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참사 나흘째인 4일 오후 사고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국화를 놓고 있다. 황진환 기자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시청 역주행 교통사고 이후 시민들이 일상에서도 불안을 느끼고 있다.
사고 지점 인근에서 주로 활동하는 시민들은 주변 지인들의 사고 소식을 건너 들으며 불안을 넘어 트라우마까지 호소하기도 했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시민들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사망자가 9명이나 나온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
매일 일상적으로 다니던 장소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태원 참사를 떠올리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시청에 근무하는 20대 후반 A씨는 사고 이후 주변 사람들도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사고가 난 골목이 점심 때마다 식사하러 찾는 곳"이라며 "사고 소식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일상적인 곳이라 느껴지는 충격이 크고 이태원 참사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면서 "요새는 늘 걷는 길인데도 주변을 돌아보다가 건널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사고 지점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시민들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들은 평소 거리낌 없이 다니던 인도에서 인명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더욱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홍모(32)씨는 사고가 난 당일 저녁 직장 동료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이 시끄러웠다고 회상했다.
홍씨는 "사고 날 저녁에 카카오톡이 엄청나게 울렸다. 혹시 주변에 사고가 난 사람이 있는지 안부를 묻는 메시지였다"며 "우리 회사에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없었지만, '우리도 언제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이후에는 괜히 불안해서 그 근처에는 낮에도 잘 가지 않는다"며 "되도록 도로를 거치지 않고 지하철로 직행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파가 몰리고 차량 통행량도 많은 지역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시민도 있었다.
강남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최모(31)씨는 이번 사고 소식을 듣고 어릴 적 교통사고를 당했던 과거 경험을 떠올렸다.
최씨는 "대학생 때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당시 사고 났을 때가 기억나더라"며 "잠시 식은땀이 나고 긴장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를 당한 이후 골목길 같은 좁은 곳에서는 이어폰을 끼거나 핸드폰을 잘 보지 않는다"며 "이번 (역주행 교통사고) 소식을 들으니 더욱 주변을 확인하며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익숙한 공간에서 발생한 갑작스러운 사고인 만큼 심리적 불안을 겪는 경우 심리상담 등 적절한 치료를 받기를 권했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내가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내 가족, 내 지인이 다쳤다거나 크게 다칠 뻔했다는 점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트라우마를 받게 된다"고 짚었다.
또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 자극적인 환경을 피하고 심신의 안정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 마음 상태가 어떤지 나도 잘 모를 경우, 정신건강을 체크해볼 필요도 있다"고 권했다.
서울 중구는 이번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심리상담 치료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