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씨엔블루와 우버월드. FNC엔터테인먼트 제공처음 만난 계기는 콘서트였다. 스치는 안부 인사로 그칠 수도 있었던 '밥 한번 먹자'라는 약속이 실현돼, 일본에서 같이 밥을 먹게 됐다. 당시 밀가루를 안 먹는 상황이라는 것을 먼저 밝히기 쑥스러워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하게 '글루텐 프리'를 먹는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생각보다 대화도 잘 통했다. 평생 무대에서 라이브하고 싶다는 마음도 같았다. 기회가 되면 같이 공연하면 좋겠다고 운을 띄웠다. 수락이 바로 돌아왔다. 그렇게 한국 밴드 씨엔블루(CNBLUE)와 일본 밴드 우버월드(UVERworld)가 한 무대에 서게 됐다.
씨엔블루와 우버월드는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합동 공연 관련 라운드 인터뷰를 열어 취재진을 만났다. 지난달 일본 요코하마 피아 아레나에서 첫 합동 공연 '우버월드&씨엔블루 썸머 라이브 재팬 앤드 코리아 ~언리미티드 챌린지~'(UVERworld&CNBLUE SUMMER LIVE IN JAPAN and KOREA ~UNLIMITED CHALLENGE~)를 연 지 약 한 달 만에, 한국에서도 합동 공연을 열게 됐기 때문이다.
인터뷰에는 씨엔블루 리더이자 보컬, 기타를 맡은 정용화가 참석했다. 우버월드에서는 보컬과 프로그래밍 담당인 타쿠야와 드러머 신타로가 함께했다. 합동 공연 개최 계기를 묻자, 정용화는 "관심사가 비슷하고 대화가 잘 되었다. '라이브하는 게 너무 좋다' '평생 라이브 하고 싶다' 하는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라이브를 하는 것 같았다. 그 뒤에도 계속 연락하면서 '공연 한 번 같이하는 게 좋겠다'고 하니, 거기(우버월드)서 '공연하자' 해서 바로 잡히게 됐다. 너무 뜻깊은 인연"이라고 답했다.
타쿠야는 "씨엔블루가 일본에서 공연했을 때 저는 팬으로서 단독 공연에 갔다. 늘 굉장히 좋은 밴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씨엔블루가) 같이 한 번에(합동)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그 자리에서 제가 덥석 물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씨엔블루와 우버월드는 한국 합동 공연 전날인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왼쪽부터 우버월드 신타로와 타쿠야, 씨엔블루 정용화. FNC엔터테인먼트 제공한국에서도 합동 공연을 여는 소감은 어떨까. 타쿠야는 "한국에서 우버월드의 팬이 계시다는 걸 저희 데뷔 초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 앞에서 공연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또, (한국의) 씨엔블루 팬들 앞에서 (공연)하게 됐다. 일본에 계신 우버월드 팬들도 와 주신다고 들었다. 정말 좋은 공연이 될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정용화도 "일본에서 한번 먼저 했는데 한국에서 다시 한번 하게 돼서 기쁘다. 뭔가 교류를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고 처음 했을 때 (우버월드에게) 많이 배웠는데 뭔가 공부가 될 거 같아서 굉장히 설렌다"라고 답했다.
요코하마 피아 아레나에서 공연을 마치고 나서 무엇을 느꼈는지 질문하자, 타쿠야는 "씨엔블루 다음 공연해야 해서 좋은 의미의 긴장을 했다. 무엇보다 양쪽의 팬들이 상대방 아티스트 노래를 굉장히 잘 받아주셨다"라고 답했다.
정용화는 "사실 저희가 먼저 하고 우버월드가 (공연)했는데, 진짜 (저희도) 열심히 했다. 솔직히, 내려오면서 '(우리) 잘했다. 좀 잘한 것 같다' 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내려와서 우버월드 공연 봤는데 너무 잘하는 거다. 와 진짜, 좀 진짜, 와… 진짜, 진짜 잘한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 짜임새가 있어서, '아직 나는 공부할 게 많구나' 생각했다"라고 부연했다.
