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효하는 허웅. KBL엇갈린 형제의 희비. KBL허웅의 곁에는 라건아, 최준용, 송교창, 이승현이 있었다. 반면, 허훈은 외로웠다. 그 차이가 챔피언결정전 무대의 희비를 갈랐다. 2023-2024시즌 프로농구는 '슈퍼 팀'의 극적인 부활과 함께 막을 내렸다.
부산 KCC는 5일 오후 수원 KT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수원 KT와 챔피언결정전 원정 5차전에서 88-70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이로써 KCC는 연고지를 전주에서 부산으로 옮긴 첫 시즌에 프로농구 정상을 차지했다. 전신 대전 현대 시절을 포함해 KBL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이다.
KCC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준용을 영입해 '슈퍼 팀'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송교창은 군 제대를 앞두고 있었다. 라건아, 허웅, 이승현에 최준용과 송교창이 합류하면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수준의 강력한 라인업이 완성됐다.
정규리그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시즌 전적 30승 24패로 5위에 머물렀다. 손발이 맞지 않았고 주축 선수들의 부상도 많았다. 전창진 감독은 "슈퍼 팀이 아니라 동네 슈퍼 팀"이라는 자조섞인 농담을 하곤 했다. 감독도, 선수들도 자존심이 상했다.
KCC는 정규리그 막판 전창진 감독과 허웅의 면담을 통해 팀 컬러에 변화를 줬다. 선수들이 신나게 뛸 수 있는 '얼리 오펜스' 체제 아래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이 기간에 KCC는 '역대급' 득점력을 자랑했지만 수비에서는 물음표를 남겼다.
KCC에게는 베테랑 승부사 전창진 감독이 있었다. KCC는 플레이오프 들어 디테일한 수비 전술을 준비한 전창진 감독의 지휘 아래 강력한 득점력과 조화를 통해 우승후보 서울 SK, 정규리그 챔피언 원주 DB를 완파하고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다.
결승에서는 허훈이 분전한 KT를 따돌리고 대망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슈퍼 팀'은 마침내 그 명성을 되찾았다. 정규리그 5위가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오른 것부터가 최초의 역사였다.
전창진 감독은 5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욕심부리지 말고 이타적으로, 하나씩 천천히" 플레이할 것을 강조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KCC는 어떤 팀보다 화려한 선수진을 구성했지만 그들끼리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에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다.
KCC는 이날 전반까지 40-36으로 근소하게 앞섰다. KT가 전반 내내 외곽슛 난조와 패리스 배스의 부진으로 고전했지만 점수차는 크지 않았다. 허훈 혼자 20점을 쓸어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KCC는 3쿼터 10분 동안 KT를 25-13으로 압도해 사실상 승부를 결정했다. 여전히 해볼만한 점수차였지만 벼랑 끝에 몰린 KT 선수들이 느끼는 초조함은 점점 커졌다. 특히 배스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무언가 불만이 가득해보였다. 3쿼터 중반 교체된 뒤에는 유니폼을 벗더니 코트밖으로 나갔다가 쿼터 막판에 돌아오기도 했다.
KCC 최준용. KBLKCC 전창진 감독. KBL허웅은 21득점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우승을 견인했다. 동생 허훈은 29득점으로 분전했다. 전반에 비해 후반 득점력이 크게 저하됐다. 그는 2차전부터 풀타임 소화를 강행해왔다. 후반전의 KT는 모든 면에서 의지가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허웅 곁에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다. 라건아는 20득점 9리바운드, 최준용은 17득점 6리바운드를 각각 보태며 우승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