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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전공의 모집 개시에도 더 '꼬이는' 의·정 실타래

보건/의료

    하반기 전공의 모집 개시에도 더 '꼬이는' 의·정 실타래

    9월 수련 시작하는 인턴·레지던트 모집공고 개시…충원 전망 '부정적'
    7600여명 '무더기 사직'에 4700여 명은 돌아오지도, 사직하지도 않아
    '예비 전문의'인데…일반 병·의원, 해외 취업 등으로 눈 돌리는 전공의
    교수들, '지도·교육 보이콧'…의대생 국시 거부까지 '파행' 장기화될 듯

    의대증원을 둘러싸고 의정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 의사 국가시험 접수를 하루 앞둔 2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의대증원을 둘러싸고 의정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 의사 국가시험 접수를 하루 앞둔 2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일괄 사직처리'가 이어진 가운데 22일부터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한 공고가 시작된다. 전국적으로 7600여 명의 전공의가 '무더기 사직' 처리된 상황에서 결원이 생긴 모든 진료과가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지원규모는 매우 미미한 수준일 거라는 게 의료계 안팎의 중론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돌아와야만 연내 수련 재개가 가능하다며 '9월 수련 특례'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반면 현장에선 전공의들이 이제 와 '돌아갈 이유가 없다'는 회의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의료계 내부 갈등도 되레 심화되는 모양새다. 내년도 전공의 정원(TO) 배정 관련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병원들은 최소 이탈인원만큼의 충원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적지 않은 의대 교수들은 신규 전공의에 대한 지도·교육도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공의 부재'를 감수하고 사태 일단락을 꾀하겠다는 정부와 달리, 의료계에선 해를 넘겨서도 수련·교육의 '파행'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반 사직에 3분의 1은 '어정쩡' 상태…"충원 거의 안될 것"

    연합뉴스연합뉴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를 비롯한 전국 주요 수련병원들은 이날부터 이달 말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이어간다. 각 병원은 전공의 지원을 받은 뒤 내달부터 면접 등 채용 절차에 들어간다.
     
    최종 합격자들은 9월 1일 부로 해당 병원에 임용돼 수련을 시작하게 된다.
     
    현행 수련지침상 전공의들은 수련을 받다가 도중에 사직하면 1년 이내 같은 동일 진료과목·연차로 복귀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이달 8일 정부가 9월에 돌아오는 전공의들에 한해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당국은 사직 전공의들이 하반기 모집 응시를 통해 현장에 복귀하면 원래 스케줄대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데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전면철회와 함께 내놓은 이 유화책은 정부가 전공의 복귀 제고를 위해 물러설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이기도 했다.
     
    정부는 그러면서 지난 15일까지 전공의의 사직 또는 복귀 여부를 확정해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결원 규모를 보고해줄 것을 지시했다. 전체적으로 복귀자가 많지 않을 거란 계산 아래 이번 모집에선 '지방 전공의'가 빅5 등 수도권 대학병원 등에 지원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사실상 '마지막 복귀 기회'였던 데드라인이 지나서도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전공의를 임용한 151개 병원 중 사직처리 결과를 17일까지 제출한 병원은 110곳이다. 이들 병원은 소속 전공의 1만 3531명 중 56.5%인 7648명이 사직(임용포기 포함)했다고 보고했다.
     
    전체 수련병원에 출근 중인 전공의는 17일 오전 기준 1167명(8.5%)으로 거의 변동이 없다.
     
    사직자와 근무자 규모를 빼면, 4700여 명의 전공의는 돌아오지도 사직하지도 않은 상태다. 전체 전공의의 약 35%에 달하는 비율이다. 정부는 이들의 경우, 공식적으로 사직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내년에 돌아오려 해도 3월 상반기 시점은 불가하단 점을 거듭 강조할 예정이다.
     
    사직서 수리 시점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철회한 6월 4일 이후에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서울대병원도 소속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지난 15일 자로 수리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직의 공법상 효력은 6월 이후 적용된다는 게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의 설명이다. 정부 특례를 활용해 9월에 복귀하지 않으면, 아무리 빨라도 내년 6월 이후에야 수련을 재개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사직전공의 상당수는 이참에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을 접는 선택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의(GP)로서 병·의원 취업 및 개원으로 진로를 틀거나 미국 등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권역 거점병원의 '응급실 운영난'이 불거진 응급의학과는 물론,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의 필수의료과들은 병원 측 모집과 별개로 '정상적 충원'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장외투쟁 지지' 교수들도 반발…"뽑혀도 교육·지도 거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께 드리는 의견'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께 드리는 의견'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제자'인 전공의들의 장외 투쟁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는 교수들의 반발도 변수다. 임상진료과장을 포함한 일선 교수들은 정부의 수련특례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전공의 갈라치기'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빅5 중 전공의 비중이 제일 큰 서울대병원의 경우, 사직자의 25.8% 남짓인 191명만 '가을턴' TO로 신청했는데 '기존 결원만 뽑겠다'는 교수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일부 교수들은 아예 선발 전형을 '보이콧'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톨릭의대 영상의학교실 교수들은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의료기관의 향후 전공의 정원을 볼모로 9월 전공의 모집을 강요하고 있다"며 "후반기 입사한 전공의에 대해 지도 전문의를 맡지 않고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잘못된 정책에 대항해 투쟁하고 있는 전공의들을 또다른 전공의들로 대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9월 전공의 모집을 시행할 의사가 없음을 의료원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접수가 시작된 의사 국가시험 거부 움직임도 지속될 전망이다. 의대 본과 4학년은 9~11월 진행되는 국시 실기와 내년 초 필기에 합격해야 의사 면허를 딸 수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에 따르면, 이번에 시험을 쳐야 할 본과 4학년 중 대부분(응답자 2903명 중 2773명, 95.52%)이 응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빅5 병원 소속 한 교수는 "의대생들은 대정부 투쟁 이전에 국시에 통과할 만큼의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 도저히 응시를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졸속으로라도 시험을 치라는 정부와 학생들 중 어느 쪽이 더 양심적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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