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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4개월은 실업" 고용불안 시달리는 K-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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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중 4개월은 실업" 고용불안 시달리는 K-콘텐츠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제공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제공글로벌 OTT가 발판이 된 K-드라마들의 성공 이면엔 고용불안이 여전하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실시한 방송 현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송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은 1년 중 4개월을 실업 상태로 지내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는 1년 이상 방송미디어 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전·현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최근 1년 내 경험한 고용안전망 보장 실태와 이에 관한 수요를 물었다.

    전체 응답자 179명 중 89.9%가 프리랜서·위임·도급 계약을 비롯한 계약, 파견(용역), 임시·바우처 형태의 고용 계약을 맺고 있어 불안정한 고용 구조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었다. 또한 업무 계약 종료에 있어서도 비자발적 종료를 경험한 응답자가 78.2%에 달했으며, 사측의 해고, 프로그램 제작 중단과 같이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업무 계약이 종료된 응답자의 비율 또한 20.6%로, 방송미디어 업계 내 상시적인 실업 위험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미디어 업계 내 상시적인 고용불안 정도를 살핀 결과, 응답자의 23.4%가 지난 1년 내 업계 내 근무 기간이 6개월 미만이었으며, 월 평균 34.4%의 응답자가 한 달에 10일 미만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들은 1년중 4개월 이상에 달하는 기간을 사실상 실업 상태로 보내고 있는 셈이다.

    고용불안에 대비하는 기본적인 안전망인 사회보험의 보장 경험을 물은 결과, 고용보험과 예술인 고용보험·산재보험에 한해서만 전체 응답자의 과반이 직장 가입 경험이 있었다. 사회보험 유형별로 직장 가입을 통한 의무 가입 여부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더불어 일자리 상실 이후에 발생하는 생계 곤란을 해결한 방식은 어떠한지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8.5%만이 실업(구직)급여를 수급하였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응답자의 75%가 수급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사회보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응답자의 92.1%가 '실업급여 수급 조건 완화'를 가장 필요한 고용안전망으로 꼽았다.

    이러한 결과는 방송미디어 산업 내에서 다수가 고용의 불안정성을 겪고 있고, 프로그램 제작 규모와 제작 지원 정도 등에 따라 일자리 규모의 변동이 심한 만큼, 일자리 상실에 대한 보호책으로서 실업급여 수급 조건이 완화될 필요가 있음을 강하게 느낀 것이라 볼 수 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질주를 멈춘 K-콘텐츠 산업 그리고 방송 노동자의 고용불안' 토론회에는 산업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이 참석해 고용불안의 실태를 알리고 대책을 모색했다.

    방송 노동자 A씨는 "현재 방송미디어 산업의 경우 과거에 비해 산업 침체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라, 침체가 심화할수록 현장 일선의 종사자들이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고, 이에 대한 개선 논의가 없다면 종사자들의 현장 이탈이 심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글로벌 OTT 자본이 유입되면서 달라진 제작 구조의 영향 역시 만만치 않다.
     
    성균관대학교 유건식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는 "콘텐츠 이용 편의성이 극대화된 글로벌 OTT의 등장 이후 기존 매체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고 이로 인해 시청률 감소를 비롯한 수익 악화, 작품 제작 및 편성 감소가 이어졌다"라며 "넷플릭스를 필두로 다양하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작품 제작이 가능해진 한편, OTT에 대한 산업 종속과 IP(지적재산권) 불인정, 한국에는 적용되지 않은 재상영분배금 문제로 인해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방송사들의 관행이 OTT에 그대로 대물림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박선영 방송작가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방송 비정규직 고용에 관한 방송사의 관행이 OTT의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고, 카메라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은 20여 년 전이나 현재나 변화한 부분이 많지 않다"라며 "이러한 상황은 누구도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라도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치솟는 비용에 드라마를 중심으로 각종 콘텐츠 제작이 줄어들면서 스태프들의 고용불안이 극심해지고 있다. 주연급이 아닌 배우들도 예외는 아니다.

    김기영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은 "방송 현장은 표준근로계약서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면계약 의무 조건이 배제되어 있어, 사실상 부당한 업무를 수행해야 할 때가 많다"라며 "현장 일선의 모두에게 공정한 내용의 서면계약이 의무화되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은 연기자의 소득 불안정과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대해 "촬영 대기가 잦은 방송연기자들의 특성상, 겸업 수행이 어려울 뿐 아니라 미뤄지는 촬영으로 인해 무한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함에도 불구하고 방송 현장은 출연료 지급에 있어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라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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