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글 싣는 순서 |
①與野 끝까지 극한 정쟁…22대는 더 심각하다 ②특검·거부권 법안에 쏠리는 눈…민생현안은? (끝) |
임기 하루 전날까지 극심한 여야 대립을 보여 준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고, 22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됐다. 4·10총선 결과 175석으로 원내 제1당 자리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범야권 의석이 192석에 달하는 탓에 22대 국회도 극심한 여소야대 현상이 4년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의석을 바탕으로 개원 전부터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인해 제·개정되지 못한 법안들을 22대 국회의 문이 열리자마자 모두 재추진하겠다며 정부·여당에 대한 고강도 압박에 나서고 있다. 다만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나타났듯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결속력 또한 만만치 않아 치열한 정쟁이 예상된다.
22대 문열자마자 거부권 행사 8개법안 추진하겠다는 野…의장·법사위원장 가져가 법안처리에 '속도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22대 국회 초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난 국회에서 한 차례 본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거부권으로 인해 결국 폐기된 법안들의 재추진·재의결 여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내일 시작되는 22대 국회에서 곧바로 '채 해병 특검법'을 내용을 보완해서 재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그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와 폐기된 법안들을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그 중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이 대표가 재발의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외에도 거부권으로 인해 처리되지 못한 법안을 모두 재발의할 방침이다. 이들 법안은 이른바 '김건희 여사 특검법'으로 불리는 쌍특검 법안, 방송 3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이다.
민주당은 이들 8개 법안을 모두 '당론'으로 발의할 계획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표결이 최종 부결로 마무리되자 '거부권 행사한 8개 법안 모두 당론 발의'라는 메모를 적으며 당론 발의에 강조점을 뒀다.
민주당이 이들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려는 것은 초반부터 힘을 실어서 추진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지난 본회의 표결 결과 채상병 특검법은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당시 본회의에 참석한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의원 수는 179명. 국민의힘에서 김웅·안철수·유의동·최재형·김근태 등 5명의 의원이 공개적으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한 점을 고려하면 무효 4표를 감안해도 야당에서 이탈표가 나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론으로 발의를 하면 이 법안에 반대할 경우 해당행위로 간주해 징계가 가능한 만큼, 표 이탈을 막는 등 단속력과 결속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은 법안 처리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직도 가져갈 심산이다. 법사위는 무분별한 법안 남용과 법리에 맞지 않는 법안 오용을 막기 위해 타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에 대해서도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갖는다. 이로 인해 법안들이 법사위에 오랜 기간 머무는 정체 현상은 물론, 법사위원장이 여야 간사 간 협의 불발 등을 이유로 상임위 회의를 열지 않아 법안 처리를 막는 등의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이에 민주당은 대통령 방탄을 막고, 민생·개혁 법안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는 명분으로 국회의장은 물론 법사위원장까지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野 향해 "일방적 독선" 외치며 대오 유지하려는 與…野 '입법독재' 부각하며 여론전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민의힘은 '협치 파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원내 힘의 균형을 위해 국회의장을 배출하지 못한 원내 제2당이 가져가는 것이 관례였는데, 법안 처리의 최종 관문인 국회의장도, 직전 관문인 법사위원장도 민주당이 가져가는 것은 입법독재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본회의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당초 예정에 없던 의사일정변경을 통해 법안들을 통과시킨 것도 "일방적 독선"이라고 맹비난했다. 여야 합의 아래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의석수를 바탕으로 일방통행에 나섰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이 법안들은 충분한 법적 검토와 사회적 논의도, 여야 간 합의도 없는 3무(無) 법안"이라며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더욱이 자기 절제를 모르는 제1당이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가져간다면 의회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방벽도 무너질 것"이라고 민주당을 전면적으로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의석 수가 워낙 차이가 나는 탓에 22대 국회 원구성 등에서는 불리한 고지에 위치할 수밖에 없지만, 단일대오를 유지한다면 22대 국회에서도 심각한 타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마지막 본회에서의 표결에서 드러났듯 이탈만 방지한다면 재의결 법안 가결이나 개헌 등을 막을 수 있는 의석수이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의 문제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민주당이 총선 민심을 거론하며 그동안 주장해 온 법안들을 일방 추진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말하는 '민심'이 국민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여야 간 협의를 할 수 있음에도 단독처리에 열을 올리는 것은 모든 이슈를 정쟁화하는 것이자, 국회를 입법부가 아닌 모든 법을 그저 통과만 시키는 '통법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최대한 확산시킬 방침이다. 지난 정부에서 다수당이자 여당이던 민주당이 임대차 3법, 검수완박 등 검찰개혁법, 언론중재법 등을 무리하게 처리하면서 이른바 역풍을 맞은 탓에 대권을 국민의힘에게 넘겨준 과거사도 대선까지 단일대오를 유지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생법안 포함 3분의 2가 폐기된 21대 국회…22대 국회에선 빠른 입법 필요
다만 이 같은 정쟁에도 불구하고 21대 국회 막판까지 논의가 이뤄지고, 또 논란이 불거졌던 민생 등 주요 법안에 대해서는 정쟁을 접어두고 빠르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선 소득대체율에 대한 이견이 1~2%p까지 좁혀졌던 연금개혁안에 대해서는 시급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득대체율에 대해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4%까지 수용할 뜻을 밝힌 만큼 이에 기반해서 빠른 논의를 이어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녀에 대한 부양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부모에게서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 원전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폐장 설립과 관련한 고준위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 특별법인 '고준위방폐장법', 저출산·저출생 극복을 위한 '모성보호3법', 법률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로톡법' 등도 상당한 논의가 진행된 만큼 원점재검토 대신 신속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36.6%로 직전인 20대 국회의 37.8%보다 1.2%p가 낮아졌다. 2만5849건의 법률안이 발의됐는데 민생법안 등을 비롯해 3분의 2가 폐기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