씨엔블루와 우버월드는 지난달 15일 일본 요코하마 피아 아레나에서 첫 합동 공연을 했고, 어제(27일) 한국 서울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국내 합동 공연을 진행했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진짜'라는 말을 연발할 만큼 본인을 매료한 우버월드 공연에서 '배운 점'은 무엇일까. "에너지가 너무 강했다"라고 운을 뗀 정용화는 "저도 보컬로서 공연을 진짜 많이 하긴 했지만 계속 어떤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콘서트 보고 나서 너무 깜짝 놀랐다. 에너지에 압도됐다. 멘트 하나하나, 곡 연결 방식이 너무 색달라서 엄청나게 좀 쇼크를 받은 것 같다. 그날 이후 멤버들하고 얘기도 많이 했다. 진짜 자극을 받은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우버월드 공연을 통해 배운 점이 많았다는 씨엔블루. 지난 공연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걸 준비했는지 궁금했다. 이에 정용화는 "일단 퍼포먼스도 퍼포먼스인데 무대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전에는 좀 '야, 그냥 밀어붙이자' 요 느낌이 많았다면 좀 바뀌었다"라고 밝혔다.
'눈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 부분도 깨달은 바다. 정용화는 "그냥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눈으로도 보는 게 굉장히 중요하구나. 요리도 (먹는 것만큼) 보는 게 중요하듯이 공연도 그런 거구나, 해서 놓치고 갔던 것도 많이 공부하게 된다"라고 부연했다.
2000년 결성된 우버월드는 타쿠야(보컬&프로그래밍), 카츠야(기타), 아키라(기타&프로그래밍), 노부토(베이스), 신타로(드럼), 세이카(색소폰&매니퓰레이터)로 이루어진 6인조 록 밴드다. 인기 애니메이션 '블리치'(BLEACH) 오프닝 테마송을 부르게 되면서 주목받은 우버월드는 '약속의 네버랜드' '기동전사 건담 00' '청의 엑소시스트' 등 여러 애니메이션과 영화, 드라마, 광고 음악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우버월드가 공연하는 모습. FNC엔터테인먼트 제공아직 우버월드를 모르는 국내 관객을 위해서는 이들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정용화는 "보통 한국에서 록 하면 되게 엄청난 헤비메탈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까지 많다. 근데 우버월드 음악은 헤비한 음악이지만 멜로디 자체나 가사가 되게 따뜻하고 메시지가 있다"라며 "일본 음악 자체가 가사 메시지가 좀 강한 편인데 그중에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타쿠야상의 라이프 스타일과 너무 비슷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타쿠야상 퍼포먼스를 실제로 보면 진짜 깜짝 놀란다.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관객분들도 신도 같은 그런 느낌이 강하다. '내가 이걸 제대로 보고 있나?' 할 정도의 어떤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런 것도 많이 배우고 싶더라"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우버월드는 씨엔블루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타쿠야는 "일본의 밴드, 특히 일본의 록 밴드는 이런 얘기 하면 어디 가서 혼날지도 모르겠지만, 외모를 별로 신경 안 쓴다. 허름한 모습인데 근데 이렇게 아름다운 밴드도 있다는 걸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다"라고 해 폭소를 유발했다. 정영화도 "아름답게 해야겠다"라고 화답했다.
씨엔블루의 '음악'이 좋은 점도 짚고 넘어갔다. 타쿠야는 "그야말로 전 세계에 통용되는, 아주 수준 높은 노래다. 일단 노래가 좋다"라고 말했다. 씨엔블루 멤버 전원이 "너무너무 핸섬"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 타쿠야는 정용화를 향해 "저도 보컬치고는 많이 움직이는 보컬인데 (정용화는) 저보다도 운동량이 많다. 몸 전체를 써서 퍼포먼스 하는 점을 아주 존경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씨엔블루 공연 모습. FNC엔터테인먼트 제공스트레이 키즈, 세븐틴, 씨엔블루, FT아일랜드, 르세라핌, 에스파, 블랙핑크 등 일본에서 공연한 한국 아티스트를 거론하며 "아주 퀄리티가 높고 훌륭한 팀"이라고 한 타쿠야는 "한국 아티스트분들의 수준이 높고, 한국 밴드분들 수준이 높다는 데 항상 감탄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지역 소규모 라이브 하우스에서 공연을 시작한 우버월드는 부도칸(무도관), 사이타마 아레나, 도쿄돔 등 공연 규모를 꾸준히 키워왔다. 특히 2022~2023년에는 일본 전역에서 총 90회 공연을 열었고, 일본 최대 규모 공연장인 닛산 스타디움에 입성해 이틀 동안 14만 명의 관객을 만난 바 있다.
