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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시리즈 유산 이으며 깊이 더한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영화

    [노컷 리뷰]시리즈 유산 이으며 깊이 더한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핵심요약

    외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감독 마이클 사노스키)

    외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외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소리 내면 죽는다'는 신선한 설정으로 영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의 프리퀄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시리즈의 기조를 이어가는 동시에 보다 큰 스케일 속에서 더욱 깊게 인간의 내면을 포착했다.
     
    평균 소음 90데시벨을 자랑하는 미국 최대 도시 뉴욕, 고양이 프로도(니코, 슈니첼)와 함께 간만에 외출을 나온 사미라(루피타 뇽오)는 공연을 보고 돌아가던 중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섬광을 목격하고 곧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정체불명 괴생명체의 출현에 충격에 휩싸인다.
     
    아수라장이 된 뉴욕 도심에 '절대 소리 내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맨해튼의 모든 다리가 폭격으로 끊어지고, 사람들은 온갖 위협이 도사리는 도시에 고립되고 만다. 살아남기 위해 홀로 사투를 벌이던 사미라는 우연히 또 다른 생존자 에릭(조셉 퀸)을 만나고 두 사람은 괴생명체를 피해 지하철역부터 시가지, 할렘까지 숨죽인 여정을 이어 나간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감독 마이클 사노스키, 이하 '첫째 날')은 사실상 시리즈의 프리퀄로, 476일 차의 이야기에서 다시 모든 것이 시작된 첫째 날의 모습을 보여준다.
     
    외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외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는 소리에 민감한 괴생명체로부터 살아남아야 하는 가족과 가족의 성장 이야기를 중심으로, 크리처물과 드라마 사이를 오가며 긴장과 감동을 자아냈다. '첫째 날' 역시 전 시리즈들보다 더욱 커진 스케일 안에서 크리처물 휴먼 드라마 사이를 오가는데, 그러한 점에서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을 이번 작품의 연출자로 낙점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전작 '피그'에서 스릴러적인 면과 주인공을 따라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보여줬던 감독은 시리즈의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프리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또한 '소리'가시리즈의 주된 공포인데, '첫째 날'에서는 폭발 후 발생하는 재 등을 이용해 시각적인 측면, 즉 보이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공포까지 더한 점은 매력적이다.
     
    영화의 주인공 사미라는 시한부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외출에서 얼마 안 남은 생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을 방문하고자 했으나 괴생명체들의 공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뉴욕에서 고립된다. 괴생명체들의 공격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물이 약점인 괴생명체를 피해 보트를 타고 뉴욕을 빠져나가는 것뿐이다.
     
    그러나 사미라는 자신의 얼마 안 남은 삶을 뉴욕 탈출에 쓰지 않고, 마지막 소원이었던 피자집을 찾아가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생존자 에릭을 만나게 되고, 에릭은 사미라의 여정을 비난하거나 비웃지 않고 오히려 그 여정에 동행한다.
     
    외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외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재앙과도 같은 재난 앞에서, 심지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 놓였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고, 사미라는 내일이 아닌 지금 당장 뉴욕과 자신에게 멸망이 찾아온다 해도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피자집을 방문하는 게 최대 목표다.
     
    사미라가 자신만의 여정에 나서고, 이를 공감하며 지지한 에릭이 동행하는 모습은 영화가 가고자 하는 길을 보여준다. 언제 어디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재난 앞에서 인간이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선택과 인간적인 관계 말이다.
     
    재난이란 인간의 가장 이기적인 면과 가장 이타적인 면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상황이다. 살기 위해 누군가를 위험과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지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타인의 사연에 공감하고 손을 내밀 수도 있다. 사미라와 에릭의 관계는 재난을 마주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드러낸다.
     
    이러한 '첫째 날'이 보여주는 것들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가 재난물이 가장 보여주고 싶어 하는 장면들, 즉 '인간성'이라 부르는 인간의 긍정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과 길을 같이 한다. 인간성이라는 단어 안에는 이타적인 면뿐 아니라 인간이기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존엄 역시 담겨있다.
     
    사미라는 자신의 남은 삶을 괴생명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결정하는 것이 아닌 온전히 자기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하며 엔딩을 장식한다. 영화의 마지막,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미라의 눈빛과 대사 그리고 그 사이로 울려 퍼지는 니나 시몬의 '필링 굿'의 가사는 사미라의 여정과 마지막 선택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분명히 전달한다.
     
    외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외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루피타 뇽오는 사미라 그 자체가 되어 현실의 재난과 시한부라는 자신의 재난 속에서 느끼는 혼란, 어떻게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결정해 나가는지를 선명하게 그려냈다. 루피타 뇽오였기에 모든 상황과 감정에 설득력을 부여하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신예 조셉 퀸 역시 에릭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제 역할을 함과 동시에 루피타 뇽오와 뛰어난 호흡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주인공은 프로도를 연기한 고양이 니코와 슈니첼이다. 극 중 도우미 고양이로 나와 영화 내내 긴장을 자아내는 '일등공묘'(一等功猫)다. 또한 귀여움을 한껏 뽐내며 보는 이의 마음을 제대로 훔친다.
     
    존 크래신스키로부터 배턴을 이어받아 시리즈의 시작점을 그려낸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은 크리처물이 가진 긴장과 공포를 살리되, 그 안에서 작동하는 인간의 내면과 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해 냈다. 오히려 전 시리즈보다 인물의 감정선은 더욱 깊어졌다. 왜 존 크래신스키가 아닌 마이클 사노스키가 시리즈의 프리퀄인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는지 영화로 증명했다.
     
    99분 상영, 6월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외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메인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외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메인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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