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핸드볼 강경민. 연합뉴스 여자 핸드볼 류은희. 연합뉴스 여자 핸드볼 대표팀. 연합뉴스 한국은 후반 초중반 독일에 갑자기 연속 득점을 허용했다. 4골 차로 밀렸다. 분위기가 처질만한 상황이었다. 그때 관중석에서 '대~한민국' 응원 구호가 울려퍼졌다.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났다.
"유럽에 나와서 '코리아' 응원을 들었을 때 우리 편이 많구나 생각이 들어서 4점이 벌어졌을 때도 자신감이 있었다", 여자 핸드볼의 주축 강경민이 남긴 말이다.
강경민은 후반 막판 결정적인 상황을 맞이했다. 패시브 상황에서 공을 잡자마자 슈팅을 던져야만 했다. 이때 한국은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강경민은 "유럽 선수들은 그 상황에서 류은희 언니가 당연히 때린다고 생각할 것이고 저도 그 생각을 했기 때문에 언니한테 제가 때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강경민의 결정적인 한 방이 독일의 골망을 흔들었다. 남은 시간은 22초. 스코어는 2골 차로 벌어졌다. 한국은 막판 한 골을 내줬지만 독일이 역전할 틈은 없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코트에 몰려나와 마치 우승한 것처럼 기뻐했다.
한국 단체 구기 종목 중 유일하게 2024 파리 올림픽 무대를 밟은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첫 경기에서 독일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제 8강으로 가는 길에 청신호가 켜졌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조별리그 A조 독일과 1차전에서 접전 끝에 23-22로 승리했다.
대표팀의 1차 목표는 8강 진출이다. 한국은 28일 슬로베니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르는데 1,2차전을 모두 잡고 8강 진출권이 주어지는 조 4위 이상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는 세계적인 강호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를 차례로 상대하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독일전이 중요했다. 대표팀은 선전했다. 피지컬의 차이가 현격한 독일을 상대로 전반을 11-10으로 마쳤다. 강경민과 류은희의 분전이 돋보였다. 후반 초중반까지 14-14 균형을 이뤘지만 이후 독일에 연속 4골을 내주면서 흔들렸다.
그러나 한국은 류은희를 중심으로 반격했고 후반 23분 김다영의 득점으로 20-19 역전에 성공했다(핸드볼은 전후반 각각 30분 경기). 독일도 골을 만들어내면서 팽팽한 흐름 속에 막판 승부가 전개됐다.
한국의 뒷심은 강했다. 우빛나의 득점으로 22-21로 앞선 채 마지막 2분 승부에 접어든 한국은 독일의 반격을 연거푸 막아냈다. 골키퍼 박새영이 독일의 두 차례 슈팅을 모두 저지하는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박새영은 그 순간을 회상하며 "내가 드디어 팀에 도움이 됐구나 생각했다. 팀의 발목을 잡을까봐 솔직히 많이 걱정했고 불안했고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그물망 수비로 독일의 추격을 따돌린 한국은 강경민의 결정적인 득점으로 승부를 결정했다.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불리자마자 크게 환호하며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몇몇 선수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강경민은 "오늘 여자 핸드볼 경기가 있는지 모르시는 분들도 많고 애초에 구기 종목이 핸드볼만 있다고 해서 부담도 됐는데 오늘 이 순간은 정말 금메달을 딴 순간보다 잊지 못할 순간이 된 것 같다"며 기뻐했다.
파리 대회가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인 베테랑 류은희는 "그동안 올림픽 경기들이 다 생각나고 좋은 기억도 있지만 안 좋은 기억도 있다. 오늘의 승리가 조금 더 기쁘다. 제가 팀을 이끌어 가는 위치에서 이긴 경기라 더 보람차고 더 재밌었다. 애들의 성장을 보는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