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연합뉴스'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민간업자들에게 언론 인터뷰나 수사기관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무관하고 외려 민간에 돌아갈 이익을 빼앗아 간 사람'이라는 취지로 허위 진술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공소장에는 당시 대장동 개발 비리를 전담팀까지 꾸려 대대적으로 수사하던 검찰마저 김씨가 만든 '허위 프레임'의 확산 도구로 활용된 정황도 나온다.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대선 개입 여론조작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김씨 등의 공소장에 "김씨가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관련 의혹 제기와 수사가 예상되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꼈고,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돼야 자신에 대한 형사처벌을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고 동시에 부정하게 취득한 재산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적었다.
검찰은 김씨가 이런 배경에서 대장동 업자들이 이 전 대표가 대장동 사업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언론 인터뷰를 하도록 종용하고, 심지어는 수사기관에 거짓 진술을 하도록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이 '천화동인 1호 소유주는 유동규이고, 유동규가 직접 자신에게 천화동인 1호 소유주가 본인임을 밝힌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2021년 10월 9일 자 자술서를 검찰에 제출한 배경도 같은 맥락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 민간업자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가 정 변호사에게 '김만배가 변호사와 논의하면서 현재 상황을 뒤집기 위해 언론 작업을 하고 있는데, 김만배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야 모든 상황이 잠잠해질 수 있고 대장동 사건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정 변호사에게) '천화동인 1호는 유동규 개인 소유라는 진술서를 작성해 대장동 비리와 이재명 후보의 관련성을 희석시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결국 정 변호사가 제출한 자술서는 이 전 대표를 대장동 사업과 무관하게 보이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허위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사업 전체 배당금(4040억원) 중 가장 많은 1208억원을 받은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 김씨가 "천화동인 1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논란이 제기됐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여기서 말하는 '그분'이 이재명 전 대표 측이라고 검찰에 진술했지만, 유일하게 김씨는 천화동인 1호가 본인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2021년 11월 19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진술한 내용도 김씨의 공작에서 비롯된 허위라고 규정했다. 당시 남 변호사는 검찰에 "김만배가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에게 오늘 올라가면 커피 한잔 마시고 오면 된다'고 말했다", "(조우형을 두 번째 조사한 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으로 알고 있다. 주임검사가 믹스커피도 타 주었고 화기애애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JTBC는 이듬해 2월 21일 이런 내용의 남 변호사의 진술조서를 입수해 '윤석열 커피' 의혹을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하면서 조씨의 수사를 무마해 줬다는 의혹을 두텁게 하는 취지였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나흘 뒤 TV 토론에서 윤 대통령에게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 줬느냐"고 물었다. 검찰은 남 변호사의 허위 검찰 진술이 이런 과정을 거치며 '윤석열 커피 프레임' 확산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공소장 내용은 2021년 9월 출범한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수사팀(1차 수사팀)의 수사 결과가 김씨를 비롯한 민간업자 측의 거짓말로 오염됐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 수사팀'은 유동규 전 본부장을 대장동 사건 배임 혐의의 정점으로 규정하고 2021년 11월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검찰은 대장동 사건 수사팀(2차 수사팀)을 새롭게 재정비해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했다. 2차 수사팀은 약 7개월에 걸친 재수사 끝에 지난해 2월 개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인허가권자인 이 전 대표(당시 성남시장)를 배임 혐의의 '몸통'으로 지목하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전 정부 검찰의 1차 수사 결론을 뒤집은 셈이다.
이에 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조사 대상인 사건 관계인이 허위 진술을 했기 때문에 수사에 혼란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런 부분까지도 (현 수사팀이) 보고 있다"고 밝혔다. 1차 수사 결과가 허위 진술에 오염됐을 가능성에 관해서는 "(역시) 혼란이 있었을 것 같다"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 현재 수사팀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후 (새로운) 수사팀이 사실 관계를 많이 밝혀 사건을 기소했고 현재 법정에서 공소유지를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