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왼쪽부터),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당 대표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 각각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의 마지막 현장 합동연설회에서 나경원·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향해 총공세를 펼쳤다. 이들은 이날 오전 한 후보가 "나 후보가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을 했다"고 폭로한 것을 두고, "입이 최대 리스크", "동지를 야당에 수사 대상으로 던져버렸다", "보수 공동체에 대한 연대 의식이 없다", "이기적"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17일 나 후보는 경기 고양시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민주당의 의회폭거가 언제부터 시작됐나. 2019년 공수처법과 연동형비례제의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태우면서부터"라며 "우리는 온몸으로 막았다. 저항했다. 빠루를 들고 문을 뜯으며 달려드는 민주당에게 맨몸으로 맞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 여세를 몰아 광화문에서 조국 전 장관을 끌어내렸다"며 "그런데 그 일은 27명의 현역 의원과 보좌진이 기소를 당하게 했다. 반헌법적 기소였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31번째 재판을 받고 있지만 고달프지 않다. 저는 그 실로 간다고 해도 다시 그 투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공소 취소는커녕 헌정질서를 바로잡아달라는 제 말씀을 '공소 취소 부탁'이라고 이야기 한다"며 "야당은 수사 감이니, 공소 취소 청탁이니 신이 났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 후보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한 당 대표 후보 생방송 토론회에서 나 후보를 향해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지 않나"라고 폭로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해당 폭로는 나 후보가 한 후보를 향해 "법무부장관으로서 이재명 대표를 구속 기소하겠다고 했는데, 체포영장이 기각됐다. 기본적인 본인의 책무를 알지 못하고 일을 한 것 아닌가"라며 "외화뇌빈(外華內貧, 겉은 화려하나 속은 텅 비어 있음)이라는 말이 딱 맞다"고 비판하자,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나 후보는 "우리 당 대표 후보가 맞나. 보수정권의 후보가 맞나"라며 "이기적이고 불안하다. 민주당의 의회폭거에 눈 뜨고 당해야 되겠나. 의회에서의 정치적 행위에 이런 사법적 개입이 맞다고 생각하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보수 가치에 대한 책임감도, 보수 공동체에 대한 연대의식도 없는 당 대표에게 저희는 당을 맡길 수 없다. 절대 안 된다"며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탄핵마저 방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원희룡 당 대표 후보(오른쪽)가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나경원 당 대표 후보에게 귀엣말하고 있다. 연합뉴스원희룡 후보도 가세했다. 그는 "오늘 아침 토론 중에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는데 나경원 후보가 법무부장관에게 공소 취소 청탁을 했다고 말했다. 자기가 옳다는 주장을 하느라고 우리의 소중한 동지를 야당에 정치 수사 대상으로 던져버린 결과가 됐다"며 "한 후보의 '입 리스크'는 우리 당의 새로운 위험으로 등장했다"고 꼬집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댓글팀 운영 의혹'에 대해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이 순간에도 저를 비방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게 다 순수한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댓글이라고 하더라"라며 "자발적인 참여니 문제가 없다는 말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나. 드루킹 당시 김경수 지사가 했던 말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는 징역 2년 실형이었다"며 "한동훈 특검은 이미 현실이고 야당이 무조건 할 것이다. 사실 관계가 나오면 중대 범죄여서 보호하려야 할 수가 없다. 이런 사법리스크와 동지들을 악역으로 만드는 '입 리스크'를 안고 어떻게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반면 가장 먼저 발언대에 오른 한 후보는 경쟁 후보에 대한 공격성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는 "제가 잘하겠다. 제가 모두와 함께 화합하는 정당, 단결하는 정당을 만들어서 우리가 반드시 이기는 정치를 하겠다"며 "우리 모두가 스스로 폭풍이 돼서, 폭풍 속을 무리지어 나는 새가 돼서, 거대 야당의 입법독재에 맞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밝혔다.
윤상현 후보 또한 "보수의 팔 다리는 바로 수도권이다. 진짜 싸움은 수도권에서 이뤄진다. 수도권에서 이기는 정당이 이기는 정당이 되는 것"이라며 "우리도 이제 수도권 지도부로의 전략적 결단을 해야 된다. 더 이상 우리 지도부를 영남에 국한시키지 말고 수도권 중원으로 진격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이 끝난 후 한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나경원·원희룡 후보들의 발언들에 대해 "(두 후보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네거티브가 계속돼 왔다. 그걸 생각해 보라"라고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공소 취하 부탁' 발언에 대한 나 후보의 반박에 대해 "토론에서 말씀드린 그대로고, 특별히 제가 덧붙일 말이 없다"며 "제가 그 청탁을 들어드리지 않았다. 야당에서 문제 삼을 건 없다"고 재반박했다. 공소 취하 부탁은 사실이라고 재차 못박은 셈이다.
반면 나 후보는 '공소 취하 부탁'에 대해 "제가 드리는 말씀은 헌법질서를 바로 세워 달라는 말씀이었다.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고"라고 강조했다. 또 당시 국회선진화법 등을 어기게 된 배경에 대해선 "민주당이 의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에 온 국민이 함께 분노하던 상황"이라며 "여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면 공소 취소는 당연히 10번도 더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