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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앙의 전조 '땅밀림', 선제적 대책 시급

    땅밀림 진행 중인 경주 황용동 산지. 녹색연합 제공땅밀림 진행 중인 경주 황용동 산지. 녹색연합 제공
    집중호우가 일상화된 가운데 경북 경주시 토함산 국립공원 일대 3곳에서 땅밀림 현상이 발견돼 우려를 낳고 있다. 경주 황룡동 급경사지에는 3700평에 걸쳐 땅밀림 현상이 진행됐고, 945번 지방도로 건너편 계곡에도 땅밀림이 진행중이다. 앞으로 폭우나 지진이 저층부의 토층을 자극한다면 수천톤의 토석을 끌고 내려와 신광천은 물론 계곡옆 지방도로를 덮칠 가능성이 있다.
     
    토함산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이 자리잡고 있으며 특히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 연화교와 칠보교, 청운교와 백운교, 석굴암이 각각 국보로 지정될 정도로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 가득하다.
     
    땅밀림(land creep)은 폭우가 내려 지하 암반층 위로 빗물이 고이면 깊은 토층이 서서히 미끌어져 산이 통째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표면만 떨어져 나가는 일반 산사태에 비해 수 십배의 위력을 지니고 있어 대형 재난을 유발할 수 있다. 산림청은 17일 자료를 통해 "경주 국립공원 내 땅밀림 등 산사태 피해지에 대해 지난 5월부터 환경부, 국립공원공단, 지자체와 함께 합동조사를 벌여 지난 5일 복구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확인된 땅밀림 우려지역은 184곳에 이른다고 한다. 
     
    기후변화의 여파로 장마철에 집중호우의 빈도가 높아지면서 땅밀림 현상과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가 시급하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0월 경주시 양북면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한 땅밀림 현상 때문에 도로가 20m가량 들리면서 파괴될 정도로 땅밀림은 실제적인 위협으로 등장한지 오래다.
     
    지난주 중남부권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이번주 전국 곳곳에 영향을 미쳐 16일 자정부터 17일 오전 10시까지 누적강수량은 경기 파주 304mm, 경남 남해 207mm, 전남 광양 188mm 등을 기록했다. 특정 지역만이 아닌 전국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땅밀림 지역을 드론으로 모니터링하고, 사방댐 등 안전시설 설치와 주민대피 계획 수립, 위험지도 제작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형재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협조와 함께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땅밀림 현상이 확인된 곳의 아래에 마을이나 도로가 있다면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특별관리가 시급하다. 일본의 경우 땅밀림으로 1cm만 벌어져도 아랫마을 전체를 이주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미 설치된 사방댐 등 산사태 방지시설이 땅밀림이나 산사태로 쏟아져 내리는 토사량을 견딜 수 있는 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나약할지 모르나, 알면서도 미리 대비하지 못해서 피해를 키운다면 인재(人災)가 된다. 마치 사업장 내에서 경영주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듯, 정부와 지자체는 인재(人災) 앞에서 무한책임의 자세로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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