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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진기관 늘리면 OK?…발달장애인은 '이런 건강검진' 바란다

사건/사고

    검진기관 늘리면 OK?…발달장애인은 '이런 건강검진' 바란다

    [건강검진 사각지대 놓인 발달장애인②]
    장애인 검진기관 86곳으로 늘린다지만
    '장애인 전체' 대상으로 포괄적 설계
    발달장애인 특화 서비스 도입은 '물음표'
    비장애인과 동선 구분‧재가 건강검진 서비스 등
    전문가들 "발달장애 맞춤형 검진 시스템 마련해야"

    지난달 태어나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간혈관종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발달장애인 조진성(35)씨. 나채영 기자지난달 태어나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간혈관종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발달장애인 조진성(35)씨. 나채영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건강검진은 그림의 떡…발달장애인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다
    ②검진기관 늘리면 OK?…발달장애인은 '이런 건강검진' 바란다
    (끝)

    "건강검진을 받기 전까지는 건강이 안 좋다는 것조차 몰랐어요. 앞으로 매년 검진받고, 병이 있다면 고치고 싶어요."

    지난달 생애처음 건강검진을 받고 '간혈관종'을 확인한 발달장애인 조진성(35)씨는 26일 CBS노컷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간혈관종은 간에 생기는 흔한 양성 종양이지만, 드물게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하기도 해 추적 관찰을 받는 등 꾸준히 신경 써야 하는 질병이다.

    조씨는 인터뷰 내내 위쪽 배를 가리키며 아파하면서도 간혈관종에 대한 정밀검사와 치료 일정이 잡혀 안심된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검진 필요성을 절감한 조씨지만, 검진 과정에서의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가 바빠서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함께 병원을 다녀왔다"며 "하지만 건강검진 문진표를 이해하기 너무 어려워서 선생님 도움 없이는 건강검진을 받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균 수명 짧은 발달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은 50%대

    조씨는 그나마 건강검진을 받은 '절반'에 속하는 경우다. 평균 사망 연령이 57.4세로 전체 장애인 평균(77.9세)보다 낮은 발달장애인들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연속 50%대에 머물고 있다.

    전체 장애인(2022년 기준 수검률 63.0%) 가운데서도 발달장애인들의 검진 수검률이 낮은 이유론 의사소통의 한계, 낯선 환경에서의 돌발 행동 등 여러 요인이 꼽힌다. <관련기사: 건강검진은 그림의 떡…발달장애인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다>

    정부는 장애인들을 위한 건강검진기관을 86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특히 수검률이 낮은 발달장애인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선 이들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고려한 보다 세밀한 접근법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장애인 검진기관 확대책 나왔지만…"발달장애 맞춤형 대책 필요"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정부가 2022년 국정과제로 채택한 뒤 작년 3월 수립한 '제6차 장애인정책 종합계획'을 보면, 2026년까지 공공보건의료기관 86곳을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장애인 건강검진기관 확대 대책엔 장애 유형별 세부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각 기관에 배포한 '장애인 건강검진기관 지침'에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장애인 탈의실 △장애인 건강검진 필수장비 등 전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 시설 기준만 적시돼 있다.

    특히 건강검진 수검률이 낮은 발달장애인은 다른 이들과 의사소통하기 어렵고 주변 소음에 예민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에 발달장애인에게는 의료진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보조 인력을 두고, 방음이 되는 검진실을 제공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장애인 건강검진센터에서 일하는 한 의료인은 정부 지침과 관련해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이 갖춰야 할 요건이 종합적으로 제시될 뿐이지 발달장애인을 검진할 때는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시설은 어떤 식으로 갖춰야 하는지 (세부적인)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이 반짝거리는 옷을 입지 않고, 향수를 뿌리지 않고, 검진실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등 세부적인 검진 지원책은 의료진의 경험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처음으로 장애인 건강검진을 했을 때는 이런 점들을 몰라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 집 근처에서 검진받을 수 있어야"

    현장 의료진과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선 정부가 장애인 건강검진기관 단순 숫자 확대를 넘어 이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지원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장 김용직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다양한 해외 사례를 들며 정부가 '재가‧지역사회 기반 서비스(HCBS)' 확대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발달장애인들이 찾아가기 어려운 검진시설 대신 자신의 사는 집 또는 주거지 인근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미국의 HCBS 접근법은 장애인이 재가 치료와 시설 치료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며 "대기자 명단을 없애고 주정부가 건강검진을 포함해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절차를 간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건강검진센터장인 차재명 소화기내과 교수는 건강검진을 받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선을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발달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동선이 섞이지 않도록 따로 시간을 할애해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며 "발달장애인들은 낯선 환경에서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받기 전에 병원을 방문해서 환경에 적응하는 발달장애인도 있다"고 밝혔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높고 맞춤형 장비를 갖춘 병원을 따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에 있는 검진 시설, 장비 중에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기구가 많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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