일은 박해민에게 2타점, 문성주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LG는 4 대 5, 1점 차까지 추격했다.
LG는 6회초 1점을 더 내줬지만 6회말 KIA불펜을 상대로 곧바로 반격해 역전까지 이뤘다. 이번에도 발이 빛났다. 1사에서 오지환이 안타와 도루로 기회를 만든 뒤 1, 2루에서 터진 신민재의 안타 때 3루까지 달렸다. KIA 중견수 최원준이 공을 흘린 틈을 놓치지 않고 오지환은 홈까지 뛰었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 박해민이 우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박해민은 KIA 수비진이 중계 플레이를 펼치는 사이 2루까지 달렸다. 이에 2루수 김선빈이 유격수에게 송구해 박해민이 협살에 걸릴 상황이 발생했다. 그 사이 2루 주자 신민재가 3루를 찍고 홈까지 달렸다. 박해민을 쫓던 박찬호가 이를 보고 다급해 홈에 송구했지만 간발의 차로 세이프가 됐다.
LG가 7 대 6으로 역전한 순간이었다. 김태군은 신민재를 태그하는 과정에서 왼쪽 손목 찰과상을 입고 씁쓸히 교체됐다. 결국 LG는 1점을 잘 지켜 KIA의 4연승을 저지하며 2연승을 달렸다.
지난해 LG는 적극적인 주루를 강조하며 팀 도루 166개로 2위 두산(133개)에 넉넉히 앞선 1위에 올랐다. 올해도 LG는 전날까지 46개로 2위 KIA(37개)에 앞선 1위를 달리고 있다. 호랑이 군단의 혼을 빼놓은 LG의 발야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