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혼합복식의 임종훈과 신유빈. 노컷뉴스 잘 싸웠다. 일방적인 승부가 예상됐지만 반대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분전했다. 그러나 패자는 말을 아꼈다. 패배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아직 남아있는 올림픽 메달 획득의 기회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각오다.
탁구 혼합복식 세계 랭킹 3위 임종훈-신유빈 조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대회 준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조를 만나 2-4(11-6 7-11 11-9 5-11 7-11 9-11)로 졌다.
중국은 올림픽에 나올 때마다 탁구 전 종목 석권을 노리는 강국이다. 왕추친과 쑨잉사의 혼합복식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다. 임종훈과 신유빈은 그들과 네 차례 맞붙어 모두 졌다.
그럼에도 임종훈-신유빈 조는 첫 세트와 3세트를 잡아내며 중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하지만 중국은 세트 스코어 1-2에서 내리 4,5,6세트를 따냈다. 한국은 5,6세트에서도 끈질긴 랠리로 중국에 밀리지 않는 기량을 선보였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두 선수는 패배의 아쉬움에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신유빈은 "내용은 좋았지만 졌기 때문에 아쉽다"고 말했고 임종훈은 "어쨌든 졌기 때문에, 솔직히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내일 경기(동메달 결정전)을 더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첫 세트를 잡았지만 동요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마음가짐을 똑같았다. 임종훈은 "올림픽에서는 모든 선수가 긴장하기 때문에 첫 세트 뿐만 아니라 시작할 때부터 유빈이랑 재밌게 하고 도전하자는데 포커스를 두고 경기했다"고 말했다.
사실 임종훈-신유빈은 불리한 여건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짜요(중국어로 '힘내'라는 뜻)"를 외치는 중국 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마치 중국에서 경기가 열리는 듯 했다.
임종훈은 "저희가 신경을 안 쓴다고는 하지만 그게 기세가 될 수 있다. 중국 팬들이 없을 때는 우리가 넘기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을 때(팬이 많을 때)는 중국 선수들이 거의 무적이 된다. 그런 부분이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가 잘해서 그런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훈과 신유빈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선수는 한국시간으로 30일 오후 8시 30분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에서 12년 만에 메달을 획득할 기회다.
신유빈은 "(홍콩은) 경험이 많고 큰 무대를 많이 해본 선수들이다. 실력이 탄탄하고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우리도 더 착실하게 준비하고 도전할 것'이라며 "압박감과 부담감을 버리고 경기 내용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