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올스타전 최장 연속 출장 타이 기록을 세운 LG 베테랑 좌타자 김현수. 연합뉴스프로야구 LG가 후반기 첫 3연전에서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특히 1위 KIA와 진검승부였는데 선두권 도약을 위한 중요한 시리즈에서 뼈아픈 스윕을 맛봤다.
LG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KIA와 홈 경기에서 2 대 4로 졌다. 9일 4 대 11, 10일 연장 10회 2 대 5 패배까지 3연전을 모두 내줬다.
이날 상대 좌완 선발 캠 알드레드의 구위가 워낙 좋았다. 최고 149km에 이르는 속구는 날카롭게 존 구석을 찔렀고, 특히 횡으로 길게 휘어져 꺾이는 슬라이더는 LG의 자랑인 좌타자는 물론 우타자도 공략하기 힘든 궤적으로 포수 미트에 꽂혔다. 이날 알드레드는 6⅔이닝 동안 개인 1경기 최다인 9탈삼진을 기록했다.
LG 선발 임찬규도 못 던지는 건 아니었다. 6회까지 3실점, KIA의 강타선을 상대로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하며 선발 투수의 역할은 해냈다. 그러나 1회 아쉬운 야수 선택이 된 송구 실수와 KIA의 빠른 발에 3점을 내준 게 옥의 티였다.
하지만 LG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8회까지 무득점에 그친 LG는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대타 김성진의 볼넷과 홍창기의 5시즌 연속 100안타로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문성주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향해 병살타가 되는 악재가 있었지만 2사 3루에서 오스틴 딘의 빗맞은 땅볼이 3루수 실책으로 연결돼 1점을 만회했다.
여기에 문보경의 타구가 라이트에 들어가 KIA 좌익수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낙구 지점을 놓쳐 안타가 되는 행운도 따랐다. 묘한 분위기 속에 LG는 박동원의 적시타로 2점 차까지 추격했다. 이날 1군에 복귀한 오지환이 흔들린 KIA 임시 마무리 전상현과 풀 카운트 승부 끝에 변화구를 잘 참아 2사 만루를 만들었다.
LG 오스틴이 11일 KIA와 홈 경기에서 9회말 박동원의 적시타 때 홈을 밟고 있다. LG 흐름으로만 보면 LG가 뒤집을 가능성이 있었다. 전상현은 전날 연장 승부에서 9회부터 2이닝 동안 32개의 공을 던진 상황. 여기에 잇단 불운으로 심적으로도 불안했다. LG로서는 안타 1개면 동점, 큰 것 한방이면 끝내기까지 노릴 수 있었다.
다음 타자는 구본혁. 물론 전날까지 9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 감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서 3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쳤다. 더군다나 우타자인 구본혁은 좌완 상태 타율은 3할2푼8리지만 우완을 상대로는 타율이 2할5푼을 밑돌았다. 전상현 역시 좌타자 피안타율이 2할7푼7리로 우타자(2한2푼9리)보다 높았다. 구본혁은 전상현을 상대로 올해 2타수 무안타였다.
하지만 LG는 대타 카드를 쓰지 않았다. 이날 LG는 베테랑 김현수와 발 빠른 신민재 등 좌타자가 벤치에 있었다. 결국 구본혁은 전상현의 2구째 슬라이더를 공략했지만 중견수 뜬공에 그쳐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물론 김현수는 앞선 2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최근 10경기 타율 1할5푼8리의 극심한 부진을 보여 이날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9회말에도 김현수는 몸을 풀지 않았던 이유다. 신민재는 휴식 차원에서 빠져 있었다.
LG 염경엽 감독. 연합뉴스
누구보다 데이터를 중시하는 LG 염경엽 감독이 모를 리 없었다. 대타를 쓰지 않은 게 아니라 쓸 수 없는 상황이었을 터. 여기에 염 감독은 경기 전 김현수의 선발 제외와 관련해 타격 폼 변화 실패를 언급하며 강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LG는 지난해 팀 타율(2할7푼9리), 득점(경기당 5.33점) 1위를 달렸지만 올 시즌에는 타고투저 현상에도 팀 타율 3위(2할7푼9리)로 주춤하다. 염 감독은 "문성주 외에 타자들이 자기 기량보다 저조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29년 만에 통합 우승의 한을 풀었던 LG. 올해 여세를 몰아 2연패에 도전하고 있지만 타선이 깨어나지 않으면 도전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염 감독은 "후반기 타선이 살아나면 1위 도약의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연 LG 신바람 타선이 깨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