닛산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게 어떤 의미였는지 묻자, 타쿠야는 "2019년 도쿄돔에서 공연했다. 최고의 공연 마치고 난 후 코로나가 왔고, 공연 자체가 불가능한 시기가 오래 이어졌다.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팬분들이랑 같이하지 못했고, 함께 모여서 큰 소리를 내며 신나게 공연하고 싶었다. (공연장을) 머리에 떠올렸을 때 스타디움밖에 없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무도관은 (관객 수용 규모가) 만 명 정도인데, 그때 콘서트에 오지 못했던 몇만 명이 바깥에서 (공연을) 봤다. 들어오지 못했던 몇만 명까지도 모두 즐길 수 있게 한 것이 스타디움 공연의 큰 의미"라고 바라봤다.
왼쪽부터 우버월드 신타로, 타쿠야, 씨엔블루 정용화. FNC엔터테인먼트 제공'꿈의 공연장'이 있는지 질문에 정용화는 "저는 옛날부터 도쿄돔에서 공연을 해 보고 너무너무 해 보고 싶어서 도쿄돔 공연하기 전까지는 도쿄돔에서 하는 (타인의) 공연도 보지 말아야지, 했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해 레드핫 칠리 페퍼스 공연을 봤다는 정용화는 "울렁울렁했다. 내가 여기 있는 거 상상하게 되고, '아, 진짜 언젠가는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요즘 대기의 구름이 움직이는 거 같아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이 생기는 거 같다"라고 전했다.
내년이면 각각 밴드 데뷔 15주년, 20주년을 앞둔 씨엔블루와 우버월드. 오랫동안 밴드를 '직접' 해 본 입장에서 '밴드 혹은 밴드 음악의 장점'은 무엇일까. 정용화는 "밴드의 장점은, 정해져 있는 MR(반주)이 없다는 게 좋은 것 같다. MR이 없으니까 우리가 더 늘리고 싶으면 늘릴 수 있고, 여기서 끝낼 수도 있고, 분위기를 보며 더 신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 걸 순간순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너무너무 좋다"라고 답했다.
"몸이 아픈 게 덜한 것 같기도 하다, 목이랑 허리는 더 아플 것 같긴 한데… (밴드를) 오래 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라는 정용화는 "리얼로 나오는 사운드의 느낌이 너무 좋다. MR이랑 사실 비교할 수 없는 거 같다. 그래서 댄스하는 분들도 콘서트 때 밴드 라이브와 함께하는 거 같다. 실제로 공연장에 와야 훨씬 더 느낄 수 있다. 방송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실제로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다는 그 매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타쿠야는 "크릭이라고 해서 딱딱딱딱 하는 소리가 있다. 이 두 개를 약간 떨어뜨려 놓으면 음정이 바뀌지 않는데 두 개를 딱 붙여놓으면 음량이 두 배가 된다. 밴드 같은 경우는 라이브 중에 그야말로 앙상블을 통해서 오케스트라로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그런 박력을 나타낼 수 있다. 이때의 박력과 쾌감은 바꿀 수 없는데, 그게 바로 밴드의 맛이 아닐까 싶다"라고 밝혔다.
요코하마 피아 아레나 공연 당시 우버월드와 씨엔블루 모습. FNC엔터테인먼트 제공두 밴드는 어제(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합동 공연을 열었다. 앞으로 공연 규모를 키울 계획이 있는지 묻자, 정용화는 "너무 좋을 것 같다"라고 호응했다. 그는 "저희도 처음 해보는 컬래버레이션(협업)이라서 이번 계기를 통해서 더 많은 교류가 있고 한국과 일본의 멋진 밴드를 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라운드 인터뷰 너무 오랜만이라서 너무 재밌었고 간만에 신인 때로 돌아간 거 같아서 앞으로도 신인의 기분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용화)
"지금 아직 구체적인 한국 (단독) 공연에 대해선 정해진 게 없습니다. 한국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한국에서도 우버월드가 사랑받을 수 있도록 일단 첫걸음을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타쿠야)
"한국도 처음이고 이런 식으로 여러분들이랑 인터뷰하는 게 한국에서 진짜 생짜 신인이 된 기분입니다. 신인의 마음으로 내일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