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환. 연합뉴스어느새부터 김재환(두산 베어스)의 이름 앞엔 '반등', '부활'이라는 단어가 따라붙는다.
2010년대 중후반 '잠실 좌타 거포'로 군림했던 김재환은 최근 몇 년간 경기력 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스프링 캠프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다.
커리어에서 가장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작년 시즌이 끝나자마자 '국민 타자' 이승엽 감독의 특훈을 받았다. 또 휴식 시간을 자진 반납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강정호 스쿨'까지 다녀왔다.
올해 성적도 아직까지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래도 김재환에게 일단 부활, 반등의 조짐은 보이고 있다.
김재환은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SSG 랜더스전에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김재환은 4타수 1홈런 2타점으로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1회초 첫 타석부터 방망이가 빛났다. 김재환은 SSG 선발 이건욱의 3구째 직구를 받아쳐 우측 외야 상단으로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생산했다. 모두가 홈런임을 직감했지만 이 타구는 파울 폴 밖으로 날아갔다.
아쉬움도 잠시였다. 곧장 '진짜 홈런'을 만들었다.
김재환은 5구째 136km짜리 컷 패스트볼을 통타, 파울 홈런과 같은 코스로 타구를 날렸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파울 폴 안쪽으로 공이 떨어졌다. 시속 172.8km, 비거리 127m짜리 시즌 10호 아치였다.
이 홈런으로 김재환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선수가 됐다. 김재환보다 먼저 해당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KBO 리그 역사상 22명뿐이다.
김재환의 투런 홈런은 팀 승리에도 큰 힘이 됐다. 경기 막판까지 치열한 승부를 벌인 끝에 두산은 SSG에 8 대 6, 2점 차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두산 김재환이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전에서 1회말 투런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경기 후 김재환은 "집중하다 보니 홈런도 치고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승리는 9이닝을 잘 막아준 투수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확실히 지난 시즌보다 좋은 페이스다. 김재환은 작년 10홈런에 그쳤고, 타율은 2할2푼에 머물렀다. 하지만 개막 2달이 지난 현시점, 벌써 홈런 개수는 작년과 동률이다. 올 시즌 김재환은 162타수 10홈런 41안타 32타점 타율 2할5푼3리를 기록 중이다.
만족할 수는 없다. 그동안 두산의 4번 타자 자리는 김재환의 몫인 경우가 많았지만 올 시즌은 그렇지 않다. 강승호, 양의지, 양석환 등 좋은 활약을 보인 동료들에 밀려 6번 타자로 출전하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이승엽 감독은 지난 9일 "(김)재환이가 폭발력 있는 타격을 하고 좌투수가 나올 때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타구의 질이 좋아지고, 결과가 좋다면 당연히 중심 타선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면서도 "근데 지금 현 상태는 아직 아닌 것 같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지금 중심 타선 선수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은 4번 타자로 출전해 승리에 힘이 되는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는 데에 더욱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김재환은 "오랜만에 4번 타자로 출장했는데 한 타석, 한 타석 타격 메커니즘에만 신경 쓰려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지난해보다 10홈런을 빨리 달성해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두산 김재환. 연합뉴스김재환의 반등이 두산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시즌 시작 전 이 감독은 "1~2년 정도 부진했던 원인을 찾고 다시 단단해져서 올 시즌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장 양석환도 "작년 비록 성적 안 좋았어도 재환이 형이 언제든 잘해줄 거란 생각이 있다"며 "팀에서 재환이 형의 존재감은 높다"고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